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패션에 대한 숭고한 열정, 영화 ‘디올 앤 아이’ [영화]

충격적인 아름다움, 숭고한 열정
글 입력 2023.12.0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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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일상에 파묻혀 열정이 점점 고갈되는 게 스스로 느껴질 때마다 반강제적으로 시청하는 패션 영화가 있다. 바로 2015년에 개봉한 ‘디올 앤 아이(Dior and I)’이다.

 

디올 앤 아이는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의 수석 디자이너로 2012년에 부임한 라프 시몬스(Raf Simons)의 첫 오뜨 꾸뛰르(Haute Couture)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디올 앤 아이는 일반적인 패션 영화와 다르게 화려함보다는 당시의 생생함과 긴장감을 담기 위해 솔직 담백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시종일관 담백하고 정적인 영화이지만 마지막에 생화로 뒤 덮인 쇼장에서 워킹을 하는 화려한 모델들이 나오는 장면은 압권이다.

 

 

 

천재 디자이너의 위대한 도전


 

라프 시몬스는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되기 전 ‘질 샌더(Jil Sander)’에서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남성복을 통해 명성을 얻어가고 있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던 라프 시몬스였기에 정반대의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의 디올에서 어떻게 천재성을 펼칠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8주라는 짧은 기간(보통 오뜨 꾸뛰르를 준비하는데 4~6개월이 소요된다.)에 디올 아뜰리에의 낭만과 화려함을 유지하며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것은 라프 시몬스에게 엄청난 압박감과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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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을 준비하며 라프 시몬스는 크리스찬 디올과의 연결점을 찾기 위해 꽃을 주제로 드레스에 화려한 플라워 프린트를 넣고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의 작품을 직조에 옮긴 전위적인 드레스를 디자인하는 등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거침없이 창의력을 펼쳐나갔다.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어려운 의사소통, 수석 재봉사의 출장으로 일정이 연기 되는 등 수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라프 시몬스는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를 진두지휘하며 이끌어 갔다.

 

영화는 라프 시몬스의 창의적인 작업 방식 이면에 압박감으로 신경쇠약 직전까지 간 정신상태까지 담아내며 어떤 패션 영화보다 솔직 담백하게 화려한 패션계의 치열함과 숭고함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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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간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라프 시몬스는 디올의 전통을 유지하며 현대적인 감각을 적절히 녹여낸 오뜨 꾸뛰르를 완성했고 패션계의 찬사를 받았다. 디올만의 낭만을 살리는 화려한 드레스들과 현대적인 감각을 주입한 전위적인 드레스들이 교차하며 등장하는 쇼는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아뜰리에 장인들의 정신


 

라프 시몬스가 성공적으로 오뜨 꾸뛰르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천재성도 있지만 그의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드레스로 구현한 디올 아뜰리에 장인들 덕분이다.

 

아뜰리에 장인들의 인터뷰를 보면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이 넘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뜰리에를 지탱하는 장인들의 숭고한 열정은 그들 모두가 영화의 제목인 'Dior and I'에서 ‘I’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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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아뜰리에 장인들이 라프 시몬스와 의견이 다를 때 느껴지는 긴장감을 풀며 소통을 조율했던 라프 시몬스의 오른팔 피터 뮬리에(Peter Mulier) 또한 쇼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한 일등 공신이다. 라프 시몬스, 피터 뮬리에, 그리고 디올의 역사를 지켜온 아뜰리에 장인들을 보며 순수한 열정을 느꼈다.

 

 

 

화려한 생화로 가득 찬 쇼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오뜨 꾸뛰르 쇼는 한 마디로 작품이었다. 라프 시몬스는 제프 쿤스의 <강아지>에서 영감을 얻어 파리에 위치한 빈 저택의 5개의 방을 생화로 가득 채 생전에 꽃을 좋아했던 크리스찬 디올과의 연결성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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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생화로 가득 채운 패션쇼장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모델, 전설적인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Anna Wintour)가 둘러보며 감탄사를 자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무수히 많은 쇼를 참석했을 안나 윈투어가 감탄할 정도면 실제로 쇼장에서 사람들이 느꼈을 감동은 상상되지 않는다.

 

 

 

라프 시몬스의 열정과 눈물


 

영화 속에서 라프 시몬스는 총 2번 눈물을 흘린다.

 

첫 번째 눈물은 본격적인 쇼를 앞두고 느껴지는 중압감으로 인한 눈물이었다.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인 크리스찬 디올의 오뜨 꾸뛰르였기에 당시 패션계의 모든 관심이 쏠렸고 전날까지 드레스 수정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그가 느꼈을 중압감은 엄청났을 것이다. 항상 담담하고 강인하고 이성적이었던 라프 시몬스가 눈물은 흘리자 그의 패션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두 번째 눈물은 쇼가 거의 끝날 무렵에 나온다. 성공적으로 쇼를 끝냈다는 안도감과 기쁨이 느껴지는 눈물이었다. 인사를 하기 위해 뛰쳐나가며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은 뭉클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 장면을 보며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세상을 떠난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떠올랐다. 흑인 디자이너 최초로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 첫 번째 쇼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카니예 웨스트와 포옹을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충격적인 아름다움, 숭고한 열정


 

디올 앤 아이는 디자이너들의 순수한 열정, 고뇌, 압박과 치열함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수석 디자이너가 느끼는 압박감과 아뜰리에 장인들의 장인정신은 패션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며 왜 디올이 명품인지와 명품에 대한 일차원적인 편견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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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때마다 순수한 열정으로 극한의 몰입에 도달해 성취를 해낸 라프 시몬스와 장인들이 참으로 부럽다. 그렇기 때문인지 무기력할 때마다 항상 이 영화를 찾고 죽어있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인다.

 

열정이 고갈되어 무기력해진 상태라면 디올 앤 아이를 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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