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차르트' 말고 '볼프강'을 만나다 - 모차르트 평전

글 입력 2023.08.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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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안다는 것이 피상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계속 변하는 존재고, 심지어는 죽은 다음에도 평가가 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 사람을 어느 시기에 알았느냐에 따라 내가 아는 그 사람과 다른 사람이 아는 그 사람은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의 삶에서 일어났던 여러 사건과 함께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두루 살피고 다양한 관점을 검토해야 한다. 


후세에까지 수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회자되는 세계적 유명인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유명한 사람일수록 더 쉽게 부풀려지고 왜곡되는 일화 몇 가지로 삶 전체가 정의되어 버리곤 한다. 모차르트도 그중 한 명이 아닐까. 모차르트 하면 대부분이 영화 <아마데우스> 속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희한한 웃음소리를 내며 각종 기행을 일삼던 천재, 그리고 그런 천재에게 어울리는 비참하면서도 의문스러운 죽음. 그 모습은 실제 모차르트와 얼마나 가까울까?


오랫동안 모차르트를 향한 애정을 간직해 온 이채훈 작가는 『모차르트 평전』에서 지금껏 음악의 명성에 비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모차르트의 삶을 조명한다. 무려 800쪽에 가까운 분량이다. 작가는 다양한 사적, 공적 자료를 살핌으로써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라는 사람의 윤곽을 희미할지라도 그려내 본다. 그렇게 드러난 존재는 박제된 음악가가 아니라 실제로 35년을 살았던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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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모차르트가 태어나던 시기부터 시작한다. 일찌감치 아들의 재능을 알아본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교육열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는 모차르트가 여섯 살이던 무렵부터 유럽 각지로 여행을 다니며 아이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애썼다. 이 당시만 해도 음악 천재를 지칭하는 마땅한 단어가 없었기에 모차르트는 ‘기적’으로 불렸다고 한다. 혹자는 레오폴트가 아들의 재능에 과도하게 집착한 아버지였다고 비판하지만, 연주여행 중의 배움과 경험이 훗날의 모차르트를 만들었으니 한 가지 잣대로만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천재는 흔히 불행한 성인기를 보내곤 한다. 35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았던 모차르트의 삶을 두고도 누군가는 비극적인 삶이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모차르트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그 35년이 밀도 높고 열정 가득한 시간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모차르트는 사회를 등지고 골방에 박혀 지내는 천재가 아니라 삶을 최대한 즐기며 살았던 사람이었다. 모차르트의 유쾌한 면모는 여러 사적인 기록들에서 발견된다. 


아내 콘스탄체와 주고받은 편지들이 대표적이다.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몇몇 편지에서 아내를 향한 모차르트의 사랑과 함께 짓궂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호른 연주자 로이트게프의 악보에 남긴 장난기 가득한 낙서들에서는 스무 살 넘게 차이 나는 두 사람의 우정이 잘 보인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이지만 평상시에 춤을 좋아한다고 자주 말하고 다녔다는 일화 역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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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는 시대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저항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봉건사회에서 태어나 신분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사는 동안 프랑스혁명을 경험하며 새로운 세상을 봤고, 가톨릭교였지만 종교의 형식보다는 내면의 신앙을 중요하게 여겼다. 고용주인 콜로레도 대주교와의 갈등으로 당시에는 드물었던 프리랜서 작곡가로서의 길을 걷기도 했다. 이처럼 모차르트는 현재에 안주하고 주어진 것만을 누리기보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아갔던 사람이다. 


책에서는 모차르트가 프리랜서 음악가가 되어 빈으로 돌아온 때를 그의 전성기로 본다. 물론 이 시기 모차르트의 삶에 비극과 슬픔도 있었다. 자식 여섯 명 중 네 명이 어릴 떄 죽었고, 1787년에는 자신을 음악가의 길로 이끈 아버지도 잃었다. 그러나 영아사망률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던 시대에 아이를 잃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 레오폴트의 죽음 역시 당대 평균수명을 생각하면 의아하지 않다. 모차르트는 평범하게 행복했고, 평범하게 불행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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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생애 중 가장 많은 ‘설’이 존재하는 마지막 순간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과는 좀 다르다. 모차르트가 가난 속에서 비참하게 죽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가 죽은 1791년은 주춤하던 일이 다시 잘 풀리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아내와 함께 새로운 큰 집으로 이사를 했으며 작곡도 활발하게 했다. 음악을 향유하는 계층이 왕과 귀족에서 일반 시민으로까지 확장되던 시기로, 모차르트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모차르트가 스스로의 죽음을 예감했다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가 ‘레퀴엠’을 의뢰하러 왔다 간 다음부터 모차르트가 아프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사인으로도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이 책은 모차르트의 죽음을 한 가지로 단정 짓는 태도를 피하며 여러 가지 설을 차분하게 검토한다. 그중에서도 모차르트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쓴 편지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

 

『모차르트 평전』은 내가 지금껏 봤던 평전 중 가장 두꺼운 책이었다. 애정으로 누군가의 삶을 이렇게까지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데 경이로움을 느낀다. 한편으로 나는 클래식을 특별히 즐겨 듣지도 않고 모차르트는 관심 밖의 인물이었기에 이 책이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기도 했다. 걱정도 잠시, 오히려 기존에 인상이랄 게 없었기에 한 사람을 새롭게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읽어갈 수 있었다. 


인간의 삶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천재 음악가라 불리는 사람의 35년 삶도 다른 수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일이 있었고, 나쁜 일이 있었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또 좌절했으며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갔다. 행복하다거나 불행하다고만 말할 수 없는 삶이다. 자신의 삶을 두고 여러 수식어를 붙이며 왈가불가하는 현대인들을 본다면 모차르트는 호탕하게 웃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그를 이제 ‘모차르트’보다 ‘볼프강’이라고 부르고 싶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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