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친절한 뮤지컬 입문서, '디스 이즈 어 뮤지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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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컬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대학로 뮤지컬 위주로 한 달에 평균 네다섯 번 정도를 봤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대학로에 발을 들인 셈이다.
아는 배우들과 좋아하는 배우들이 생겨났고, 이제 어느 정도 이름을 아는 공연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이름을 아는 공연들’을 보고 싶다는 희망 사항은 언제나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부쩍 오른 티켓값과 개인적인 일정들 사이에서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공연은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곤 한다.
그런 나에게 <디스 이즈 어 뮤지컬>은 내가 보지 못한 공연들을 머릿속으로나마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노란색의 책 표지와 ‘99개 작품, 350개 넘버로 만나는 뮤지컬의 재발견’이라는 문구가 시선을 확 끌어들인다.
책을 펼쳐 목차를 보니 99개의 작품 제목이 가나다순으로 정렬되어 있었다. 내가 아는 뮤지컬이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찬찬히 살피다가, 낯선 제목들 사이에서 익숙한 제목을 만났을 때는 반가움이 샘솟았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제목 밑으로 작사, 작곡, 편곡, 초연, 주요 넘버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준 뒤 줄거리, 작품의 의미나 특징, 넘버 중 일부 가사 등에 대해 본문에서 설명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러 작품을 담아내다 보니 한 작품 당 분량이 서너 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깊이 있고 분석적인 내용을 담기엔 한계가 있었고, 뮤지컬 마니아층에게는 이미 아는 내용일 가능성이 높기에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필자와 같이 아직 모르는 작품이 많은 뮤지컬 ‘입문자’에게는 적절한 책이라는 말이 된다. 일단 서너 페이지를 읽고 나면 새로운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으니 지루할 틈이 없다.
또, 설명이 너무 과하지도, 너무 적지도 않아서 훗날의 극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보를 얻고 적당한 기대감을 가진 채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덕분에 앞으로 만날 뮤지컬을 예습하는 것처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입문자들에게 적절한 책답게 설명이 참 친절하다. 소극장, 중극장, 대극장의 분류 기준과 그 기준에 부합하는 우리나라의 몇몇 극장을 예로 들어주기도 하고, 브로드웨이, 오프브로드웨이, 오프오프브로드웨이에 오르는 작품들이 어떤 특징을 갖는지 설명하며 유명한 작품들을 예로 들어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뮤지컬 용어들이 등장해 뮤지컬에 대해 공부하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책의 저자가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기에 배우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넘버, 극의 키포인트, 무대 연출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떤 넘버가 왜 어려운지, 앙상블에게 내려지는 상세한 디렉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은 같은 일에 종사해 왔던 사람이기에 전해줄 수 있는 생생한 경험담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보고 싶은 뮤지컬들이 많이 생겼다. 아마 이 책의 목록은 내 뮤지컬 ‘위시 리스트’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뮤지컬은 기억에 의존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순간을 얼마나,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그 뮤지컬을 상징하는 장면이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뮤지컬에서 마주한 찰나의 순간을 조금이나마 오래 기억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김지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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