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주인공이 없는 클래식 무도회에 초대합니다! - 고잉홈프로젝트

고잉홈프로젝트가 초대하는 클래식 무도회 속에서
글 입력 2023.08.1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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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창단 연주회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지휘 없이 선보여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고잉홈프로젝트가 올여름 다시 한번 관객들을 찾아온다. 8월 1일, 2일, 3일, 사흘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신(新) 세계>, <볼레로: 더 갈라>, <심포닉 댄스>라는 각기 다른 세 가지의 타이틀과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올해 탄생 150주년과 서거 80주년을 동시에 기념하는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최후작, <심포닉 댄스>를 지휘하는 발렌틴 우류핀은 우크라이나 태생으로 30대의 젊은 나이에 모스크바 노바야 국립 오페라단의 감독으로 발탁되어 각광받는 활동을 펼치다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사퇴하고 거주지를 독일로 옮겨 현재 서유럽을 중심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신성 지휘자다.

 

 

 

#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선율의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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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을 음미하는 모든 순간 가운데는 흥이 남아있었다. 누군가는 힐링과 차분함을 얻기 위해 클래식을 듣는다고 하지만, 나에겐 잔잔한 흥과 즐거움을 남겨주는 것이 바로 클래식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클래식만 들으면 어깨가 들썩이고 고개를 흔드는 작은 왈츠를 추곤 한다. 간혹 조는 것으로 오해하는 지인들이 있지만, 사실은 난 나만의 작은 흥을 춤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정말 클래식을 즐기고 있다는 증거. 그 증거는 내 끄덕임에 달려있다.

 

이번 2023 고잉홈프로젝트의 마지막 공연에 참석했다. 라흐마니노프의 최후작인 <심포닉 댄스>를 중심으로 그 외에도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 서곡과 ‘스피릿 오브 더 와일드 (오보에를 위한 협주곡)’를 감상할 수 있었다. 커다란 공연장에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비올라, 오보에, 클라리넷, 플루트. 그리고 리듬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퍼커션의 하모니. 그 모든 악기들의 선율이 마치 무도회장을 보여주는 듯했다. 다양한 손님들이 모이는 무도회장. 그 무도회장에 천천히 들어서자마자 왈츠는 이미 시작되었고, 다양한 손님들은 이미 그 무도회장을 아름다운 음악과 춤으로 꾸미고 있었다.

 

그 그림이 내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특히 “스피릿 오브 더 와일드 (오보에를 위한 협주곡)”에서는 오보이스트 ‘함경’이 협연을 해주셨다. 오보에를 위한 협주곡이고, 오보에가 주 멜로디를 이루는 곡이지만 이상하게도 오보에와 다른 악기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현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튀지 않고, 튀려고 하지도 않고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악기들이 대단하고 멋있게 느껴졌다.

 

지휘자 또한 한 사람만 집중적으로 보지 않았다. 모든 악기들과 눈과 귀로 소통하며 고잉홈프로젝트 공연의 궁극적인 메시지를 나타내고자 했다. ‘국가와 시대를 구별하지 않고 클래식으로 하나 되는 이 세계’, 그 중심에 2023 고잉홈프로젝트 단원들이 서 있었다.

 

 

(c)SihoonKim-GoingHome-081.jpg

  

 

더불어 마지막 공연을 장식했던 곡 <심포닉 댄스>을 듣자마자 또 다른 그림이 내 머릿속에 그려졌다. 화려한 무도회장에 작은 소란이 일어나 악기 손님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왈츠를 추다가 발이 꼬였을까. 우왕좌왕하던 악기 손님들은 빠른 시간 안에 제자리를 찾았다. 다시 규칙을 찾은 멜로디는 다시 원래대로 복구할 수 있었고, 이 무도회의 주최자인 지휘자 덕분일까. 그의 지휘봉을 따라 손님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연의 마지막, 주최자인 줄 알았던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단원들 속으로 들어가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외쳤다. 자신은 이 공연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From now, we don’t have a solist or a conductor. We are just musicians.”

“지금부터 우리는 솔리스트도 지휘자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뮤지션일 뿐입니다.“

 

 

지휘자인 발렌틴 우류핀이 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이에 들어가기 전 관객들을 향해 외친 말이다. 이 말이 고잉홈프로젝트의 중심 메시지이자, 이 무도회를 마무리 짓는 폐회사이었다. 누구나 뮤지션이 될 수 있고, 그 중심에는 아무도 설 수 없다. 오직 그 중심은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는 뮤지션들의 열망뿐이라는 것이다.

 

나는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지만, 이 공연과 곡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해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감상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문화의 궁극적인 목적이 문화 향유자들에게 커다란 의미가 담긴 액자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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