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멈추지 않는 물결 속 미쳐있는 여자들 - 여전히 미쳐 있는 [도서]

미쳐있는 여자들은 다시 뒤로 돌아가거나 가로막히지 않을 것이므로
글 입력 2023.08.0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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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 45대 미국 대선의 결과는 많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트럼프의 당선은 비단 페미니스트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 모두가 충격을 받을만한 결과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결과였으나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트럼트 대통령 당선으로 비롯될지도 모를 새로운 페미니즘 물결을 맞이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미쳐 있는'의 출판을 택했다. 페미니즘의 역사가 결코 명료하고 명쾌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새로운 담론이 더해졌을지언정 여성 운동의 지향점은 지난 역사 동안 변하지 않았다.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의 시각으로 페미니즘의 물결들을 되짚어보는 것은 세상이 변함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등장하게 될 새로운 담론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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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체성의 페미니스트들



페미니즘의 역사는 1보 전진 2보 후퇴로 비유 될 정도로 다양한 담론을 다루며 복잡한 발전 과정을 가지고 있다. 페미니즘에 속하는 수 많은 담론에서 일관된 방향성을 끌어내기 어렵기도 했거니와, 끊임없는 백래쉬의 위협과 노병처럼 사라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을 미소지니(496P)에 저항해야 했기 때문이다.

 

왜 페미니즘은 '여성 인권' 만을 다룰 수 없었을까?라는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4부 페미니즘을 다시 쓴 1980년대와 1990년대에서 다루는 '교차성'에서 얻을 수 있었다.

 

페미니즘의 역사는 단순하지 않다. 여성이 겪어온 차별의 층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흑인 여성이 겪는 차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흑인'이 겪는 차별과 '여성'이 겪는 차별, 두 가지 층위의 차별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국경 지대의 레즈비언 멕시코계 미국인 여성이라면 고려해야할 차별의 층위는 '국적이 불안정한' '헤테로 섹슈얼에 속하지 않는' '멕시코계 미국인' '여성'과 같이 4가지 층위로 늘어난다.

 

그리고 여성운동의 교차성 이론을 깊게 다룬 토니 모리슨은 여성차별은 단순히 성차별에 국한된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강하게 역설한다.


 

"[여성]운동을 전반적으로 훼손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기 방해" 행위는 페미니스트들이 미국의 성차별주의를 "인종차별주의와 계급적인 위계질서" 안에서 다룰 때에만 멈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두 가지 차별주의를 끊어버릴 때 남성의 우월성은 허물어지고 여성들 사이의 내분의 바다는 다 말라버린다."

 

378p

 


모리슨은 여성 운동에 포함된 교차성을 강조하며 흑인 여성들이 처한 역사적 상황이 백인 여성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과 현저히 다른 문제를 만들어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페미니즘이 보다 더 넓은 층위와 범주의 문제를 다뤄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유연함의 강조는 21세기에 이어지는 페미니즘이 다루는 많은 운동 목표(퀴어, 다국적주의, 트랜스 이슈, 환경 운동, 미투 운동)에 근간이 되었다.

 

비로소 페미니즘 담론이 때로는 서로를 비난하고, 배제하기까지 하는 비효율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는 이유를 알게되었다. 기득권층이라는 이름에 '백인' '남성' '가부장제 문화의 지배/복종 구조'에 걸친 다양한 항목이 속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름 아래에 수많은 층위의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의 여성이 겪는 차별은 여성이 속한 환경의 갯수 만큼 다양할 것이기에 페미니즘 담론도 그 만큼 다양해질 수 밖에 없었다.


*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여성들은 평등을 향한 진전을 이루어왔지만 그 진전은 끊임없이 위협받았던 평탄하지 못한 과정이었다.(480p)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미래는 다른 여성들의 과거가 될 것(478p)이므로 트럼프 당선이라는 절망적인 결과 이후에 우리는 흑인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젊은 여성 정치인 '카멀라 해리스'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다른 여성들의 과거가 될 우리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여성들은 더 많은 목소리를 내며 페미니스트 의식화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이 운동 역시 수많은 반대와 흠집을 내기 위한 부단하고 저열한 활동에 의해 저항받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 더 큰 목소리를 낼 때마다 실질적으로 생겨날 필요가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고 생각한다(479p)는 모이라 도네건 처럼 여성운동은 계속해서 전진할 것이다.


 

"제가 부통령이 된 최초의 여성일 테지만, 최후의 여성은 아닐 겁니다.

 

490p

 

 

카멀라의 말처럼 그녀가 과거가 될 미래에, 페미니즘은 또 어떤 담론을 다루며 나아가고 있을지 기대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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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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