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인 자극에 민감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색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도 옷을 입을 때, 색을 먼저 고려하고 무언가 상품을 구매하거나 디자인 작업을 할 때도 색을 가장 많이 생각한다.

 

다채로운 색을 똑똑하고 현명하게 사용하였을 때, 그 색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좋다. 색이 주는 영감과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색채 심리학이나 컬러 테라피나 퍼스널 컬러 등등 색이 들어간 온갖 단어들에 쉽게 매료되는 편이다. 나에게 색은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한 영역이다. 따라서 색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한없이 멋있게 느껴진다. 그런 사람들이 쓴 책은 꼭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책 <컬러 인사이트> 역시, 색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전문가의 책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 싶을 정도로 생소한 직업인 CMF 디자이너로 20년 차 근무 중인 황지혜님이 그 주인공이다.

 

CMF란 Color, Material, Finishing의 약자라고 한다. 물론 이렇게 들어도 확실하게 감이 오진 않지만, 중요한 것은 약자의 맨 앞에 Color 즉, 색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색을 중심으로 색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책은 색으로 시작해서 색으로 끝난다. 빨간색부터 하얀색까지, 일반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색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끝으로 짤막한 활용 방안을 알려준다.

 

이야기는 예술에서부터 브랜드와 문화까지 다방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빨강을 예로 들면, 마티스와 영화 <물랭루주>를 거쳐 까르띠에와 페라리, 영국의 유니언잭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용된 빨강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색은 파랑이었다. 파란색이 신뢰를 의미하기 때문에 은행 등을 비롯해 다수의 브랜드 컬러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신성함과 고귀함을 의미하기도 하여 중세 회화에서는 성모 마리아와 예수를 그릴 때 사용되곤 했었다는 사실.

 

나아가 우월함과 뛰어남을 상징하는 컬러로서 조니워커의 하이엔드 위스키를 대상으로 한 라벨 컬러이기도 하다는 점은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하나의 색이 이렇게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니! 책 <컬러 인사이드>를 읽으며 하나의 색에도 굉장히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심지어 색마저, 함부로 단정을 지으면 안 되는 것이다.

 

명백해 보이는 것에도 이면이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깨달을 줄이야!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인지했을 때와 인지하지 못했을 때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넓었다. 색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정은 한계를 만든다. 따라서 우리에겐 다양한 측면을 두루 살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 <컬러 인사이드>는 제목처럼, 색색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편으로는 색과 삶을 잇는 경험이다. 색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은 참으로 다채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