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설렘이 끝나고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 끝나지 않는 세 번째 데이트 [영화]

코로나19가 빚어낸 로맨틱 코미디
글 입력 2023.08.1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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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작 세번 째 만남을 가진 상대와 약 10주가 넘는 시간동안 하루 24시간을 같이 있어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가? 넷플릭스 <끝나지 않는 세 번째 데이트>는 3박 4일 코스타리카 여행을 떠났던 남녀 둘이 코로나19 때문에 거의 세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 지낼 수 밖에 없던 상황에서 벌어졌던 일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우리는 보통 설렘이 끝나야 진짜 사랑이 시작된다고 말하곤 한다. 설렘이 끝난 자리에 시작되는 사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보통 자신의 감정은 타인의 것 만큼 제대로 돌아보기 쉽지 않으므로 타인의 감정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설렘을 느낄 겨를도 없이 세 번째 만남 만에 세 달동안 꼼짝없이 같은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카니와 맷의 이야기를 보며 사랑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려볼 수 있었다. 

 

 


78일 간의 데이트 



카니와 맷은 데이팅 앱을 통해 처음 만난 사이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남만에 코스타리카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자신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인터넷에 꾸준이 업로드 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는 맷은 영화 트레일러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인 반면, 카니는 다소 보수적인 아시안 집안에서 자라왔고, 인터넷에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올리는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이었다. 

 

그런 카니에게 데이팅 앱에서 알게 된 상대와 세 번째 만남만에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부모님에게 솔직하게 어떤 상대와 떠나는 지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고, 그녀 본인도 스스로에게 '이게 맞는 일인가? 위험하진 않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며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떠난 코스타리카, 카니와 맷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린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모든 비행기가 취소되었고 그렇게 카니와 맷은 집으로 돌아갈 비행기가 언제 다시 뜰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낯선 상대와의 여행을 약 3달 간 유지하게 된다. 

 

처음부터 그들이 패닉에 빠졌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당시만 해도 그들은 당황하긴 했지만 조금 더 긴 휴가를 지낼 수 있겠다 정도의 감상만 있었을 뿐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의 비행기 취소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여부가 요원해지자 그들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긴다. 

 

다큐멘터리 중간에 나오는 카니와 맷의 인터뷰에 따르면 둘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여행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설렘이 있었을 뿐, 서로에 대한 경계를 내려놓은 상태는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심지어 카니는 과거의 연애에서 겪었던 아픔 때문에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을 경계했고 그 때문에 더 맷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지는 못했었다고 고백한다. 

 

그런 그들에게 변화가 찾아 온 것은 두 번의 비행기 취소 후 꼼짝없이 둘이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면서 생기는 다툼과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낯선 사람과 공간을 공유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카니와 맷 모두 지쳐갔고,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없이 계속해서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둘 모두 예민해졌다. 거기에 더불어 코스타리카에서 새롭게 구입한 피임약의 품질과 효과를 신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카니의 생리 주기까지 밀리자 상황은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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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에 설렘은 끝나고 사랑이 시작됐다. 더 이상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줄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호감이 바로 설렘이 지나간 자리에서 시작되는 사랑의 모습이다. 카니는 극단의 상황에 예민해진 자신에게 이렇다할 강요를 하지 않는 맷의 모습에 호감을 느꼈고, 맷 역시 자신이 데려온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했음에도 긍정적이고 세심한 카니의 모습에 끌린다. 

 

와중에도 둘을 둘러싼 위기는 계속된다. 새로운 비행기 표 역시 취소되어 나라에게 지원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집으로 돌아갈 날짜가 또 연기되었다. 둘 사이의 관계가 아직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맷이 업로드한 브이로그 때문에 카니는 한순간에 수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게된다. 언론에 공개되는 바람에 카니는 부모님께 사실을 고해야만 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맷이 멋대로 둘의 관계를 커플로 정의내리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는다. 

 

*

 

결국 그 둘이 정식으로 커플이 된 건 무려 78일을 같이 보낸 코스타리카에서가 아닌 미국으로 다시 돌아온 뒤였다. 물론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온 카니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에 신중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찰나의 낭만이 아니라 매일의 현실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국에 감금된 특수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커질 수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세 번째 만남만에 타국에서 78일 동안 시간을 보내야 했던 일은 여느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도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지만 카니와 맷의 정작 사랑이 시작되고 커졌던 것은 그런 비현실적으로 낭만적인 상황이 아닌 매일 매일 현실의 문제를 만나고 해결하고 또 살아가는 와중이었다. 

 

앞서 '설렘이 끝난 자리에 시작되는 사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던 글을 설렘은 찰나의 낭만이지만 사랑은 매일매일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대답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설렘이 아닌 사랑을 하길 바라며.

 

 

[국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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