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민화가 있는 일상을 선물합니다, 팀 '느루'

글 입력 2023.09.2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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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에 창작된 작자 미상의 책가도

 

 

민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좋아하는 민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우리에게 민화는 일상보다 박물관이나 미술 교과서에서 보는 게 더 익숙하다. 하지만 2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 민화가 한창 창작되던 시기를 상상해보자. 이때의 민화란 민중이 마찬가지로 민중을 위해 그린 그림이었다. 입신양명이나 부귀영화 같이 지극히 평범한 염원이 담긴 이 그림들은 집안 장식에 사용되는 등 당대 사람들의 일상과 늘 가까이에 있었다.

 

‘느루’는 어느덧 낯설어진 우리의 민화를 다시 일상에 들여보자고 제안하는 팀이다. 이들은 달력, 행운키링, 부적, 스티커 등 평상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제품에 민화의 가치를 녹여내는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한 바 있다. 민화도 힙하고 트랜디할 수 있다고 믿으며, 최근에는 여권 케이스와 캐리어 스티커팩을 펀딩 중이다. 민화가 본래 어떤 용도로 창작되었는지 생각해보면 그 본 기능에 다시 충실하도록 돕는 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바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생이 편안하고 즐겁기를, 가족과 친구들이 잘되기를. 변하지 않는 오랜 바람을 생각하면 그때와 지금은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전통의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민화 이야기를 느루의 유지연, 배정현 팀원에게서 들어본다.

 

 

 

민화를 새롭게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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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루에서 진행한 부적 프로젝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간략한 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유지연(이하 ‘지연’): 안녕하세요, 현대인의 일상에 민화를 선물하는 팀 느루입니다. 저희는 민화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해서 달력, 키링, 여권 케이스, 스티커와 같은 일상용품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저는 느루의 기획마케팅 담당인 유지연입니다.


배정현(이하 ‘정현’): 안녕하세요, 저는 기획마케팅 담당이자 총무도 함께 맡고 있는 배정현입니다. 느루에는 11명의 팀원이 있고, 디자인팀과 기획마케팅팀으로 나뉘어요. 저희가 속한 기획마케팅팀은 상품을 기획하고 콘셉트를 만들며 느루의 브랜딩 전체를 담당합니다.

 

 

어떻게 모이게 된 팀인지도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연: 2020년 SK행복나눔재단 소속 ‘SK lookie’의 한 팀으로 시작했어요. SK lookie에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실천하는 팀들이 모여 있어요. 저희는 잊혀가는 전통문화, 그중에서도 민화에 주목했습니다. 민화의 가치를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민화를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죠. 동아리로 시작해 지금은 하나의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문화 중에서도 민화에 주목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정현: 민화는 전문적인 화가보다 작자 미상의 민중이 그린 작품이 많다는 게 좋았어요. 그림에서 당대 평범한 사람들의 염원이 드러난다는 게 매력적이었습니다. 


지연: 저도 옛 민화를 보면 그때 살았던 평범한 이들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무엇보다 어렵거나 추상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민화의 큰 장점이죠. 또, 서양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여러 제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동양화인 민화는 그런 경우가 드물어 아쉬웠어요. 민화로 무언가를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느루에 있으며 민화를 정말 많이 보셨을 것 같은데, 관련해서 새로웠던 이야기가 있을까요?


지연: 민화라면 막연히 옛 그림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동시대에 활동하는 민화 작가님도 많다는 게 제겐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특히 달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민화의 옛 느낌에 작가님 개개인의 개성이 더해진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었어요. 


민화의 폭이 제 생각보다 넓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일월오봉도’라 하면 궁궐에서만 보는 그림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민중에서도 유행했기에 궁중민화로 분류되기도 해요. 뚜렷한 경계 없이 다양한 그림을 포함한다는 것이 민화의 매력이에요. 


정현: 저도 느루에 있으면서 다양한 종류의 민화와 표현기법을 볼 수 있었어요. 그중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민화와는 많이 다른 느낌의 민화도 있습니다. 작품을 보면 볼수록 민화의 다양성을 실감해요. 한국민화협회 홈페이지에 가시면 현대 민화 작가님들의 작품을 여럿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알수록 다양해지는 민화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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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루에서 진행한 행운키링 프로젝트

 

 

‘민화’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고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잘 모르던 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셔도 좋을 듯해요. 


지연: ‘문자도’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한자 하나에다가 그 한자와 관련된 고사의 요소를 그려 넣은 작품이에요. 주로 ‘효’나 ‘충’이 단골 소재였지요. 


정현: 예전에 저는 민화라고 하면 호랑이와 까치 그림을 가장 먼저 떠올렸어요. 그래서인지 민화의 종류가 한정적이라고 생각했고, 특유의 강렬한 화풍이 부담스럽기도 했죠. 민화를 좀 더 공부하면서 그게 다가 아니란 걸 알았어요. 저 같은 편견을 가진 분이 있다면 좀 더 일상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의 민화인 ‘모란도’나 ‘책가도’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각자 좋아하시는 민화나 민화 작가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지연: 저는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림보다 각 요소가 정돈되어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을 좋아해요. ‘일월오봉도’와 ‘책가도’처럼요. 두 종류 모두 그림의 요소가 분명하고 상징적이라서 해석하며 보는 재미가 있어요.


정현: 원래부터 꽃 그림을 좋아해서 민화를 볼 때도 ‘괴석모란도’, ‘화접도’가 눈에 들어와요. 사람들의 염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민화도 좋아합니다. 대표적인 게 ‘약리도’예요. 지난번 키링 프로젝트에서는 손은주 작가님이 재해석하신 약리도를 활용하기도 했기에 더 마음이 가요. 약리도란 잉어가 파도 위로 솟구치는 그림인데 파도는 난관을, 잉어는 출세를 상징한다고 해요. 그걸 기반으로 보면 그림에 입신양명의 바람이 담겨 있는 거죠.

 

 

지금까지 달력, 행운키링, 스티커, 부적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정현: 일상에 가까이 다가가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기에 가까운 제 주변부터 둘러봐요. 또래 친구들 사이에 요즘 무엇이 인기 있는지 살펴봅니다. 뭘 많이 사고,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지요. SNS도 많이 참고하는 것 같아요. 


지연: 저도 비슷해요. 옛것이라고만 여겨지던 전통문화를 현대로 가져오는 일이기 때문에 요즘 힙하고 사람들이 많이 쓰는 게 무엇인지 많이 찾아봐요.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인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지연: 달력 프로젝트를 두 차례 진행하고 고민의 기간이 있었어요. 달력은 각각의 민화를 감상하기에는 좋은 소품이지만 저희는 감상을 넘어서 민화를 일상에서 사용하거나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긴 고민 끝에 민화가 담고 있는 길상적인 의미를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어요 부귀영화의 의미가 있는 모란도, 입신양명을 의미하는 약리도를 지니고 다니면 어떨까 생각한 거죠. 행운키링 프로젝트는 그 고민 끝에 탄생했어요. 그 새로운 프로젝트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정현: 저는 늘 온라인으로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처음으로 오프라인 판매를 했던 게 기억나요. 오가는 사람들이 저희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신선하다고 해주셨어요. 그때 내가, 그리고 느루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민화의 안내자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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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루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여권 케이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어떤 프로젝트인지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정현: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어떻게 하면 민화의 의미를 살리면서 일상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코로나 때문에 주춤하던 해외여행을 다시 활발하게 가더라고요. 그래서 여행 관련된 상품을 기획해 봤습니다. 여권 케이스와 캐리어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팩이라면, 민화가 가진 의미에 우리의 디자인을 더해 트랜디하고 재미있는 제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여권 케이스는 ‘즐거울 락(樂)’을 중심으로 하는 문자도와 ‘일월오봉도’를 활용해 디자인했어요. ‘락’에는 문자 그대로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본래 왕의 안위를 기원하는 일월오봉도는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의미로 넣어 봤습니다.


캐리어 스티커팩은 민화만이 아니라 태극기나 꽃신처럼 다른 한국적인 요소도 같이 활용해봤어요. 힙하면서도 키치한 분위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디자인해서 젊고 귀여운 느낌을 주려 했습니다.


지연: 좀 더 디테일한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여권 케이스에 넣은 학을 언급할 수 있어요. 학은 예로부터 이상향으로의 안내자를 의미하는데요, 여권 케이스를 지닌 여행자가 학과 함께 이상향 같은 여행지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어요. 민화는 눈으로만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그 의미를 되새길 때 비로소 온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느루에서 더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일지 살짝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현: 뚜렷하게 정해진 건 없지만, 브랜드가 시대 흐름을 따라가며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상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했던 달력 프로젝트가 지류였다면, 태블릿에서 쓸 수 있는 디지털 형식의 달력을 만들어보자는 의견도 있어요. 방문자가 민화의 요소를 다양하게 커스텀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도 있고요.


지연: 민화를 일상에 선물한다는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여러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저희가 몇 년 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래도 어느 정도 기반이 생겼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걸 해보고 싶기도 해요.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지연: 민화는 자유롭게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저희도 느루에서 상품을 기획하며 민화 공부를 많이 하고 있는데, 저희와는 다른 방식으로 민화에 접근하는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한 가지 방향만을 제시하는 팀이 아니라 각자가 민화를 즐기는 방법을 생각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팀이 되고 싶어요. 느루의 앞으로의 행보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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