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신을 망가뜨리는 사랑도 사랑이라면 - 뮤지컬 '레베카' [공연]

배우 신영숙이 표현하는 댄버스의 감정선
글 입력 2023.11.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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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극의 스포일러를 담고있으니

감상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레베카가 이번 시즌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스테디셀러 뮤지컬의 위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뮤지컬 레베카는 올해로 7번째 시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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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10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뮤지컬 레베카가 그 긴 시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의 중심에는 신영숙 배우가 있었다. 신영숙 배우는 초연부터 10년 동안 단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레베카에 댄버스 역으로 참여했다.


10년의 세월 동안 변함없이 맨덜리 저택을 지킨 신영숙 배우의 댄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레베카의 초반 줄거리는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 레베카를 잃은 막심이 여행 중 ‘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내용이다. 결혼을 한 두사람은 행복한 삶을 꿈꾸며 막심이 살던 맨덜리 저택으로 돌아간다.


막심과 ‘나’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 ‘나’의 고용인이던 반호퍼 부인의 재치 있는 대사 등으로 인해 극 초반부의 분위기는 밝은 편이다.


그러나 맨덜리 저택의 집사인 댄버스 부인, 신영숙 배우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극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얼 바라고 벌써 여기로 온 건지 내게 드윈터 부인은 이 세상 하나뿐인데 당신은 비록 바다에 잠드셨지만 이 자린 아무도 감히 넘볼 수 없어”


‘새 안주인 미세스 드 윈터’ 넘버와 함께 등장하는 댄버스의 그로테스크하고 스산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관객을 몰입시킨다.

 

그 후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는 넘버에서 댄버스의 섬뜩하고 광기 어린 연기는 뮤지컬 레베카의 장르를 한순간에 서스펜스 스릴러로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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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신영숙 배우의 천장을 뚫어버릴 듯한 성량과 레베카에게 미쳐버린 듯한 연기를 직접 보면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고 소름이 돋는다.


특히 가장 유명한 넘버인 '레베카 act 2'에서는 레베카에게 돌아오라며 절규하는 댄버스의 소름 돋는 광기가 엄청난 성량과 함께 폭발한다. 이 넘버가 끝나고 나면 터져 나오는 박수와 환호로 잠시 공연이 중단될 정도다.


극 중에서 댄버스는 레베카의 방, 물건, 그녀가 아끼던 큐피드 상과 난초들까지 저택의 모든 것을 레베카가 살아있을 때처럼 그대로 두고 관리하며 그녀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다가 레베카의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고, 자신에게만은 모든 걸 공유했다고 생각했던 레베카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고서 레베카를 향한 깊은 신뢰와 믿음이 무너지고 만다.


그 후 눈물을 흘리며 부르는 ‘배신의 레베카’부터 실성한 상태로 부르는 ‘불타는 맨덜리’까지의 감정은 레베카에 대한 깊은 사랑과 슬픔, 분노가 모두 뒤섞여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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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그저 과장되게 보이는 캐릭터가 아닌, 악인이지만 댄버스 입장에 타당한 설득력을 지니도록 감정적으로 밀착된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10주년 공연을 맞아 신영숙 배우가 한 인터뷰의 일부분이다.


댄버스는 분명 악인이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신영숙 배우가 연기하는 댄버스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안쓰러워하는 관객들이 꽤 많다.


다른 흔한 악역들과 다르게 댄버스라는 인물의 행동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모두 레베카를 향한 ‘사랑’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비록 잘못된 신념이 만들어 낸 집착에 가까운 사랑이지만 댄버스에게 레베카는 전부였다.

 

그래서 이미 세상을 떠난 레베카에게 비정상적으로 집착하고 레베카의 자리를 차지한 ‘나’에게 적대심을 보이며 분노를 표출한다. 그러다가 믿었던 레베카가 자신을 속였음을 알게 되고 무너진 댄버스는 결국 레베카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지켜왔던 저택에 스스로 불을 지르고 죽고 만다.

 

댄버스는 잘못하면 제정신이 아닌, 그저 과장된 캐릭터로만 보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신영숙 배우는 관객들에게 댄버스라는 인물을 납득시키고 더 나아가서 공감하게 만들었다. 관객들에게 섬뜩함과 무서움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인간적인 공감까지 느끼게 만든 것이다.


사랑에는 여러 형상이 있다. 막심과 ‘나’의 사랑은 서로를 구원하는 사랑이다. 그들의 사랑은 서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반면 댄버스의 사랑은 결국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사랑이다.


그러나 일그러지고 뒤틀린 형상의 사랑도 사랑이다. 비록 정상적인 방법의 사랑은 아니었지만, 댄버스는 레베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것이 바로 신영숙 배우의 댄버스가 무섭지만 슬프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신영숙 배우가 열연을 펼친 뮤지컬 레베카는 블루스퀘어에서 마지막 공연까지 성황리에 마쳤다. 그리고 다가오는 12월 14일부터 내년 2월 24일까지 LG 아트센터에서 앵콜 공연을 앞두고 있다.


혹시 아직 신영숙 배우의 레베카를 보지 못했다면 앵콜 공연 때 놓치지 말고 꼭 보길 바란다.


폭발적인 성량과 깊은 감정을 가득 담은 매력적인 댄버스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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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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