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오랜 벗, 모차르트에게 - '모차르트 평전' 이채훈 작가

글 입력 2023.08.21 13: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모차르트 평전 평면 표지 정면.jpg

 

 

아무나 붙잡고 모차르트를 아느냐 묻는다면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 좋아하는 모차르트 곡이 무엇인지 또는 그의 삶이 어땠는지 묻는다면 몇 명이나 답을 할 수 있을까? 이채훈 작가『모차르트 평전』은 모차르트를 안다는 우리의 대답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800쪽이 넘는 분량에서 모차르트를 향한 작가의 깊고 오랜 애정, 위대한 음악가를 넘어서 한 사람으로서의 모차르트를 제대로 알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책을 쓴 그 마음이 궁금해져서 이채훈 작가를 만났다. 예상대로 모차르트를 향한 오래된 마음에 대하여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에게 모차르트는 그저 음악가가 아니라 삶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동반자였다. 이번에 쓴 책은 모차르트의 삶을 다룬 평전이면서 긴 시간 곁에 있어준 모차르트에게 보내는 헌사이기도 하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모차르트의 삶을 써낸 그가 우리에게도 평생의 벗이 되어줄 모차르트를 새롭게 소개한다.

 

 

classical-music-245590_1280.jpg

 

 

“나이를 먹으며 모차르트를 알게 될수록 생각이 바뀌더군요.

절대 가볍지 않고, 모차르트야말로 오히려 인간성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을

가장 순수하고 정제된 형태로 표현하는 음악가라고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간략한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모차르트 평전』을 쓴 이채훈입니다. MBC 다큐멘터리 피디로 30년간 일하며 시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의 ‘제주 4·3’, ‘여수14연대 반란’, ‘보도연맹-잊혀진 대학살’ 파트를 담당했고, 'MBC 스페셜 모차르트', <21세기 음악의 주역,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장> 등의 클래식 음악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국내 저자가 이 정도의 분량으로 깊이 있는 모차르트 평전을 쓴 것은 거의 처음입니다. 일단 많은 음악가 중 왜 하필 모차르트였는지가 궁금했어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모차르트는 늘 마음속에 있던 음악가예요. 하지만 어릴 때는 모차르트보다는 베토벤이었어요. 청력 상실이라는 운명과 역경을 이겨내고 음악을 만든 베토벤에 비해 모차르트는 좀 가벼운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모차르트를 알게 될수록 생각이 바뀌더군요. 절대 가볍지 않고, 모차르트야말로 오히려 인간성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을 가장 순수하고 정제된 형태로 표현하는 음악가라고요.


그렇게 모차르트를 향한 사랑이 마음속에서 점점 자라났어요. 평생에 걸쳐 자라난 이 마음을 밖으로 써서 내놓는 게 언젠가부터 제 인생의 과제라고 여겼죠. 모차르트의 음악이라면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렵지만, 그 삶이라면 글로 쓸 수 있겠다 싶었어요. 베토벤에 대해서라면 저 말고도 잘 써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모차르트는 제가 써야만 할 것만 같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좀 건방지지만요. (웃음)

 

 

그러고 보니 모차르트의 삶은 베토벤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맞아요. 대중에게도 모차르트는 달콤하고 경쾌하고 즐거운 음악으로만 알려져 있는 듯해요. 가끔 전문가라는 이들도 잘못된 해석을 하는 경우를 봐요. 언젠가 모차르트 음악 중 ‘피아노 협주곡 20번 D단조’를 두고 모차르트가 가난에 시달릴 때 작곡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봤는데, 사실이 아니에요. 오히려 모차르트가 자립해서 더 이상 귀족의 취향을 맞추지 않아도 되던 가장 잘나가는 시기에 자기 내면에 있는 것을 진실되게 표현한 음악이에요. 


모차르트의 진지한 면모를 모른다면 이 곡이 의아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모차르트의 삶을 더 알리고 싶어졌어요. 물론 외서 중에도 좋은 책이 있지만, 이왕 마음먹은 거 우리 정서에 맞도록 한국어로 된 책을 쓰고 싶었죠.

 

 

모차르트는 세상을 떠난 지 2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악가로, 여러 미디어에서 자주 회자됩니다. 모차르트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열렬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차르트 평전을 쓴 작가님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일단 익숙해서죠. 정말 다양한 분야에 모차르트의 곡이 사용되거든요. 예를 들어 한 평론가가 모차르트 곡이 나오는 영화를 세어 봤더니 1000편이 훌쩍 넘었다고 해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목록은 추가되고 있을 거예요. 

 

또 모차르트는 당대 식자층이 즐기던 감정과잉이나 젠체하는 음악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탈한 음악을 많이 만들었어요. 그래서 오늘날 들어도 무리 없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뿐만 아니라 모차르트는 우리와 같은 근대사회를 공유하는 사람이기도 해요. 그가 살던 18세기는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와 시민민주주의가 태동하던 때거든요.

 

 

“워낙에 천재로 유명한 음악가라서 그런지

모차르트가 사실은 신들린 노력을 했던 음악가,

열심히 공부하는 음악가이기도 했다는 건 많이 모르는 것 같아요.”

 


역사 속 인물, 그것도 외국인의 평전을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듯해요. 책을 쓰는 과정이 어땠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히려 동시대 인물의 평전을 쓰는 것보다 쉬웠어요. (웃음) 모차르트는 생전에 편지를 많이 썼고, 워낙 유명인이라 연구자료도 많거든요. 기존에 출판되어 있는 영어 서적을 참고하고 모차르트가 주변 사람과 주고받은 편지를 살피며 사실 관계를 정리한 다음, 거기에 제 관점을 담는 방식으로 썼습니다.


편지를 ‘어떻게’ 읽느냐가 어려웠어요. 편지를 제대로 읽으려면 어떤 맥락에서 그 편지를 쓴 건지 시대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하니까 역사 공부가 필요했죠. 일반 대중이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서 전문가도 참고할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을 갖춘 책이기를 바랐기에 그 사이에서 균형 잡는 것도 과제였어요. 그렇게 집필하는 데 1년 남짓 걸렸고, 그 원고를 다시 책으로 만드는 데 또 1년이 걸렸어요. 다 쓰고 나니 속이 텅 빈 느낌이네요.

 

 

이 책을 쓰며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모차르트의 사인 부분입니다.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섣불리 결론 내리기보다 최대한 자세하게 조사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두 소개하려 했어요. 과로로 지병인 류마티즘 열이 악화되어 사망했다는 게 지금은 정설처럼 받아들여지지만, 독살설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독살의 배후로 제시되는 인물도 다양해요. 모든 설을 다 검토하니 모차르트의 사인은 '모른다'고 결론 내리는 게 맞겠더라고요.

 

 

모차르트는 대중에게 괴짜 천재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책에 소개된 모차르트의 일화 중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다면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워낙에 천재로 유명한 음악가라서 그런지 모차르트가 사실은 신들린 노력을 했던 음악가, 열심히 공부하는 음악가이기도 했다는 건 많이 모르는 것 같아요. 저는 천재의 본질이 열심히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창조의 무대로 삼는 노력에 있다고 봐요.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면 모차르트는 집중력도 뛰어났고 노력도 많이 한 사람이에요. 악보가 깨끗했던 것 역시 단번에 작곡해서가 아니라 선율을 악보에 옮기기 전 머릿속으로 치밀하게 생각한 결과죠.


모차르트의 생애에서 큰 사건 중 하나가 콜로레도 대주교와의 정면충돌인데, 이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듯해요. 당시 모차르트는 봉건 통치자인 콜로레도 대주교와 정면충돌을 해서 프리랜서 음악가가 돼요. 콜로라도 대주교가 설득에 실패한 거죠. 이때 대주교 부관이던 아르코 백작에게 말 그대로 엉덩이를 걷어차여서 쫓겨났다는 재미있는 기록이 있어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곡은 무엇인가요? 왜 그 곡을 가장 좋아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가장 단순한 곡이 가장 좋다는 마음으로, 피아노 소나타 중 ‘16번 C장조 작은소나타(쉬운소나타)’ 2악장을 꼽고 싶어요. 중간에 단조로 변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 부분이 정말 좋습니다. 듣고 있으면 이렇게 단순한 선율에 어떻게 이렇게 깊은 슬픔을 담았는지 놀라워져요. 이 곡은 모차르트가 피아노 레슨을 하며 32살에 쓴 곡인데요, 누굴 위해서 썼는지 알려진 게 없어요. 그저 레슨을 위한 연습곡이라고 추측할 뿐이에요. 다시 말해 심혈을 기울인 ‘야심작’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죠. 그래도 이렇게나 좋아요.

 

 

piano-349954_1280.jpg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모차르트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들이 지적인 문명을 가진 존재라면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우리가 완전히 해롭고 나쁘기만 한 존재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모차르트의 곡 중 그의 생애를 알고 나서 들으면 다르게 들리는 곡이 있을까요?


유명한 '레퀴엠 D단조'와 더불어 모차르트의 종교음악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대미사 C단조 K.427'를 추천드려요. 결혼 전, 훗날 아내가 되는 콘스탄체가 아파서 그녀의 쾌유를 빌며 쓰기 시작한 곡인데, 완성이 늦어지며 두 사람의 첫 아기 탄생을 축하하는 곡이 되었어요. 빈에서 결혼한 모차르트는 아내와 함께 잘츠부르크의 아버지와 누나를 만나 이 곡을 발표해요. 모차르트가 직접 지휘를 하고 콘스탄체가 노래를 했죠. 


모차르트는 이 곡으로 자신의 결혼에 반대하던 아버지와 화해하고 싶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죠. 모차르트가 아버지 앞에서 이 곡을 연주하던 순간의 마음과 그 결과를 생각하며 들으면 여러 가지 감회가 듭니다.


‘바이올린 소나타 E단조 K.304’도 들어보시면 좋겠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에 쓴 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고귀하게 승화되어 있어요. 두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악장 끝 코다 부분이 ‘레퀴엠’에 나오는 ‘라크리모사’와 비슷해요. '레퀴엠'을 쓸 때 어머니가 죽던 순간을 떠올렸다고 추측해볼 수 있죠. 이런 내용을 알고 나서 음악을 들으면 분명히 다르게 들릴 거예요.

 

 

책을 쓰며 한 인물을 자세히 알게 되면 자연스레 그 인물과 친해진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작가님이 과거로 돌아가 있는 모차르트를 만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글쎄요.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지 않을까요? 모차르트는 영리한 사람이었지만 처세에 약하고 듣기 좋은 소리도 잘 못 하는 편이라 적을 많이 만들고 다녔거든요. 사실 책을 쓰며 모차르트에 관한 자료를 찾아볼수록 오히려 내가 모차르트를 잘 모른다는 느낌이 강해지기도 했어요. 편지에 쓴 것보다 안 쓴 게 더 많고, 본인이 숨기고 싶은 것은 굳이 편지에 쓰지 않았을 테니까요.


자료를 조사하며 모차르트가 못되거나 어리석게 보일 때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아내인 콘스탄체를 아버지에게 칭찬하기 위해 그 자매들의 흉을 보기도 했고, 결혼 전 여성과의 스캔들을 부인하며 그 여자의 외모를 헐뜯기도 했죠. 또 참 유감이지만 어린이 잡지에 튀르크와의 전쟁 독려 글을 쓰기도 했어요. 그런 순간들의 모차르트 얼굴을 보고 싶어집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18세기를 살았던 모차르트와 공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영화 <쇼생크탈출>에는 인권 사각지대로 악명높은 교도소 ‘쇼생크’를 배경으로 자유를 향한 희망을 놓지 않는 인물이 나와요. 주인공이 교도소 스피커로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 2중창'이 흘러나오는데, 이때 쇼생크의 모든 사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엇는 아름다움과 함께 자유를 느껴요. 이 일로 주인공은 2주간 독방에 갇혔다가 나오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뎠냐는 질문에 모차르트의 음악과 늘 함께 있었다고 답해요. 노래가 실제로 나온 건 아니지만 마음속에, 머릿속에 늘 흐르고 있었던 거죠.


‘피가로의 결혼’은 봉건 신분사회 말미를 살던 모차르트가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며 만든 음악이에요. 그걸 생각하면 영화 속 자유가 억압된 상황에 모차르트의 음악이 인용한 게 절묘하죠. 지금 시대에도 모차르트의 음악은 그런 메시지를 줄 수 있어요. 일상이 재난 상황이 된 시대에도 마지막 희망은 존재합니다. 누군가가 희망을 위해 노력하는데 어떻게 희망이 없다고 말하겠어요.


때로는 문명의 역사가 곧 오욕의 역사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래도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모차르트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들이 지적인 문명을 가진 존재라면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우리가 완전히 해롭고 나쁘기만 한 존재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인류의 자존심 같은 거죠.

 

 

마지막으로, 이 책의 독자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여러 가지로 살기 힘든 요즘 세상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에 담긴 선한 마음과 합리성은 혼탁한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청량제가 되어줄 거예요. 이 책을 읽으며 모차르트를 곁에 두고 좋은 벗으로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김소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6.21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