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떠나간 것을 아름답게 추억하는 법 - 뮤지컬 '그날들' [공연]

글 입력 2023.11.0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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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날들은 고 김광석의 노래들로 이루어진 주크박스 형식의 대한민국 창작뮤지컬이다. 김광석의 시적이고 아름다운 가사들과 마음을 울리는 멜로디가 뮤지컬을 만나 그 감성이 더욱 극대화되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그날들. 창작뮤지컬이 10주년을 맞았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증표일 것이다.

 

자유로운 성향의 무영과 원칙적인 성향의 정학은 청와대 경호원으로 만난다. 둘은 정반대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좋은 친구이자 라이벌이 된다. 엘리트인 두 사람은 신분을 알 수 없는 ‘그녀’를 경호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런데 1992년 한중수교식 날 무영은 피경호인 그녀와 함께 돌연 사라지게 된다. 그 후로 20년, 한중수교 20주년 기념행사 날 경호부장이 된 정학이 대통령 영애와 후배 경호관인 대식이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게 된다. 20년 전 그날과 비슷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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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학과 무영 그리고 그녀. 이 세 사람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진행된다. 그중에서 남겨진 인물인 ‘정학’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려 한다.

 

과거의 장면에서 세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은 김광석의 감성이 담긴 넘버들과 어우러져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 시절 꿈을 함께 했던 절친한 친구와 사랑했던 여자를 한 번에 잃은 정학의 마음은 어땠을까.

 

현재의 정학은 영애 양과 대식의 행방을 찾다가 20년 전 사라진 무영과 그녀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20년 동안 애써 외면했던 자신의 그리움을 마주하게 된다.

 

그날들 연출가인 장유정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그날들을 관통하는 정서는 ‘그리움’이라고 이야기했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그리움은 존재할 것이다. 작게는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부터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까지….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은 우리 모두가 지닌 감정이다.

 

처음에는 정학의 입장에서 극을 감상하며 정학이 외면해야 했던 그리움의 크기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컸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극의 말미에 다다를수록 ‘그리움은 꼭 슬프고 아프기만 한 감정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가 그립다는 건 결국 그만큼 무언가를 사랑했던 증거가 아닐까.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리워했다는 것은 정학이 무영과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 시절의 기억이 소중했다는 뜻일 것이다.


정학은 무영이 남긴 편지를 20년이 지나서야 발견한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정학은 결국 미움과 원망, 미안함, 그리고 사랑이 가득 담겼던 자신의 그리움을 받아들이고 무영에게 늦은 작별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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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을 관람한 모두가 자신에게 그리운 무언가를 떠올렸을 때 무겁고 슬픈 마음에 눈물이 고이는 것이 아니라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벼운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움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기를, 그래서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어린아이들의 가벼운 웃음처럼 아주 쉽게, 아주 쉽게 잊을 수 있어] -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넘버 중

 

 

[성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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