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엄마도 사람이니까 -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글 입력 2023.10.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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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보다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는 없는 것 같다.

 

좋은 엄마를 두었든, 나쁜 엄마를 두었든 엄마라는 존재는 저마다의 감정을 자아낸다. 따라서 그런 엄마를 경험해 본 사람이 직접 엄마가 된다는 것은 진정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오늘 소개할 책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을 처음 보았을 때, 제목이 가슴을 후벼팠다. 우울한 엄마들이라니, 긴 설명이 없이도 와닿는 무언가가 있었다. 엄마라는 단어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는 다행히 좋은 엄마에 속했다. 삼 남매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아직도 쉬지 못하는 우리 엄마. 하지만 나도 나 나름대로 바쁘다는 핑계로 틈틈이 도와주기만 할 뿐, 엄마의 힘들다는 한탄을 '다 그런 거지'하며 넘기곤 했다.

 

힘듦이 우울로 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엄마니까 당연하다는 생각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놓치고 있었다.

 

*

 

책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의 저자는 본디 글을 쓰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 아이의 엄마가 더 주된 직업이다. 엄마라는 직업은 참 많은 것을 변하게 만들었다. 마음의 준비가 채 되기도 전, 출산 이후 진정한 엄마로서의 삶이 펼쳐진 순간부터, 그녀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사회에서 모성이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여성이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주요 속성으로 여겨진다. 언제나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것처럼. 그러나 시간은 흐른다. 드디어 여성의 존재가 단지 재생산에 머물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모성을 당연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모습일까? 신여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나혜석이 엄마가 된 후, 아이를 키우며 잠이 부족해진 상황을 한탄하며 쓴 글에 깊은 공감을 전한 저자를 과연 비난할 수 있을까?

 

아무리 엄마여도, 엄마이기 전에 사람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너무도 쉽게 간과하며 사는 것 같다. 엄마에게도 잠이 필요하고 엄마도 아플 수 있다. 엄마도 배가 고프고 화장실에 가고 싶고 쉬고 싶다. 자신의 욕구보다 소중한 아이를 위해서, 그저 인내하고 참을 뿐이다.

 

저자가 자살 충동을 느낀 건, 어쩌면 예정된 징후였을 것이다. 길을 걷다 눈물이 터진 저자가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을 모임을 개최한 것도 정해진 절차였을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 모임에, 그 자리에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실이다. 자신과 같은 우울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무한정 우울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임이 진정 필요했다는 사실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저자와 우울한 엄마들은 살롱에 모여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책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을 읽기 전, 먼저 상상을 해보자. 저마다 가지고 있는 엄마에 대한 인상과 책의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감각을 더해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 후 본문으로 들어간다면, 훨씬 그 현실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모유 수유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이구나'처럼, 예상치 못한 아픔과 괴로움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잔상으로 남았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우울한 엄마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 엄마에게도 책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을 권해야겠다. 엄마를 제대로 이해해 주지 못한 못난 딸보다 이 책 한 권이 더 큰 위로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미안해 엄마, 항상 고마워!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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