[Review] 가짜 환자들이 낱낱이 파헤치는 정신병원의 진실 -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정신의학사의 실태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기준
글 입력 2023.12.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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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촉망받던 기자였던 수재나 캐헐런(저자)가 스물네 살에 겪었던 삶을 뒤흔드는 정신질환 오진에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뇌를 공격하는 자기항체 때문에 발생하는 자가면역 뇌염이었던 것인데, 이 뇌염의 증상이 조현병과 비슷해 조현병으로 오진해 정신병동으로 이송될 위기에 처한다.

 

그녀가 말하길, 정신병동 이송은 진료기록 하나의 꼬리표로 인해 한순간 이제까지 치료를 받던 분야와는 완전히 다른 병동으로 넘겨진다고 한다. 세상과의 격리, 의사와의 격리(의료진의 포기).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오진, 의료진을 100% 믿을 수 있는가


 

나는 정신질환 오진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어떻게 오진하지?'가 아닌, '어떻게 구분하지?'의 의문이었다. 저자의 자가면역 뇌염 증상은 상당히 비정상적이고 조현병 증상과 유사하다.

 

  
당시 날카로운 조각들은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내 안에 남아 있다. 기억의 파편들, 내 가족 이야기, 그리고 초기 우울증, 독감과 비슷한 증상, 정신증, 걷지도 말하지도 못함, 요추천자, 뇌수술이라고 적힌 진료기록. 내 상상이 만들어낸 빈대가 내 아파트를 완전히 점령하고, <뉴욕 포스트>의 뉴스룸이 무너지고, 아버지의 3층 아파츠 창문에서 거의 뛰어내릴 뻔하고, 간호사들을 나를 염탐하려고 잠입한 기자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욕실에 눈들이 떠다니며 나를 겁주고, 내가 마음을 통해 사람들을 늙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녀가 작성한 증상들은 상당히 심각해 보이고, 내가 전문 지식을 가진 의사였더라도 그녀의 질환을 조현병이라고 진단했을 것 같다. 그녀는 운이 좋게도 한 달 만에 자가면역 뇌염이라는 증상이 발견되었지만, 후에 그녀의 강의에서 만난 의사의 환자는 2년 만에 자가면역 뇌염에 양성임을 알게 되었기에, 잃어버린 인지 능력을 영영 회복하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렇게 오진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다. 최근에도 서울의 한 유명한 정형외과 병원에서 왼쪽 발목의 수술을 착각하고 멀쩡한 오른쪽 발목의 뼈를 절단하고 철심을 박아 양쪽 발에 둘 다 불편함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물론 정신질환의 진단과 다른 의학 분야의 진단은 과정 자체가 다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의학 기술과 의료진들을 100% 믿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품게 되었다.

 

저자는 '우리가 인정하든 안 하든 의학은 확실함보다는 믿음으로 돌아갈 때가 훨씬 많다. (중략) 하지만 병을 실제로 치료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대체로 한계를 보인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전문적이고 아픈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의학 전문지식이 있는 의료진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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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질환 환자의 인권과 보호의 실태



1887년 넬리 블라이가 가게 된 여성 보호수용소에서의 물고문과 유아용 침대(갑갑한 우리 속에 누워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든 끔찍한 기구 - 무덤 같다고 표현)의 고문들과 1969년 데이비드 루리의 실험 속의 일기에서 나온 간호사의 가슴 정리, 간병인들의 태도 변화 등을 통해 정신질환을 다루는 병원의 문제점들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사람이라 생각했다면 수치심에, 그들의 인간성에서 그럴 수가 없었을 텐데. 사람으로조차 보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그냥 생각이 없는' 행동들이 나온 것이다. 그들은 환자를 그저 해결해야 할 문제, 지나가는 정신병자 1로 취급하는 듯 했고, 환자 타이틀을 달지 않으면 전혀 구분할 수도 없으면서 환자임을 알게 된 후 반응이 달라지는 것에서도 경멸을 느꼈다. 또, 나가고 싶다면 의사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잘 보이라는 빌의 말에서 정상적인 의료 처치가 이루어지기는 하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정신병동의 재정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정신병동에 함께 있으면 미치지 않은 사람도 함께 미치는 것일까. 그 시절의 정신병동은 입원이 아닌 수감이었다. 환자들을 멋대로 수감하고 고문하는, 감옥과 다를 바가 없는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 있으면 미칠 것 같다'는 블라이의 말에서 환자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의료진들도 포함되는 말이라 생각했다.


정신질환은 다른 의학 분야의 질병과 분명히 다르므로 더욱 예민하고 섬세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정신질환'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과연 이렇게 말해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책에서는 '뇌는 신체 기관인데 어째서 뇌에서 일어나는 병이 신체질환이 아니라 정신질환이 되는 겁니까?'라고 하며, 저자는 '자신이 겪은 것이 신체질환이기 때문에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치료되었다고 믿고 싶었던 것일까'라는 자기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이렇게 명명 자체도 조심스러운 정신건강의학이 저렇게 관리되고 있었다니. 그곳은 병원이 아니라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이 존재하는 야생이었다.


 

 

불편한 진실 - 정신건강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



평소 조현병과 정신질환에 관심이 많아서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정신질환자로 위장해 정신병원에 잠입한 가짜 환자들이 낱낱이 파헤치는 진실을 다루는 내용도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정신건강의학 분야는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 의학 분야와는 조금 다른, 더욱 예민하고 섬세한 분야이기에 그 기준이 중요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맞는지, 심지어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진단이 맞는지 우리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파헤쳐야 한다. 정신질환의 진단은 기계로 할 수는 없기에 고작 말 몇 마디로 그들을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불편한 진실을 다루며 정신건강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그들의 한계점에 대해 논한다. 정신의학, 사회학, 심리학, 사회 실험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정신의학사의 실태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기준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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