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이건 저의 100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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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트인사이트 PRESS 김인규입니다.
이 글은 제가 아트인사이트에서 기고하는 100번째 글입니다. 아직 대학생이던 어느날 과제에 적을 ‘인사이트’의 정의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한 클릭이 아트인사이트라는 플랫폼과의 첫 만남이었어요. 18기 에디터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보고 마감이 이틀밖에 안 남은 과제를 제쳐두고 10장이 넘는 분량의 지원서와 기고글을 작성하던 어느 날이 떠오르네요.
메모장 한 구석에만 박혀있던 내 글을 누군가 읽어준다는 감각과, 개인 블로그나 브런치에 찍히던 조회수와는 자릿수가 다른 숫자에 설레고 곧이어 마감 압박에 마음고생하던 밤, 컬쳐리스트와 PRESS 지원서를 작성하고 대표님을 만나 커피를 마시며 명함을 건네받던 날도, 처음 문화초대와 PRESS로 현장에 돌아다니던 순간들도 새록새록 합니다.
클라우드를 뒤적여보니 처음 에디터에 지원하던 때가 2019년 10월이고 지금은 2023년 8월의 시작이니 시간이 꽤 흘렀고 많은 일이 있었네요. 5년 동안 글쓰는 일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스스로한테는 큰 자랑이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이름 옆에 붙여 설명할 정체성을 여럿 잃어버렸는데, 여전히 소개할 수식어가 있다는 것도 꽤 기분좋고 즐거워요. 다니던 대학교나 이런저런 대외활동들도, 졸업하자마자 장교로 임관해서 얼마전까지 복무했던 특전사에서의 생활도 이제는 다 지나온 것이 되었으니까요.
그리 대단한건 아니었어도 어느 공간에서의 정체성이 괜히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엔 나를 지켜주기도 하더라고요. 어딘가에 속해있고 어쨌든 해야 할 일을 하고 그런 일상적인 순간들이 삶의 균형을 잡아주고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주기도 하니까요.
아트인사이트 PRESS, 컬쳐리스트, 에디터라는 이름을 달고 저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가 써온 글 중에 관심있는 몇 편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글 쓰는 사람으로써의 정체성은 그간 써온 글들로만 설명할 수 있는 거니까요. 여전히 부끄럽지만 한 문장이라도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저도 100편의 글을 하나씩 살펴봤어요. 지금의 생각으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가능하다면 수정하고 싶을만큼 부끄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 시절의 저를 정리해서 담아둔 흔적들이 있다는게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여러 고민들과 작품과 세상에 대한 짧은 생각들, 작품 뒤에서만 글을 쓰다가 일기장 속 내밀한 영역까지 꺼내와서 글로 나누기 시작하는 변화들을 보다보니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 기둥에다가 해마다 키를 표시하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그 자체로 성장의 기록인거죠.
글을 쓰려고 앉아서 빈 화면을 바라보면 막막해요. 그래서인지 글쓰기의 고통을 토로하는 글도 몇 편 있더라고요. 물론 하고싶은 말을 참지 못해 얼른 써내려갔던 글도 있고, 이번에는 마음속에 담아둔 하고싶은 말을 했다고 느껴 뿌듯한 마음으로 몇번이나 읽었던 글도 있어요.
쉽지는 않지만 글을 통해 말하고싶은 주제가 여전히 있고, 하고싶은 말을 글이라는 형식을 통해 꾸준히 써낼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보다 어릴 땐 하고싶은 말을 척척 멋진 문장으로 써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네요. 지나온 만큼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 그때는 조금 더 마음에 드는 문장을 쉽게 써내고 있길 바라볼게요.
저는 요즘 그냥 쉬운게 좋아요. 단순한게 좋아요. 복잡하고 어려운 것보다 순수하고 투명한 것들이 좋아요. 작은 것에 기뻐하고 싶고 어떤 일에도 쉽게 마음이 흔들거리고 싶지 않아요.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갓 쪄낸 만두를 먹으며 기뻐하고, 온 몸이 젖을 정도로 땀 흘리며 운동하고 커다란 선풍기 앞에 서서 상쾌함을 느끼는, 그런 정도의 작은 행복들로 유지되는 하루였으면 좋겠어요.
그간 인생에 여럿 빅 이벤트들이 지나가고 이제야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는데 이 평온함을 쉽게 빼앗기고 싶지 않거든요. 그 중에는 연애와 누군가를 좋아하던 마음도 있었고, 대학과 군생활 같은 지나쳐야 할 관문도 있었어요. 일해서 커리어도 쌓고 돈도 벌어야 하는데 이렇게 놀고 돈쓰고 배울 생각만 해도 되나 싶긴 하지만, 지나온지 얼마 안 됐으니까 좀만 봐줘 하고 스스로를 설득해보기도 해요.
하고싶은 일을 하는 건 꽤 즐겁더라고요. 아주 오래오래 마음에 담아뒀지만 그만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그걸 굳이 왜 해?라고 물으면 멋쩍게 웃으며 어,, 그냥 하고싶으니까? 라고밖에는 대답하기 어려운 그런 일들이요. 이것들로 직업을 가질 생각도 없고 그런다고 그리 행복할 것 같지도 않은데 지금은 배우는 것 자체로 정말 즐거워요.
지지난달의 나와 이번달의 내가 너무 다른 사람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이런 내가 꽤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기도 하고요. 많은 날의 일기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그냥 그런 모습이 되면 된다고 썼어요. 살고싶은 삶이 있다면 살면 된다고. 저는 이제 그냥 해버리기로 했어요. 우리 모두에게 그럴 수 있는 마음과 용기와 여건이 꾸준히 주어지면 좋겠다고, 쉽지 않은 바람을 꿈꿔보는 중입니다.
편하게 하고싶은 말을 쓰다보니 왠지 대화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네요. 이 글을 읽으실 분이 뭘 궁금해하실까 생각해봤어요. 100번째 글? 이 녀석 제법이네. 생각하신 사람도 있을거고 그냥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라 클릭하셨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결국 제가 그 마음들을 다 알지도 못하고 듣고싶은 이야기를 해드릴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 그냥 제가 하고픈 말들을 하려고요.
제 은밀한 일기장에서 몇가지 문장들을 꺼내어 보여드리고 싶어요. 최근에 누군가 저를 보고 자기가 본 사람 중에 드믈게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정신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줬는데, 좋게 봐준다니 꽤 고마웠지만 ‘내가 일기장에 무슨 말을 쓰는지도 모르고. 바보들’이라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물론 여기에 그런 문장들을 적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일기장이 저에게 은밀하고 솔직하고 진심에 가닿아 있는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2023년 5월 7일 일요일
자고 일어나면 전부 새로운 하루야
어제까지의 내가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내가 될 수 있다
용기만 있으면 돼
행복이든 우울이든
원하는 삶을 선택하면 된다
해야하는 일도 해내고
하고싶은 일도 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질릴 때까지 실패하면서 살아야지
2023년 5월 21일 일요일
어떻게 모든 마음이 다 보답받겠어?
그래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품고
마음껏 시간을 쏟고 작은 열정을 가지고 살아야지
좋은 마음이 담긴 씨앗을 여기저기 뿌리고 다녀야지
그러니 우리 사랑하면서 살자!
사람을, 상황을, 일을, 사는 삶을 전부 다
언제나 그러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날엔 그러자고 다짐섞인 확언으로
언젠가 변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을 붙잡아 상대에게 전해주는 사랑고백같은
그런 마음으로 다짐한다
사랑으로 살아야지
2023년 7월 4일 화요일
좋은 일과 힘든 일은 언제나 켜켜이 쌓여서 일어나고
인간은 한 겹이 아니다. 사람과 인생은 결국
각기 다른 겹을 층층이 올린 크레페 케이크 같은거다.
2023년 5월 16일 화요일
있잖아 나 결이라는 말이 좋다? 피부결 감정의 결 이런거 있잖아
세세하게 나눠져있어 다양하고 고유한 무언가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아.
너라는 사람의 결, 나라는 사람의 결. 고유하게 다른 무언가를 표현하면서도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 듯한 단어가 부드럽게 느껴지지 않아? 수많은 고운 실로 이루어진 원단을 손으로 사라락-하고 쓸어보는 기분이랄까.
2023년 6월 27일 화요일
지나간 시간을 지나치게 낭만화하지 않기
우리는 항상 최선이었잖아?
2023년 5월 16일 화요일
방에 들어와서 아직 밝으면
집중이 잘 안 된다
근데 이제부터는 내 시간이야
이 밤은 나의 자유시간 나의 선택
오늘은 뭘 할까
어떤 걸 읽고 공부하고 먹을까
내 삶과 나라는 사람에 뭘 편입할까
좋은 건 곁에 두고 나쁜 건 밀어내야지
내일을 살 용기를 다시 얻어봐야지
다들 좋은 밤 되라!
좋은 일에 기뻐하고 슬픈 일은 내일을 위한 거름으로 삼고, 용기를 내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요. 서로를 더 사랑하며 살기로 마음을 먹고, 사람들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면서요. 그리고 저한테는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일이 그런 마음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열심히 읽고, 쓰겠습니다.
앞으로의 글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건 제가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어쩌면 지금보다 나은 글을 쓰는 사람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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