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한한 감각의 가능성 - 에르베 튈레展

한계 없는 가능성을 만나다
글 입력 2023.11.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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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지만, 예상했던 것 그 이상으로 아이들이 많다! 에르베 튈레 전의 첫인상이었다.
 
꽤 궂은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아이가 부모님의 손을 잡고 전시회장을 찾고 있었다. 리뷰를 쓰는 지금도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귀에 선하다.
 
그런 아이들을 닮은 귀여운 그림을 시작으로, 이 리뷰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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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시작점에 있는 '작가 노트'에서 에르베 튈레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여러 해에 걸쳐 저는 동그라미, 선, 얼룩이나 낙서와 같은 매우 단순한 형태의 어휘들을 개발했습니다. 이 어휘의 최소화된 단순함으로 인해 누구나, 심지어 아기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창의적인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어휘입니다. 이 전시의 목적은 바로 이러한 발견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야말로 전시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 이 전시에는 소위 말하는 '어려움'이 없다. 동그라미, 선, 얼룩, 낙서들이 뭉쳐져 있기도 하고, 흩어져 있기도 하고, 또 특정한 형태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그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 형태 자체를 보고 느끼는 것이 이 전시를 즐기는 방법인 듯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그림의 유형을 하나 꼽자면, 아래와 같이 밑그림의 선을 벗어나 색을 덧그리듯 색칠된 그림들이다.
 
여기서 느껴지는 것은 '작은 무한함'이다. 작은 그림들에 오밀조밀 색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붓 터치로 색을 '놓는다'. 그 순간 그 그림의 색은 눈앞에 주어진 색깔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에는 그림의 색으로, 어느 순간에는 다른 색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다. 큰 그림이 아님에도 무한함이 느껴지는 것이 이와 같은 그림의 매력이며, 작가가 말한 '창의적인 가능성의 극대화'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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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맥락으로 재미있는 부분이었던 것이 파란색 트럼프 카드와 빨간색 펭귄이다. 상식에서 벗어나 역전된 색상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가능성을 일깨운다. 그래, 트럼프 카드가 빨간색일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에르베 튈레는 '소리'를 형태로 표현하는 지점에서 다시 한번 기지를 발휘한다. 크기, 색깔, 위치가 다른 동그라미들이 이리저리 배열되어 있을 뿐인데도 그것에서 느껴지는 것은 분명한 리듬감이다. 단순한 시각적 형태에서 청각적 심상까지 무한한 가능성이 뻗어나간다.
 
이처럼 서로 다른 형태의 감각이 만나는 순간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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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베 튈레 전을 쭉 보다 보면 어른의 눈으로 봐도 이렇게 흥미로운데, 아이의 눈으로 보면 어떨지 궁금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주위를 돌아보면, 아이들이 전시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써서 구성된 공간들이 눈에 띈다.
 
아이들이 동화책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직접 그림 안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공간도 있다. 그 공간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뛰고, 때로는 누워서 전시를 즐긴다. 아이의 입장에서 놀이터와 같은 느낌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상들이 쉬이 집중할 수 없는 위치에 배치되어 있었으며, 워크숍 영상 같은 경우 기본적인 동선과 반대 방향에 있어 놓치고 지나가기 쉬웠다. 하지만 영상의 내용이나 전시 물품의 배치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어른에게도 울림을 주고, 아이에게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에르베 튈레 전을 찾은 많은 아이는 행복해 보였고, 나 역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와 함께라면 더욱 좋겠으나, 아이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이 무한한 감각의 가능성에 빠져 보고 싶은 이들에게 '에르베 튈레' 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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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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