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색채와 형태의 통합 – 앙리 마티스, LOVE & JAZZ

글 입력 2023.08.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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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LOVE & JAZZ>는 마티스 서거 70주년을 앞두고, 마티스의 영향력을 짚어보기 위해 기획된 전시이다. 판화, 아트북, 포스터 등 15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비록 작품 원화는 존재하지 않지만, 마티스의 컷 아웃 기법을 담은 작품들이 잘 전시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후기 작품들을 주로 보여준다. 전시는 총 4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의 챕터는 ‘하우스 오브 마티스’, ‘재즈’, ‘마티스와 사랑의 시’, '메종 마티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섹션은 마티스 후손의 브랜드 메종 마티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섹션으로, 현재까지도 미치고 있는 마티스의 영향력을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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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재즈.

 

 

마티스는 ‘야수파’ 회화의 대가이다. 그런 그가 컷 아웃 기법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위는 연필이나 목탄으로 선을 그리는 것보다 감각적이다. 색채를 잘라내는 것은 조각가가 석재를 가지고 하는 작업을 연상시킨다. <재즈>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생생하고 강렬한 색채로 된 이 그림은 서커스, 민담, 여행의 추억에서 영감을 받았다."

 

- 앙리 마티스

 

 

마티스는 노년기에 건강 악화로 인해 작업을 지속해 나가기 어려웠지만, 생의 마지막까지 예술을 하고자 했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컷 아웃 기법이었다. 컷 아웃 기법은 종이를 잘라서 붙이는 방식으로, 가위와 종이를 사용해서 콜라주 형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기법이다. 색채를 직접 만들고 그것을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서 배치하는 작업이었다. 제자들이 종이에 물감을 칠하면, 마티스는 그것을 가위로 잘라서 붙이는 작업을 이어 나갔다. 

 

이번 전시에서는,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예술을 하고자 했던 마티스의 열정이 드러나 있다. 마티스는 생의 마지막까지 어떠한 예술을 하고자 했을까? 

 

 
“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난 눈으로 생각한다.” 

 

- 앙리 마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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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이카루스, 1947.

 

 

마티스는 그림을 그릴 때, 시각적으로 생각하고 인식하는 것에 주목했다. <이카루스>는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가 추락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이카루스는 태양을 향해 너무 높이 날아올라 결국 날개를 접착한 밀랍이 녹아 땅으로 추락한다. 추락하는 이카루스의 모습은 빨강, 파랑, 노랑, 검정의 색으로 표현되고 있다. 각각의 색 면은 깔끔하게 분리되어 단일 색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색채와 형태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 색은 형태이기도 하다. 형태를 보여주는 곳엔 필연적으로 색이 있으며, 색을 이루고 있는 것은 형태일 수밖에 없다. 마티스는 컷 아웃 기법을 이용해서 색채가 곧 형태라는 것을 말하기라도 하듯, 색채와 형태의 통합을 보여준다. 컷 아웃 기법을 사용한 마티스의 작품은 하나하나의 개별적 색 면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단일한 색이자 형태로써 존재한다. 색과 형태의 관계에 있어서 ‘컷 아웃’ 기법은 하나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은 무조건 단일한 색이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색이 뒤섞여 하나의 형태를 이룬 것이 아니라, 단일한 색들이 각각 하나의 형태를 온전히 이루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따라서 기존 회화가 갖는, 원화의 유의미성을 반박하기라도 하듯 이 전시는 원화의 느낌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낸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회화의 붓 터치와 질감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페인팅 작업은 물감에서 드러나는 붓 자국의 입체감 등이 중요하지만, 컷 아웃을 사용한 작품은 원화가 아니더라도 고요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관람객은 원화가 아닌 전시지만, 원화와 거의 똑같은 느낌으로 전시를 충분히 즐기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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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가면이 있는 대형 장식, 1953.

 

 

마티스는 그림을 보는 사람이 결국 시각적 이미지로 감각적인 느낌을 전달받기를 바랐다. 따라서 그리는 행위보다 그 표현해낸 이미지가 감상자로 하여금 어떠한 감각을 받는가에 주목하였다. 즉, 그림 그리는 행위보다는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그 표현된 것이 감상자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에 주목한 것이다. 그림을 그리던 시기의 마티스도, 컷 아웃 기법을 사용하던 마티스도 동일했을 것이다.

 

이 전시는 바람에 날아가는 비눗방울처럼 자유로운 예술가의 행보를 보여준다. 물론, 우리가 알 수 없는 곳에서 그의 고민과 갈등, 예술에 대한 탐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압박감과 중압감보다는, 선들을 유려하게 낙서처럼 그렸으며 소박한 컷아웃 기법을 사용하였다.

 

마티스가 얼마나 작업 활동을 사랑했는지, 작품들과 아티스트북인 <재즈>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재즈와 같이 느긋하고 흘러가는 여유로움이 마티스의 후반부 삶이었을 것이다. 물론 병으로 투쟁하는 삶은 고되고 힘들었겠지만, 그의 예술은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자유로웠을 것이다.

 

 

[심선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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