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잊고 살던 ‘사랑’에 관한 유쾌한 이야기 - 세르주 블로크展

국경을 넘어 전하는 세르주 블로크의 사랑 이야기
글 입력 2023.11.2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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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블로크의 이번 전시회는 연희동에 위치한 새로운 전시공간 뉴스뮤지엄 연희에서 진행되었다.

 

색색의 꽃과 단풍 든 나무로 물든 아름다운 조경을 즐기며 언덕을 오르다 보면 온 몸으로 전시의 제목인 ‘KISS’를 표현하고 있는 듯한 구조물과 현수막이 맞이하는 전시 공간에 당도하게 된다.


본격적인 전시 공간이 시작되기 이전, 티켓을 발권하는 매표소에서부터 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벽면에 과감한 선으로 그린 페인팅과 주방 기구들로 인물의 코, 귀 등을 표현한 그의 작품에서부터 보는 이들을 저항 없이 웃게 만드는 작가의 유쾌한 매력을 접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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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 공간으로 이동하면 한국에서 처음 개인전을 여는 작가가 한국 관람객들에게 건내는 자기 소개를 만나볼 수 있다. 그는 알자스 지방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언뜻 아름답고 평화롭게만 보이는 그의 고향은 프랑스와 독일 국경 사이에 위치해 시시때때로 전쟁이 일어나던 곳이라고 한다.


이러한 지리적 배경 때문에 그의 가족들은 전쟁 중 파병을 나가거나 신분을 속이고 살아야 하는 등 이루 말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은 듯하다. 그러나 어둡게만 보이는 이 이야기들을 세르주 블로크는 굉장히 별 일 아니라는 듯 유쾌한 말투로 풀어내고 있다.


전시의 제목 ‘KISS’처럼 연인 간의 사랑, 혹은 가족 간의 사랑, 그것을 넘어 인류애를 다루는 그의 장난스러운 얼굴에서는 어떠한 구김살도, 그림자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오히려 세르주 블로크의 작품들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들도 그만의 재치와 아이디어로 풀어내 보는 이들이 편안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게 만든다.

 

 

 

강력한 아이디어 한 스푼으로 몰입을 이끌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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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블로크는 우리 삶에 대한 단순하면서도 중요하고, 그리하여 자주 잊혀지게 되는 진리 혹은 고민에 대한 이야기에 주목한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이 주제에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어 내고, 나아가 계속해서 몰입할 수 있게 만들까를 고민하며 그것을 가능하게 할 강력한 아이디어를 고안해내는데 상당한 능력이 있다.


이탈리아 작가 다비드 칼리가 집필한 <나는 기다립니다> 초안을 바탕으로 한 그의 작품에서 그 능력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그는 이 삶을 관통하는 주제를 지닌 잔잔하고도 강력한 이야기에 ‘빨간 실’이라는 강력한 아이디어 한 스푼을 넣어 영상 작품을 완성했다.


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빨간 탯줄이었던 이 빨간 실은 그 아이가 자라나 늙어가는 순간까지 일상에서 함께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가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보낼 때는 장식을 매달은 줄이 되고,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야 할 때는 그들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노인으로 혼자가 되었을 때는 그의 곁을 지키는 지팡이가 되기도 한다.


영상 속 주인공의 이야기는 사실 우리 모두가 겪었고, 겪고 있으며, 겪을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어쩌면 빨간 실은 매순간 곁에 함께 하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우리는 조금 더 우리 삶을 이어주는 인과 관계에 집중하며 성장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관람방식으로 작품과 가까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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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블로크전은 벽면에 걸린 액자를 감상하는 고전적인 관람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전시장은 건물 내 여러 층에 걸쳐 있었는데, 이때 관람객은 실내로 이동하지 않고 야외 계단을 통해 2,3층 전시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작가의 작품들은 의자가 되어 관람자에게 휴식을 권유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건물 벽면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2,3층 전시장 사이의 야외 공간에서는 직접 관람객이 작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요소들이 있었는데, 박스를 쌓아 올려 왕자처럼 연출한 의자에 앉아 포토존 가벽에 그려진 연인들과 함께 사진을 남길 수도 있고, 전시장 곳곳에서 작은 사이즈로 만나볼 수 있던 그의 대형 블록 작품 주변을 탑돌이 하듯 돌아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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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새로웠던 경험은 ‘Mr. Chip’이라는 야외 설치 작품이었는데,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그것을 이용해 카메라로 작품을 스캔하면, 작품이 살아 움직이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평범한 벽화처럼 멈춰 있던 작품 속 미스터 칩과 여우가 서로 대화를 하기도 하고, 술래잡기를 하기도 한다. 이를 보고 있으면 정말로 작품 속에 들어가 이들을 훔쳐보고 있는것만 같다.


2층에서 진행된 전시 공간에서도 다양한 체험 요소가 있었는데,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에서는 그가 한국 관람객들을 위해 단 하나씩만 제작한 엽서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는 누구나 예술 작품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작품 관람을 넘어 소유에 이르며 예술품을 일상 속에 가까이 두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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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시장에는 특이하게도 다락방이 있었는데, 이 공간에서까지 전시가 이어지며 관람객은 통창으로 보이는 연희동의 풍경 속에 녹아든 사랑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그가 작품에서 풀어내고자 한 국경과 문화권을 넘어서는 인류애를 느껴볼 수 있으며, 직접 포스트잇으로 창문에 자신의 그림을 남기며 그의 작품 세계에 참여해볼 수도 있다.


이러한 체험 요소들은 전시장 곳곳에 존재하며 관람객들이 세르주 블로크의 작품 속에서 유쾌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직접 몸으로 작품을 접하고, 체감하고, 또 소유하며 그가 모두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세상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랑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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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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