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세상을 사랑하는 법

붙잡고 싶은 찰나의 아름다움
글 입력 2023.10.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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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나에게 에디터란


 

글을 사랑했던 순간부터 언제나 막연히 글과 관련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거나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어느새 내 삶은 글 쪽으로 걷고 있었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 쪽으로 결국 나의 삶이 수렴해가는 것을 느낀다.


어렸을 적부터 누군가 흔히 좋아하는 것, 취미, 꿈을 물을 때면 나의 대답은 확고했다. 난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글 쓰는게 취미인 학생이었으니까. 하지만 마지막 세 번째, 꿈에 관해선 가끔 머뭇거릴 때가 많았다. 어른들이 묻는 어린아이의 꿈이란 대개 직업에 관한 질문일진데 누구나 납득하고 이해할만한 글과 관련된 직업을 그때는 잘 몰랐기 때문이다.


글과 관련된 일이란 어떤 면에선 참 막연하고 또 어떤 면에선 참 범위가 넓다고 생각한다. 아직 생각 중이라며 얼버무렸던 그때엔 몰랐지만, 어쩌면 뚜렷하게 경계가 정해져 있지 않았던 그때의 막연한 꿈이 나는 사실 꽤 좋았던 건 아닐까. 무언가 뚜렷한 테두리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건 결국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어린 시절 이후 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 전보다는 꽤 구체적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글과 관련된 삶을 살고 싶다는 큰 명제는 변하지 않았다. 에디터(Editor)란 그런 의미에서 내가 희망하는 진로 중 하나였다. 글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글을 편집하고 다루는 일이란, 어쩌면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자 가장 자신 있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학원에 가거나 시험을 보거나, 명확한 어떤 준비나 과정을 밟아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대다수 직업들과 다르게 에디터라는 직업을 경험해보고 접할 기회가 적어서 항상 아쉬웠다. 그러다 우연히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모집 공고를 발견했고, 지원했으며, 감사하게도 나의 첫 ‘에디터’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이름 석 자가 박혀있는 홈페이지가 낯설어 몇 번이고 새로 고침을 눌렀던 나의 첫 글이 생각난다.




둘, 문화 예술의 정의


 

문화 예술에 대한 많고 많은 정의들이 있지만, 내게 문화 예술이란 결국 ‘아름다운 순간을 붙잡으려는 인간의 노력의 산물’이다.


인간이란 무한한 우주 속 영원한 시간 위에서 본다면 정말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론 그 유한함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고 더 나아가 무한해지는 존재이기도 하다.


까마득한 선사시대 문자와 예술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에도 원시인들은 돌로 벽을 두드리고 그어서 벽화를, 자신이 이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을 남겼다. 사냥하던 어느 날의 그림, 찬란하게 떠오르던 어느 날의 태양과 우레와 같이 치던 천둥번개, 그리고 정말 사랑했던 누군가의 웃음까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났던 모든 순간들을 벽화에 남겼다. 그리고 그것이 예술의 시작이자 문화예술의 시초라고 생각한다.


문화 예술의 정의는 정말 넓다. 음악, 예술, 공연, 전시 등 문화적 활동과 관계된 그 모든 활동을 아우르는 단어다. 한때 예술이란 제한된 계층 – 산업화 이후 상류층, 중류층 등 – 만이 향유할 수 있는 특권이자 전유물이었으나 21세기 오늘날 문화예술은 그 누구나 즐기고 향유하며 감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문화예술’ 속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미가 들어있다. 어떤 공연 한 장면에도, 어떤 클래식 음악 한 곡에도, 어떤 그림 한 점에도, 심지어 드라마 속 한 장면에도 창작자가 삶 속에서 느꼈던 아름다운 순간이 녹아 있다.


‘슬픔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만이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한다’는 슈베르트의 말처럼 그의 인생 가장 힘들고 비극적이었던 시기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승화시킨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듣는 이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창작자가 표현하고 남기고자 했던 어떤 순간들은 훗날 향유하는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그렇게 영원한 생명력을 가지고, 그리고 그것이 문화예술의 정의인 것 같다.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시작하며 전시, 공연, 도서 등 다양한 문화 예술을 에디터의 신분으로 경험할 기회를 접하게 되었다. 다채롭고 수많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하고 느끼며, 그만큼 넓어지는 나의 시각과 세상 또한 체감한다. 어떤 의미에선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과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 전시와 공연 중에서도 유독 내 마음을 울리고 진한 여운을 남긴 작품들이 있었으니까.


지금까지 내게 ‘문화예술’을 가장 자주 접할 수 있었던 익숙한 매체는 ‘글’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림으로, 음악으로, 연기로, 또는 저마다의 몸짓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어떤 순간을 붙잡으려는 무수한 노력들이 존재했다. 그렇게 직접 눈 앞에서 그 아름다움과 노력들을 볼 때마다 진심으로 감탄하는 나를 발견한다.


점점 넓어지는 문화 예술에 대한 정의만큼 더 많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게 된다. 그만큼 더 넓은 세상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셋, 아트인사이트와 앞으로


 

언제나 글과 가까운 삶을 살고 싶었다. 무한한 활자 속에 펼쳐진 무한한 세상, 이야기, 컨텐츠와 관련된 무언가를 하며 살고 싶다는 희망이 있다.


초등학생 시절 엉뚱하게도 한 권의 ‘책’이 되는 꿈을 꾸던 나인 만큼, 언젠가 내 생각을 담은 책을 한 권 쓰고 싶다. 가끔은 그 순간에만 할 수 있는 생각이 있고 쓸 수 있는 글이 있는 것 같다. 그 순간들을 메모하고 차곡차곡 모아서 언젠가는 나만의 한 권의 책을 쓰고 싶다. 에세이도 좋고 어느 날의 생각들을 정리한 짤막한 글들도 좋고, 또 아주 픽션적인 이야기도 좋다. 머릿속에 굴러다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어떤 계기가 되어 잘 다듬어 나올 수 있기를 기다리고 노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싶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관찰하고 때론 경험하며 내 안에 많은 것들을 쌓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꿈이란 내게 오랫동안 멀리서 보아야 완성되는 풍경 같다. 언젠가 내가 원하는 그 풍경에 서 있을 수 있도록, 그렇게 하루하루를 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 보고 싶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순간 사이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미루지 않고 다가올 좋은 날들을 기다리며 살고 싶다.


에디터 지원서의 첫머리에 ‘언제나 글과 가까운 삶을 살고 싶다’고 적었었다. 고작 두 계절 전임에도, 글 속에서 꽤 낯설고 또 그만큼 어린 내가 느껴져서 신기했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사회초년생이 되어 바라본 세상은 또 그만큼의 무게와 온도로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 가끔은 격렬하고 다채로웠던 과거에 비해 조금은 차분하고 단단해진 스스로를 느낀다. 어른은 철이 드는 게 아니라 그저 기력이 없어서 조용해지는 것이라는데, 어쩐지 그 말에 조금은 수긍하게 되는 요즘이다.


매일 감탄하며 바라봤던 아름다운 노을도 언젠가 덤덤하게 바라볼 날이 올까? 아마도 삶을 살아갈수록 무언가와 타협하게 될 순간들을 종종 마주하게 될 것 같은데, 아트인사이트는 아마 내 스스로 끝까지 타협하지 않을 마지막 보루가 될 것 같다. 진심으로 감탄하고 사랑했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적힌 글들을 다시 읽어볼 때마다 언제든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결국엔 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글 속에 담겨 있는 나의 어떤 조각들을 통해 깨닫곤 한다.


단조롭고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종종 잊고 살아가게 되는 따뜻하고 소중한 무언가를 언제나 기억하고 싶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언제나 그만의 온도를 유지하며 간직하고 싶다. 내가 사랑했던 순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었던,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았던 무언가가 내 안을 가득 채웠던 어떤 순간들을, 그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싶다.


타인과의 만남은 또다른 세계와 세계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종종 다른 에디터분들의 글을 읽는다. 진심으로 무언가를 사랑하고 찬찬히 헤아리는 글들 속에서 종종 알 수 없는 위로와 반가움을 느낀다. 아직은 모든 것을 조금은 가볍게 사랑하는 내게도, 언젠가는 그렇게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앞으로의 시간이 내 안의 무언가를 더 잘 머금고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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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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