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만의 지도 꾸미기

저는 심심할 때 지도를 봅니다.
글 입력 2023.08.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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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본인이 즐길 수 있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이 취미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그런데 학교 진로 수업 시간이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 [취미] 적는 칸을 보면, 왜 쉽게 써지지 않았을까?

 

뭔가 사소한 것을 적기에는 살짝 눈치가 보이고, 가끔 시간 날 때 하는 것을 적기에는 취미라 말하기 애매한 것 같은. 나도 모르게 취미의 기준을 꽤나 엄격하게 두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문득, ‘음악 감상, 영화 감상, 여행’처럼 누구나 답할 수 있는 그런 취미 말고,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나만의 취미’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음악 감상을 좋아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어떤 가사를 좋아하는지 깊이 파악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에 대해 깊이 파악한 결과, 처음으로 발견한 취미는 ‘공연 정보 찾기’였다.


거의 매일, 공연 정보 사이트에 새로 올라온 공지를 살펴보고, 누가 어떤 공연을 여는지, 페스티벌에는 어떤 아티스트가 나오는지 찾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마음 같아선 모든 일정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시간과 돈이라는 제약에 부딪혀 결국 선택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 슬프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또 다른 소소한 취미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지도에서 저장 목록 추가하기’이다.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공간에 가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나에게 지도는 새로움으로 가득 찬 세계였고, 더욱이 길치인 나는 지도 없이 못 살았다.


핸드폰 앱 중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것을 적으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네이버 지도’를 적었을 만큼 많이 의지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지도를 많이 접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며 혹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속으로 소리 없이 웃으며 미소를 지어 보길 바란다. 그리고 당신의 수많은 취미 중 하나로 저장해 보길 바란다.

 

 


맛집 찾으러 떠나는 지도 여행



나는 네이버 지도 앱을 애용하는데, 앱 기능 중 하나인 ‘저장하기’를 특히나 자주 사용한다.


일단 앱에 들어가 두 손가락을 이용해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천천히 화면을 확대해가며 가게들을 클릭해, 메뉴와 리뷰, 사진 등을 분석한다. 특히 리뷰를 볼 때에는 ‘최신순’으로 정렬하는 것이 나의 팁이자 습관이기도 하다.


리뷰도 꽤 좋고, 기대되는 음식이 있다면 바로 저장 리스트에 올린다. 저장할 때에는 나중에 보기 쉽게 하기 위해서, 지역별로 색깔을 다르게 설정해놓은 리스트에 넣고 있다.


심심할 때 이런 식으로 무작정 지도를 확대하며 찾아보지만, 길을 걷다가 매력적인 장소를 발견하게 될 때도 지도를 꺼내본다. 간판의 이름을 검색하여 장소를 분석하고, 마음에 들면 똑같은 방식으로 저장해 놓는 것이다.


그런데 저장해놨다고 다 가보는 것은 아니다. 취미이기에 일단 이곳저곳 가벼운 마음으로 저장해놨다가, 나중에 그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다시 꺼내보며 참고하고 있다. 굳이 가지는 않더라도, 맛집을 찾았다는 그 의미 자체에 마음이 든든한 느낌이랄까?

 

 


알록달록 지도 꾸미기


 

본인의 스타일대로 다이어리를 꾸미는 ‘다꾸’가 유행했었다. 말 그대로 본인의 취향에 따라 스티커도 붙이고 그림도 그리며 ‘나만의 다이어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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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저장 목록을 늘려나가는 것도 다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지도에 가고 싶은 카페, 식당, 상점, 팝업스토어를 저장하면, 우리나라 지도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저장한 위치마다 별들이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세운 기준에 따라, 또는 지역에 따라 별의 색깔을 달리하면 알록달록한 지도가 만들어지고, 저장 안 한 곳은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나만의 지도’가 완성되어 가고, 이게 뭐라고 뿌듯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때로는 아쉬운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저장해 놓은 곳이 폐업으로 인해 사라져있고, 기대에 가득 차 직접 방문했는데 실망해서 돌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인생에 어떻게 순조롭고 좋은 일만 있겠어!’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즉흥적으로 돌아다녀 보고, 또 다른 새로운 공간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맛집 찾고, 지도 보는 일이 별일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과정 자체가 재미로 다가오고 특히 숨겨진 비밀의 장소를 찾을 때 묘한 감격이 밀려온다. 아무래도 ‘지도에서 저장 목록 추가하기’가 나의 적성을 잘 반영한 취미인 것 같다.


이 외에도 ‘유튜브 보며 기타 독학하기’, ‘도서관 가서 마음에 드는 책 찾기’ 등 취미를 찾아가고 있다. 앞서 말했듯, 이 글을 본 당신 역시 본인만의 색다르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 나가길 응원한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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