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난보다 진한 낭만 -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조용한 행복
글 입력 2023.12.2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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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와 홀라파는 가난하다.

 

안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몰래 집으로 가져가다 마트에서 해고당한다. 훌라파는 일 하는 중에 몰래 술을 마시다 들켜 해고당했다.

 

안사는 전기세를 낼 돈이 없어 듣던 라디오를 꺼버린다. 훌라파는 집도 돈도 없어 길거리에서 밤을 새운다. 당장 돈이 없는 안사가 급하게 구한 술집 주방 일은 사장이 마약거래를 몰래 하다 잡혀 돈도 받지 못하고 끝난다. 훌라파는 새로 구한 직장에서 또 술을 먹고 들켜 해고된다.

 

가라오케 바에서 만나 호감의 눈빛을 주고받은 둘. 몇 번의 우연과 실수가 반복되다 드디어 안사가 처음 훌라파를 집으로 초대한 날. 안사는 새로운 식기를 사고, 정성스레 요리를 하고, 식전 주를 잔에 따른다.

 

훌라파는 꽃집에 들러 안 사를 위한 꽃을 산다. 소박하지만 부족하지 않은 그들의 데이트에는 어딘가 근사한 구석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위해 시간과 마음을 쓰는 것은 사치가 아닌 낭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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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 시사회.

 

핀란드 대사(Pekka Mesto)의 무대인사가 있다길래 무슨 영화길래 대사까지 출동한 걸까 싶었지만 그의 무대인사는 꽤 인상 깊었다.

 

대사는 핀란드 사람들의 행복을 "조용한 행복"이라고 표현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자리는 6년 연속 핀란드가 차지했다고 하니. 당최 웃지 않는 무뚝뚝한 주인공들의 얼굴이 행복해 보였던 것도 무대인사의 후광 때문이었다.

 

영화는 그들의 가난을 별다르지 않게 비춘다. 둘의 표정은 항상 우울해 보이지만 삶에 대한 원망이 없다. 가난한 현실을 부정하지도 도피하지도 않고 그냥 묵묵히 살아가고 또 사랑한다.

 

그들에게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이 있다. 무표정한 둘의 얼굴에 때때로 옅지만 미소가 피어난다. 핀란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조용한 행복"이 이런 것이라면 영화를 통해 그들의 행복을 살며시 엿보았다.

 

이 영화의 핀란드어 제목은 Kuolleet lehdet, 영어로 번역하면 Fallen Leaves, 한국어로는 떨어지는 잎이다.

 

제목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왠지 대놓고 이건 로맨스 영화예요! 달달구리 장착!이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담백하게 "낙엽", "잎은 떨어지고"와 같은 제목이 더 낫지 않나 싶지만 그럼 영화가 팔리지 않을 테니 마케팅하는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겠지.

 

로맨스 영화인 줄 모르고 보는 담담한 제목의 사랑 영화를 좋아하는 건 지극히 나의 취향. 추운 겨울에 딱 어울리는 북유럽식 미니멀리즘 위트있는 사랑 영화였다.

 

 

[최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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