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랜 기다림, 가장 완벽한 찰나의 합주 - 공연 '고잉홈프로젝트'

글 입력 2023.08.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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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홈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클래식 공연과 꽤 다른 느낌을 준다.

 

여기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클래식 공연', 구체적으로 오케스트라를 꾸린 공연에 관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가장 잘 보이는 중간에 지휘자가 서고, 관객들은 그 지휘자를 중심으로 연주하는 파트의 전체적인 움직임과 음을 맞춘다. 연주되는 곡도 특정 악기가 두드러지긴 하지만, 해당 악기의 파트의 사람들이 전면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고잉홈프로젝트>는 지휘자가 없다. 지휘자가 없으니 기존 클래식 공연보다는 집중이 약간 분산될 것 같지만, 아니다. 이 부분을 좀 더 설명하려면 이 프로젝트의 구성과 기획 부분을 살펴보아야 한다. 고잉홈프로젝트는 여러 곡 중 잘 알려지고 특징적인 파트 여러 개로 구성되어있다. 그 곡마다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악기와 연주자의 이름을 팜플렛에 적어 놓았다. 실제 공연에서도 연주자가 중간에 오거나 일어나서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모은 상태에서 연주한다.

 

짧고 특징적이며 유명한 곡들, 각 연주자의 역량을 최대한 보여주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연의 구성은 관객입장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기 좋았다. 클래식 공연을 듣다 보면, 따로 공부해가지 않은 이상 집중력이 흩어지기 쉽다. 고잉홈프로젝트는 상대적으로 각 곡의 시간이 짧고, 임팩트 있는 부분을 주요한 악기를 중심으로 구성하니 지루할 틈이 없다.

 

하지만 캐주얼하고 즐기기 좋았다는 이유로 각 곡에서 연주자들의 역량이 덜 보인 것은 아니다. 나는 두 번째 날 공연인 볼레로: 더 갈라에 참여했는데, 당일 각 악기를 담당하는 연주자들의 역량이 굉장히 뛰어났다. 그래서 더더욱 그런 역량을 가진 연주자들이 이 먼 곳까지 와서 곡을 연주한다는 사실은 꽤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고잉홈프로젝트'라는, 한국이라는 고향, 한국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는 이유로 이 먼 곳의 작은 나라에 와서 연주를 들려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연주를 들은 날에는 다음 날의 연주자가 급하게 연주를 맡기도 했다. 이 먼 곳에 오는 것도, 갑작스럽게 연주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각 악기의 연주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들만 이야기하겠다. 나는 각 악기가 전면적으로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나서 하나의 곡에서 두드러지는 음악을 이렇게 총정리하듯 들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 이 점에서 <고잉홈프로젝트>는 관람객 대부분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고 본다.

 

호른 협주곡 3번 중 1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또렷한 음의 악기와 부드럽게 쏟아지는 현악기 사이에서 숨이 공간을 채우면서 곡을 꽉꽉 채워가는 호른의 매력이 돋보였고, 이어 들리는 바순 협주곡 2장의 바순은 호른과 비슷하면서도 저음으로 부드럽게 떨어지면서도 또렷한 음정으로 곡을 이끌어가는 매력이 있었다. 바순과 다른 악기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등장할 때는 독특한 활기가 느껴졌다.

 

호른과 바순 다음에는 플루트를 넣었는데, 약간 고음으로 상대적으로 꽉 채우기보다는 빠르게 바람처럼 휘발되는 플루트의 리드는 아주 재밌게 느껴졌다. 플루트가 등장하는 곡은 사베리오 메르카단테의 플루트 협주곡 중 3악장인데, 플루트의 높고 빠르고 지저귀는 특징을 잘 살린 곡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나열한 각 곡은 상대적으로 멜로디의 변형이 크지 않고 그 악기의 매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각 악기뿐만 아니라 특정 악기에 대한 조명이 없는 곡들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였다. 최근 개인적인 이유로 볼레로를 여러 번 돌려 듣고 있는데, 이번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볼레로는 내가 평소에 듣는 것보다 더 화려했다.

 

일반적으로 듣게 되는 볼레로는 상대적으로 적은 악기들을 끼고 진행하는데, 이번 볼레로 공연에서는 -최소한 내가 들어본 볼레로 중- 아주 큰 규모로 진행되었다. 볼레로는 뚜렷한 멜로디를 반복해가다가 천천히 여러 악기가 추가되면서 '독무'에서 '군무'가 되는 구성을 지니고 있는데, 많은 악기가 참여하면서 감상자로 하여금 뜨거운 감동을 하게 한다.

 

볼레로의 마지막 부분의 마무리(세 번 정도 반복되는) 위해 끝까지 기다리는 타악기 파트들도 뭔가 이번 프로젝트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음악이 마무리되기 위해서, 이들은 긴 시간을 버티고 기다리다 음악이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내달릴 때 끼어든다. 그 긴 기다림, 짧은 순간 이루어지는 가장 완벽한 합주는, 누군가가 애타게 그리워 한 '고향'이라고 불리는 이 땅에서 연주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이 순간을 닮았다.

 

공연 <고잉홈프로젝트>는 누구와 와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관람객들이 어떤 사람이건, 이 공연 안에서는 음악과 악기와 가까운 거리에서, 하지만 하나하나 정성 들인 방식으로 교류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연주자들의 열정 덕분이리라.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때로 자취를 숨기곤 하는 고향, 그리고 고전은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우리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공연을 특별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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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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