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예측 불허한 삶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 강명신 교사

글 입력 2023.09.0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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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4일부터 8일까지 故 강희성 사진작가의 추모전시회 <붉은 생명의 빛>이 광주광역시 무등갤러리에서 열렸다. 전시를 기획한 사람은 작가의 친누나인 강명신 교사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그는 동생의 부고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강희성 작가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 넓은 세상에 알리겠다고 결심했다. 이번 전시는 그 결심이 맺은 첫 번째 결실이다.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치유음악캠프’가 진행되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또한 음악 교육 전문가인 강명신 교사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 행사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삶은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풍경을 보여준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원했던 것이든 원치 않았던 것이든. 계속 나아가려면 달라진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다. 강명신 교사는 꿈꾸던 가수가 아니라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교사 생활을 하면서도 음악을 향한 관심과 학업을 놓지 않은 끝에 음악 교육 전문가로 거듭났다. 갑자기 듣게 된 동생의 부고 소식 역시 예상했던 바가 아니었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추모전시회를 기획하여 동생의 마지막 시리즈를 세상에 발표했다.

 

예측 불허한 삶 앞에서도 언제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사람, 강명신 교사를 만나 예술과 교육,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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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성, around 5-1 / 60x32

 

 

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계시지만 저는 강희성 작가의 추모특별전 <붉은 생명의 빛>으로 선생님을 알게 되었으니, 관련 이야기부터 해보고 싶어요. 사진전은 잘 마치셨는지요.


날이 너무 덥고 휴가철이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끝났습니다. 꽤 많은 분이 생전의 동생을 기억하고 와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제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누나라고 해도 동생이 어떻게 사는지 잘 몰랐는데, 전시를 준비하고 현장에 있으며 동생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거든요. 동생이 열심히 잘 살아왔다는 걸 느꼈습니다.

 

 

사진전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신 건지도 들려주세요.


2년 전, 갑작스럽게 동생의 부고 소식을 듣고 난 다음부터 의무감이 생겼어요.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동생의 작품을 널리 알려야겠다고요. 특히 마지막에 작업한 시리즈는 정식으로 발표를 못 했기에 사람들 앞에 꼭 보여주고 싶었죠. 동생이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며 첫 번째 전시회를 열었던 광주 무등갤러리에서 추모특별전을 열기로 마음먹었어요. 작년부터 준비한 전시를 올해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전시 사진은 어떻게 고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동생이 작업한 5개 시리즈에서 각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품을 고르고, 가장 마지막에 작업한 시리즈 ‘Red Pine(빨간 소나무)’를 메인으로 정했습니다. 동생과 동고동락하시며 지낸 작가님들이 그림을 그리는 화가분이셔서 사진이지만 회화적 요소를 많이 담아냈다고 들었습니다. 밤의 소나무를 주제로 작품을 찍으며 생명을 상징하는 빨간 조명을 비춰주셨는데요, 여름철이라 모기 수난을 겪으면서 찍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주변의 동료들 덕분에 탄생한 ‘Red Pine(빨간 소나무)’인 거죠. 


마지막으로 작업한 이 시리즈는 사람들 앞에 공개된 적이 없어서 반응이 어떨까 궁금했어요. 작품이 화사하고 밝은 느낌이 아니라서 대중적이라는 생각은 안 했거든요. 그래도 많은 분이 작품을 보러 와 주시고 또 좋아해 주셔서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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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성, Red Pine  2020 no08 / 97 x 162 cm

 

 

사진전에 음악 캠프가 있는 것도 신선한 조합이라고 생각했어요. 같이 기획을 하게 된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에요. 제가 갤러리를 종일 지켜야 하는데, 혼자서 무료하기도 하고 공간이 100평이 넘으니까 전시만 하기 아깝더라고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이 시간과 공간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저는 음악 교수법 중 하나인 ‘오르프 교수법’을 공부하고 오르프 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음악 수업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음악 수업을 기획해봤습니다.

 

 

저는 ‘오르프 교수법’이라는 말 자체가 좀 생소한데요, 어떤 교수법인지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오르프 교수법은 독일의 음악가 겸 교육가 칼 오르프가 만든 일종의 통합 예술 교육 접근법이에요. 언어와 노래 부르기, 신체표현, 악기연주를 함께하며 음악을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이름을 배운다면 도레미파를 외우는 게 아니라 몸으로 음높이를 나타내고 실제 악기로 연주해 보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놀이와 음악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자연스럽게 계이름을 익히고 배웁니다. 그래서 연령,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각자의 방식대로 즐겁게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르프 교수법은 하나의 접근법이라 가르치는 사람의 전공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에요. 예를 들어 무용 전공자는 움직임, 무용 등을 중심으로 음악수업을 할 수 있고, 연극을 하시는 분들은 연극 요소를 살려 음악극을 중점적으로 더 잘 가르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국악을 하시는 분은 우리 음악을 소재로 음악을 더 잘 가르칠 수 있죠. 실제 오르프 선생님들 중에는 음악전공이 아닌 분이 많아요. 수학, 국어, 중국어, 무용, 신문 방송학과 전공자분들이 음악을 좋아해서 오르프 교사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시는 것이죠.

 

 

그럼 이번 음악캠프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있었는지 몇 가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첫째 날에는 ‘엄마의 노래’라는 콘셉트로 세계 여러 나라 민속 음악을 배우고, 느끼고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하나의 노래를 신체 동작으로 표현해보고, 악기로 연주해 보기도 했죠. ‘Pūpū Hinuhinu(조개 예쁘구나)’라는 하와이 자장가를 부를 때는 하와이 전통 의상도 갖춰 입고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둘째 날에는 그래픽 악보로 여러 가지 활동을 했어요. 그래픽 악보란 저희 목소리를 종이 위에 선형적인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 거예요. 장소가 미술관인 만큼 시각예술 요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가져온 거예요. 그래픽 악보를 보며 이게 실제로 어떤 소리인지 맞춰보고, 신체로 표현해 보기도 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갤러리에서 그런 음악 수업을 했다니, 색다른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수업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나요?


갤러리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편안함이 있어서인지 참여한 사람들 모두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가 못 봤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감동적이었어요. 무용 전공자, 설치 예술가, 바이올린 연주자, 미술 교육자, 가정 상담 등 다른 전공의 사람이 모인 덕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모두 같은 음악을 듣고도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이 각각이더라고요. 그 다름이 정말 멋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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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음악캠프에서 활용한 그래픽 악보들

 

 

말씀을 쭉 들어보면 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사가 된 후에도 정말 많은 걸 공부하고 탐구해오신 것 같아요.


돌아보니 그러네요. 오르프 교수법을 공부해서 아이들과 음악 수업을 하다가 난타 공연을 만들어 걸스카우트에서 대상도 받아봤어요. 학교 합주부로 오르프 앙상블을 만들어 고양학생예능대회에 나가서 우수상을 받았고, 카로스 타악기 연주회에 초청되어 멋진 무대에서 아이들이 연주도 했습니다. 음악 수업을 향한 열정이 커지면서 서울·경기 선생님들이 모인 교과연구회, 초등음악수업연구회도 시작했죠. 거기서 저처럼 음악에 관심 있는 선생님들을 만나 제가 배웠던 오르프 교수법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오르프 협회에도 한때 소속되어 있었는데요, 그때 예술경영에 관심이 생겨서 공연예술경영 석사를 취득했어요. 거기서 참 많은 걸 배웠는데 제가 어쨌든 학교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 결국에는 학교와의 접점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문화예술교육 박사 과정까지 수료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배움이 선생님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2년 전 동생을 갑자기 잃고 모든 사회 활동을 잠깐 멈췄던 시기가 있었어요. 너무 달리다가 정작 가까이 있는 동생에게 신경을 못 써줬다는 죄책감이 들었죠. 그때 한 달에 한 번 있는 서울경기초등음악연구회의 오르프 연구 모임만큼은 계속 나갔는데, 거기에 다녀오면 에너지가 생기더라고요. 그 모임에 멀리서 와 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런 분이 있다 보니 저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도안과 ppt를 만들며 내 수업도 정리할 수 있었고 함께 수업하며 나눈 에너지 덕분에 힘든 시간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어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도 즐겁지만 저는 같은 교사를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 게 참 좋아요. 제가 하나를 가르쳐 드리면 선생님들은 거기에 본인 아이디어를 더해서 또 자기만의 새로운 수업을 하시거든요. 가르쳐 드린 것이 어떻게 각자의 수업에 적용되었는지 후기를 들으며 감동과 큰 에너지를 받습니다.

 

 

오랫동안 교직에 있다 보면 어른이 되어 찾아오는 제자들도 있나요?


예전에 학교에서 6년 동안 합주부를 만들어 오르프 앙상블을 지도한 적이 있어요. 그때 학생들은 아침 시간에 8시까지 학교에 와서 연습을 하고 점심시간에도 연습을 했었답니다. 초등학생에게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는데도 다들 즐거웠던 기억이 나요. 

 

당시 예능대회에서 연주했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더니 이제 성인이 된 그때 그 아이들이 댓글을 달더라고요. 갑자기 생각이 나서 찾아보다가 영상을 발견했는데, 선생님 잘 지내시냐면서요. 한번은 제가 부임한 첫해에 가르쳤던 친구가 교사가 되어서 저희 음악수업연구 모임에 온 적도 있어요. 그것도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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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음악캠프의 한때

 

 

23년 차 교사의 내공이 느껴지는 이야기예요. 선생님은 지난 23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제가 차분하게 앉아서 공부를 잘 가르치는 선생님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교사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만둘 생각도 여러 번 했고요. 하지만 아이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건 너무 너무 좋더라고요. 만약 오르프 교수법을 배우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교사를 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음악으로 학생들과 교사들과 소통하다 보니 이 세상에 내가 필요한 자리가 있다는 걸 실감했기에 그만두지 않을 수 있었어요.

 

 

‘내가 필요한 자리’라는 말이 와닿네요. 누구에게나 그런 자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음악만 가르칠 수 있는 예술 강사가 부럽기도 했어요. 물론 그분들은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저를 부러워하시겠지만요. 이제는 서로의 역할이 있는 거구나 싶어요. 예술 강사분들이 학교를 이해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중간자의 역할을 하고 현장의 선생님들이 오르프 교수법을 배우고 익혀 음악수업에 활용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인 것 같아요. 그래서 교사 연수를 만들어 유능한 오르프 강사들을 모셔서 배움을 갖고 저 또한 함께 배우며 매 방학 때마다 연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선생님의 계획이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습니다.


문화예술교육과 박사 과정을 하며 강의를 하나 맡았어요. 그 수업을 들으러 피아노 교수법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영유아 교육하시는 분들처럼 다양한 분들이 오세요. 그분들이 현장에서 오르프 교수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가 가르쳐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제가 뭔가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 학교에서의 예술 교육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어요. 서울시 교육청 주관 사업으로 ‘초등예술하나로 사업’이 학교 예술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운영 중인데, 취지와 달리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음악 수업을 예를 들자면 음악교육과정에 충실하기보다 외부 예술강사가 와서 악기 연주 연주법을 배우는 시간(우쿨렐레, 칼림바, 기타 등)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예술강사분들은 휼륭한 연주자이지만, 음악교육자로서의 능력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음악수업을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의 개별차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업의 질이 보장받지 못하고 교사들은 불만이 쏟아집니다. 저는 더 나은 예술교육을 위해 노력하며 학교 현장과 예술강사 사이를 원활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이번처럼 전시회와 함께하는 음악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기획해보고 싶어요. 동생의 전시회도 2년 후에 또 열려고 합니다. 그때는 좀 더 체계적으로 음악 프로그램과 같이 해보려 합니다.

 

 

*대표사진: 강희성, around 3-1 / 60x30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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