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대안 영상 페스티벌 관람기 -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네마프2023

글 입력 2023.08.1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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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습한 여름날 페스티벌을 다녀왔다. 물론 시원하고 아늑한 곳으로 말이다.


8월 1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제23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이하 네마프2023)은 ‘국내 유일의 탈 장르 영상미디어 예술축제’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안 영화제로 올해는 40여개국 82편이 상영, 멀티스크리닝 전시된다.


영상 길이도 그렇고 연출면에서 영화관보다는 왠지 미술관에 있음 직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이런 페스티벌이 귀한 이유는 영화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영상을 볼 수 있어서도 그렇지만, 페스티벌 기간 동안 심포지엄이나 GV 같은 행사 참여할 수 있기에 그렇다.


앞서 본 영상을 제작한 작가의 제작 과정을 직접 듣고 질의하며 관객은 보다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본인은 8월 11일 금요일, 프랑스 초기 작품들(프랑스비디오폼1: 프랑스 초기 시절을 돌아보다)과 심사를 통해 선정된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작업(글로컬 부문2: 확장하는 시선)을 관람했다.



개막작_체르노빌22.jpg

 

 

초기 프랑스 비디오를 보기로 결정한 건 사실 궁금해서였다. 흔히 프랑스 영화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뉜다고 알려져 있는데, 과연 정말인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존 샌본의 <액트Ⅲ>(1983)는 속도감이 느껴지고 경쾌한 음악이 동반한 영상이었다. 기본 도형, 가령 원이나 삼각형, 사각형, 큐브가 한데 뭉쳤다가 분열한다.


곧 이어 세계가 단편처럼 등장하는데, 순식간에 달력을 넘기듯이 바뀌고 그 위로 기본 도형이 덧대어지고 해체한다. 결국 난잡해 보이던 세상은 단순하게 원, 삼각형, 사각형, 큐브 안에서 규정된다.


1980년대 프랑스 예술의 개방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존 샌본의 영상처럼 로베르와 세실 등도 비디오의 형식 실험이 주요 목적이지 않았나 싶다. 이들의 영상은 마치 콜라주처럼 실제 찍은 배경 위로 그래픽이나 다른 영상을 합성하고 역재생을 하거나 구간을 반복한다.


즉, 내러티브랄 것이 딱히 없다. 그런 영상을 기대한 관객들은 실망할 수 있겠으나 본인은 초기 비디오아트 작가들이 접했던 매체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


다음 영상들을 보기 위한 전까지 시간이 남아 같은 건물 4층에서 진행하는 전시 《골짜기》를 잠시 관람했다.


뉴미디어 부문 전시로 총 여섯 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모두 우리나라 작가들이 제작한 영상으로 각 작업마다 시사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 진행한 아르코미술관 《일시적 개입》 전시에서도 보았던 김현주와 조광희의 <빼뻘 – 시공을 몽타쥬하다>(2023)도 반가웠지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박한나의 <유령의 풍경>(2022)이었다.


2080년의 디스토피아를 설정하면서 지금도 과학자들이 예견하는 기후 위기의 그 아찔한 상황에 놓인 화자의 관점에서 편집한 영상을 보면 조급한 마음이 든다.



[크기변환]KakaoTalk_20230818_193403419.jpg

 

 

앞서 말했듯 네마프2023에서는 제작자를 실제로 만나볼 수 있다. 저녁 시간에 진행한 ‘글로컬 부문2: 확장하는 시선’을 감상하고 <나는 말이다>(2022)를 제작한 임채린 감독의 GV에 참여했다.


<나는 말이다>는 7분간 선의 움직임이 끊김 없이 진행한다. 몇 장면을 제외하면 색도 거의 덜어낸 채 붓 펜으로 그린 듯한 선들이 형상을 만들어내고 흩어짐을 반복한다. 


영상이 진행될수록 우리에게 익숙한 이중섭의 은지화에 등장하는 아이들과 소가 화면에 들어찬다. 


감독은 우리나라에 만연한 ‘태몽’이라는 소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이전부터 한국 여성의 정체성에 관심이 있었고,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꿈을 풀이하는데 내재한 차별을 끄집어냈다.


가령 딸을 낳을 때 호랑이 꿈은 좋지 않다던지. 그런데 자신의 어머니의 태몽은 호랑이였으며, 자신과 쌍둥이의 태몽은 야생마였다고 한다. 


자조적인 태도에서 비롯한 이 영상은 감독이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에 근현대 유명 여성 작가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그와 반대로 너무나 유명한 이중섭의 그림이 떠올랐다. 


더욱이 넷플릭스의 조던 다큐멘터리에서 그가 형제들과 경쟁하면서 성장했다는 인터뷰로부터 착안해, 그렇다면 자매간의 이야기를 풀어보면 어떨까 하여 만든 ‘논 픽션 애니메이션’이다.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도가 있기에 짐작했던 이야기들을 작업자의 직접적인 해설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매일 알찬 영화 시간표와 프로그램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평소 영화, 비디오아트, 뉴미디어 아트 등 영상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 페스티벌을 추천한다. 

 


사진_공식포스터1.jpg

 

 

[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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