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이=철?

피터팬이 부러워
글 입력 2023.07.2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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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딴에는 최신작인, 영화 '엘리멘탈'을 보러 7월 초쯤 가까운 극장을 찾았다. 여기 딸기 바나나 스무디 맛있다. 아무튼.


친구들이 보고 왔다고 간간이 말하는 걸 듣긴 했지만, 그게 보고 싶어져서 극장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재밌다길래, 보고 여운이 한참 남았다는 리뷰 글들이 막 올라오길래. 시간이 남아서 심심풀이로 보고자 했을 뿐이었다.


나는 아직 제대로 된 사랑도, 독립도 해 보지 못한 처지인지라 엘리멘탈 속 내용에 완전히 공감하거나 이입할 수는 없었다. 영화를 보며 확실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엠버가 부모님께 느끼는 부담감 정도였다. 사회에서 어른으로 인정하는 나이가 어느덧 훌쩍 넘어가는데도 제 역할 못하고 있는 것 같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끝날 때쯤엔 괜스레 눈물이 찔끔 나오기도 했다. 나도 언젠가는 엠버처럼 서로를 존중하는 짝꿍을 만나기도 하고, 꿈을 찾아 부모님의 품을 떠나는 날이 오겠지, 하는 막연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먼 미래처럼 느껴져서 말 그대로 막막했던 것 같다. 살면서 꼭 한 번은 다들 겪는 시원섭섭함이라지만 그 순간을 미룰 수만 있다면 죽기 직전까지라도 미루고 싶달까. 부모님이 들고 있던 무거운 돌들 중 내 몫만큼을 뺏어들고 혼자 세상에 나서는 그때 말이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며칠 전 아빠와 나눴던 대화 중 일부다. 오랜만에 독립한 큰 언니가 집에 왔을 때,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점점 갈수록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었다. 그 말을 들은 아빠는, '너 나이 들면서 철 들어서 그래, 그러면 눈물이 많아져.'라고 장난스레 툭, 던졌다.


궁금해졌다. 나이는 철과 같은 걸까?

 

철은 강하다. 그리고 무겁지. 그래, 그런 점에서 철은 나이와 같은 것 같다. 세상에 막 나서는 우리는 강철과 같다. 무거운 발걸음을 떼는 것은 버거운 듯하지만, 자기에 대해 가진 확신은 그 무엇보다도 강하다.


살면서 비도 맞고, 땀도 흘리다 보면 들고 있는 금속이 녹슬 것이다. 조금 가벼워지려나? 모르겠다. 녹슨 것을 들고 있는 내가 자랑스럽지 않고, 녹슨 그것이 마냥 불쾌할지도 모르겠다. 풍기는 쇠 냄새와, 몸에 묻는 녹물 같은 것들이 말이다.


감내하다 보면 철을 드는 힘은 확실히 단련되겠다 싶다. 불쾌함과 무거움이 아무렇지 않아질 때쯤엔, 그 무언가의 존재 따위도 잊게 되지 않을까. '너 정말 철들었다'라는 누군가의 말에 '그냥 사는 거지, 누구 나와 같이.'라며 무덤덤하게 답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난 아직 무덤덤해지고 싶진 않다. 무거운 것을 들어는 봤나?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철을 들면, 나이가 들면, 왜 눈물이 많아질까? 모르겠다.


먼 훗날엔 누군가의 나이를 대신 짊어져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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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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