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은 힘들어도 내일은 멋진 아침이 오길 - 어느 멋진 아침

삶의 아이러니
글 입력 2023.09.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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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가져도 될지 혼란스러운 적이 있다.

 

분명히 슬픈 상황인데 구석에서 피어나는 기쁨을 애써 무시하고 외면했다. 지금은 슬퍼해야만 한다며 기쁨을 느끼는 나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의 산드라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산드라의 아버지는 신경퇴행성 질환 중 하나인 벤슨 증후군에 걸려 기억을 잃고 있어 일상생활이 어렵다. 산드라는 아버지의 집에 찾아가 문을 여는 법도 까먹은 아버지를 기다리며 보살핀다. 그리고 남편은 떠나보내고 딸 ‘린’을 혼자 양육하며 동시통역 일을 하며 생계를 지킨다.

 

몇 문장에 욱여넣은 그녀의 삶은 ‘여유’라는 단어가 들어갈 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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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이제 나랑 상관없는 얘기 같아”


산드라는 사랑이 사치라고 말했지만 사랑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산드라는 죽은 남편의 친구인 ‘클레망’을 우연히 공원에서 만나 점점 가까워진다. 처음에는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참으려고 했지만, 한순간 폭발하고 멈추지 못한다.

 

문제는 클레망이 ‘유부남’이라는 것이다. 산드라는 힘든 일상을 사랑으로 잠시 기대는 ‘안정’을 찾고 싶지만 클레망에게 산드라와의 사랑은 일탈이나 ‘불안정’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시소에 나란히 앉아있어도 한 사람이 흔들린다면 시소는 맥없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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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상태가 심해져 요양원으로 옮기게 되는데 비어있는 아버지의 집의 물건을 정리하는 일을 어머니와 함께 맡게 된다. 철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책장에는 수많은 책이 있다. 생각을 가득 채우는 삶을 살다가 딸의 이름도 헷갈리며 비어가는 삶을 사는 아이러니가 슬펐다.

 

산드라가 아버지의 요양원에서 돌아가는 길에 병문 밖으로 나온 아버지를 외면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속 주인공 벌레로 변한 그레고리가 되는 것 같았다.

 

살아있지만 비어있는, 결국에는 모두가 외면하는 쓸쓸한 모습과 피곤한 표정이 발견할 때 어떤 말도 얹기 어려웠다. 나도 그런 얼굴을 가졌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가 최선인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산드라는 자기 방식대로 아버지의 삶을 존중한다. 아버지의 책을 버리지 않고 아버지의 제자에게 물려줌으로써 책 속에 숨은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한다. 클레망과의 관계에서도 불안함을 인정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항상 사랑과 희망이 생길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삶의 아이러니는 모두 해결되지 않는 채 끝나지만 산드라의 미소를 보며 아버지가 일기장에 적은 ‘어느 멋진 아침’이 다가오고 있다고 짐작한다. 어쩌면 이미 왔을지도.

 

오늘은 힘들어도 내일은 멋진 아침이 찾아오길.

 

 

[강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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