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들의 공간, 그리고 이야기 – 홈그라운드 [영화]

웰컴! 우리들의 <홈그라운드>
글 입력 2023.12.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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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우리들의 <홈그라운드>

 

<홈그라운드>는 그간 왜곡되고 지워진 한국 레즈비언의 공간과 커뮤니티를 아카이빙한 최초의 영화다.

 

한국의 레즈비언 역사를 살아온 60대 레즈비언 ‘명우형(윤김명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성 퀴어 공간의 타임라인을 재구성한다. 레트로한 느낌을 살린 재현 장면과 인터뷰 장면들, 레스보스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영상의 다채로움을 살린다.

 

출연자들 또한 ‘바지씨’인 명우형의 지인부터 손님들, 그리고 오늘날 퀴어들이 춤 출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권아람 감독의 <홈그라운드>는 레스보스가 일깨운 ‘우리 공간의 필요성’에 따라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여성 퀴어의 공간과 이야기로 초대한다.

 

기원전 7세기 경, 그리스 에게해 북동부에 있는 섬 ‘레스보스(Lesvos)’에 고대 그리스 여성 시인 ‘사포(Sappho)’가 살았다. 사포는 이 섬에서 여성 공동체 이뤄 살며 여성들 간의 사랑을 노래하거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시를 많이 썼고, 그녀가 살았던 섬은 동성애자를 일컫는 ‘레즈비언’(Lesbian)의 유래가 되기도 했다.

 

한국 이태원의 레스보스 또한 도심 속 섬처럼 자리 잡아 여성 퀴어들의 공간을 마련하고, 그 역사를 담고 있다.

 

 

 

우리들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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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보스는 이태원에 있는 장소지만, 우리들의 ‘홈그라운드’인 ‘공간’이다.

 

공간은 장소보다 비어 있다. ‘장소’가 평면 위의 선 혹은 점이라면, ‘공간’은 부피감이 있는 입체 도형에 가깝다. 그만큼 공간은 우리가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그곳만의 이야기를 채워나갈 수 있는 곳이다.

 

‘레스보스’는 퀴어라는 정체성 하나만으로 환영받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다.

 

1970년대 퇴폐 소굴로 낙인찍힌 명동의 ‘샤넬다방’, 2000년대 10대 레즈비언의 성지였던 ‘신촌공원’의 명맥을 이어 퀴어들의 아지트가 된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바 이태원 ‘레스보스’는 누군가들에게는 해방구이자 안식처였다.

 

우리들은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으레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대로 행동하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상태에서 젠더나 연인과의 관계를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물리적 공간을 말이다.

 

일반적인 공간에서 머물 자리를 제공받지 못한 이들은 밀려나게 되고, 안정적으로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을 갈망하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레스보스는 이곳을 찾는 이들이 낙인을 벗어내는 주체성의 공간이다.

 

잘 보이지 않을 뿐 늘 존재해오던 퀴어 문화를 생생하게 남아낸 <홈그라운드>에서 레스보스를 지켜온 윤김명우의 이야기와 우리들의 이야기를 확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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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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