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에디터는 스스로 미래를 만든다 - '에디터의 일' 김담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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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 앞에서 출판에디터는 종종 말문이 막히곤 한다.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업무로 볼 것인지도 모호할뿐더러 하나하나 이름 붙이기 어려운 일이 책 만드는 과정에서 무수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모든 걸 압축한 “책을 만든다”라는 대답 앞에서 출판에디터의 일은 단순하고 납작해질 때가 많다. 20여 년간 출판에디터로 살아 온 김담유 작가는 『에디터의 일』에서 이처럼 다들 궁금해하고 때론 본인도 설명하기 어려운 에디터의 일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들여다본다.
책은 출판에디터로 살아온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만 거기서 얻어낸 통찰은 출판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무한한 정보의 시대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에디팅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만드는 결과물의 최종 형태가 책이든 아니든, 좋은 에디팅은 사람들의 필요를 발견하고 그것을 충족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내 절묘하게 연결한다. 그런 의미에서 에디팅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술이다.
지난 13일, 김담유 작가를 만나 책을 바탕으로 에디팅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눌 수 있었다. 20년은 우연히 업계에 발을 들인 초보가 어느덧 베테랑이 되어 일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과 노하우를 갖추게 되는 시간이다. 2시간을 훌쩍 넘긴 인터뷰에서 시간이 빚어낸 내공이 빛났다.
연결하고 창조하는 사람, 에디터
작가님, 안녕하세요.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년 넘게 에디터로 일하며 책을 만드시다가 이번에는 작가로서 책을 내셨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담당 에디터가 일하는 모습이 제가 책에서 얘기한 미래의 에디터 상과 비슷해서 신기했어요. 단순히 원고 잘 고치는 편집자에 머물기보다 발견하고 연결하며 대변하는 편집자로서 존재감이 크더군요. 초고는 다소 무겁고 관념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좋은 에디터를 만나 잘 읽히는 책으로 거듭난 것 같아요. 담당 에디터와 의논 끝에 병렬적으로 나열했던 10가지 주제를 네 가지 테마 ‘욕망, 감별, 연결, 노동’으로 나누었죠. 마지막 파트에 인터뷰를 추가한 것도 담당 에디터의 제안이었어요. 덕분에 편집 노동의 현장감이 잘 살아난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출판 편집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편집’을 ‘에디팅’으로, ‘편집자’를 ‘에디터’로 바꾸자고 제안해주기도 했어요. 처음엔 편집, 편집자라는 단어를 고집했는데 담당 에디터의 말을 따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덕분에 타 분야 에디터들과도 접촉면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책 소개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에디터의 일』은 어떤 책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에디터의 일』은 책 만드는 에디터들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책이자, 이 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이들이 갖춰야 할 덕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책이에요. 과거의 저는 저자의 수행원이자 출판사의 대리인으로 일했어요. 강력한 두 주체 사이에 끼어 납작한 모습이었죠. 이 일을 오래 지속하려면 나의 일에 관해 좀 더 입체적인 담론을 형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자의 글을 다듬어 책으로 완성하는 일을 넘어서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일, 판을 바꾸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까지를 에디터의 일로 보았습니다.
책 만드는 법에 대한 매뉴얼을 책으로 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성격의 책은 아니라서 신선했어요.
세세한 실무 능력은 에디터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그때그때 습득하는 ‘스킬’에 가까워요. 그걸 목록화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봤어요. 그보다는 에디팅의 본질을 좀 더 파고들면서 업계 바깥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태도를 고수해야 오히려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무언가를 기획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이 적중해서 신기했어요.
책을 내고 나면 독자 반응을 보는 재미가 있을 듯해요. 에디터로서 독자를 만나는 것과 작가로서 독자를 만나는 건 비슷하면서도 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책을 내면서 글이 원고가 되고 원고가 책이 되어 독자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어요. 글은 온전히 저자의 것이라면, 에디터가 그걸 묶어 책으로 만들겠다 결정하는 순간부터는 원고가 돼요. 원고는 저자의 것이면서 에디터의 손을 거쳐 책이라는 형태로 독자에게 넘어가죠.
책이란 바로 이 과정 전체를 가리키는 개념이자 사물이에요. 책 자체가 이런 소통의 과정, 프로세스라는 걸 실감했어요. 그리고 책은 독자가 없다면 완결되지 않는 세계라는 것도요. SNS에 올라온 독자들의 리뷰를 보니까 비로소 이 작업이 마무리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에도 썼듯이 저자는 글을 쓰고 에디터는 책을 만들지만, 책을 계속 살아남게 하는 힘은 독자에게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어요.
그러고 보니 출간 후 북토크도 하셨죠.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제목을 ‘에디터의 일’이라고 지어서인지 다양한 분야에서 오셨어요. 오히려 출판 에디터분들은 별로 없었어요. 어느 유명 회계법인의 인사 담당자분이 기억에 남아요. 사람을 발견하고 연결한다는 점에서 에디팅은 인사 일과도 접목되는 부분이 많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또 학교 선생님, 지방직 공무원, 은행원, 회계사, 자영업자 등 에디팅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시는 분들도 재밌게 읽었다고 해서 신기했습니다.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출판업에 적응하고 살아남기까지를 좌충우돌 성장담 형식으로 글을 써서 그런 것도 같아요. 일이란 건 누구에게나 고된 현장이지만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고, 아울러 그런 분들과 ‘통’하는 책이 되어 더 기쁩니다.
책 만드는 일의 이모저모
이 책을 읽다 보면 에디터, 특히 출판 분야의 에디터는 외로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 일 때문에 힘들 때 기분 전환을 위해 작가님이 하시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외로울 때가 많아요. 특히 제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입장일 때 더 그래요. 그 결정으로 몇억에서 몇십억이 오가는 판이 깨지고 사람들이 흩어지는 걸 감당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마음이 복잡하고 흔들릴 때면 다 제쳐두고 원고를 읽습니다. 투고된 원고든 지금 교정 중인 원고든 붙잡고 있다 보면 차분해져요.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 상태가 되죠. 연결하고 발견하는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됩니다. 저를 지탱해주고 중심이 되어줬던 건 늘 원고였어요.
여행과 트레킹도 좋아해요. 일상에서 즉흥적인 여행을 자주 떠나요. 버스 종점 탐방이나 지하철 순환선 독서 등. 젊을 때는 무모한 여행도 많이 했고, 6개월 단위로 자취방을 옮겨 다니기도 했어요. (웃음) 저는 낯선 곳에 몸을 던져야 기운과 영감이 회복되는 사람이더라고요.
에디터는 여러 사람 사이를 조율하고 연결하는 소통 담당자이기도 하죠. 책을 만드는 일 자체보다 사람과의 소통이 더 어렵다는 에디터도 많은 것 같아요. 이 일을 오래 하신 작가님만의 ‘소통 팁’이 있다면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일로 사람을 만날 때는 내가 누구와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지 목적의식을 분명히 가지려고 애써요. 그렇지 않고 되는 대로, 좋은 게 좋다는 태도로 일하면 프로젝트가 망가져요. 지금 당장은 좀 불편하고 까칠한 사람으로 인식되더라도 ‘우리의 일’을 성공시켜야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만난 능력자들은 대체로 이런 분별력을 갖추고 있었어요.
누구를 만나든 장점을 찾고 칭찬하려 노력하는 것도 팁이에요. 원고를 예로 들면, 처음 읽는 원고는 낯선 세계죠. 당연히 백 퍼센트 동의하고 공감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한두 개쯤은 있어요. 그걸 무조건 찾고 그 장점에 집중해야 해요. 그렇게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레 좋은 에너지가 생기고 상대방과의 교집합을 키워나갈 수 있어요.
또, 가능하면 면대면으로 소통하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꼭 얼굴을 볼 필요 없는 협업자와도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와 끝마칠 때는 직접 만나려고 해요. 아무래도 직접 만났을 때만 생겨나는 에너지가 있거든요. 우리 일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에서 뜻밖의 소득을 얻을 때가 많아요. 이런 시간들이 쌓여야 에디터의 자산이랄 수 있는, 관계의 생태계가 건강해진답니다. 출판업은 결국 사람이 자산인 업이에요.
일을 하다 보면 에디터의 일이 어디까지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 않나요. 저자의 원고 또는 번역가의 번역에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 그 기준선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저자마다, 원고마다 다릅니다. 케이스바이케이스(case by case)죠. 이걸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특수한 학술 분야 전공자가 쓴 원고라면 저자의 영역을 반드시 존중해야 합니다. 동시에, 원고는 책이라는 형태로 독자에게 도착해야 하니까 타깃 독자가 누구인지 따져봐야 해요. 독자가 해당 학문을 깊게 공부하는 대학원생이나 연구자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일반 대중을 포함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디까지 개입할지는 이 선이 분명해져야 가늠할 수 있어요.
소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학술서라면 저자의 영역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문헌적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면 돼요. 하지만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서라면 에디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어요. 개념적이고 관념적인 문장은 풀어줘야 하고 독자가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용과 형태를 제시해야 하죠. 어디를 뺄지 또 어디를 보완할지, 이런 부분을 에디터가 ‘귀신처럼’ 잡아내면서 원고를 잘 요리하면 저자도 결국 에디터에게 의지해요.
내공이 담긴 답변들이에요. 작가님은 출판 일을 아르바이트를 계기로 우연히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24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책 만드는 일은 작가님께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예전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강했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세계의 모습도 확고했어요. 그래서 외부에 마음을 잘 열지 않았죠. 책을 만들다 보니 좀 더 현실에 발을 딛고 살게 됩니다. 책을 만들면서 전혀 모르던 세계를 만나고 준전문가 수준으로 알게 된다는 점은 이 직업만의 축복 같아요. 지루할 틈이 없어요. 그래서 고되기도 하지만요.
에디터로서 작가님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요즘은 경제적 자립이 화두입니다. 조직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내 출판을 시작하자고 결심했고, 그러려면 최소한의 자본이 필요하니까요. 혼자 일하다 보니 하루의 루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도 주된 관심사예요. 거의 매일 집에 있다 보니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태가 될 때가 많아요. 아니 스물네 시간 거의 쉴 틈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 일하는 사람의 습관이나 철학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요.
‘에디터의 눈’으로 볼 때, 요즘 눈에 띄는 베스트셀러가 있나요? 어떤 책인지 궁금합니다.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이에요. 천억 원대 자산가인 세이노(필명)라는 사람이 큰돈을 벌 수 있었던 자기만의 태도와 철학을 공개한 책이에요. 탄생 배경이 독특해서 눈이 갔어요. 암암리에 세이노의 글을 읽고 감응한 팬들이 제본서로 만든 게 시작이었다지요. 그렇게 구전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던 원고를 모두 묶어 공식 출판했는데, 736쪽짜리 종이책은 7,200원에 판매하고 전자책은 무료로 배포하고 있어요. 저자도 출판사도 모든 노하우를 거의 공짜로 풀고 있는데, 그 배경과 의도가 궁금했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선 누구나 경제 자유인을 꿈꿔요. 이 욕망을 대변하는 책은 대체로 베스트셀러가 되죠. 이 책도 마찬가진데요, 단순히 재테크 노하우만 알려주었다면 사람들이 이렇게나 주목하지는 않았을 듯해요. 인간의 본성과 자본의 속도가 같지 않다는 데 오늘의 비극이 있을 텐데요,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 같아요. 자본주의와 양립하되 침해받지 않을 자신만의 세계를. 그런 면에서 뭔가 실제적인 힌트를 주는 책이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둘러싼 지식인들의 상반된 반응을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에디터의 방식대로 그리는 미래
인터넷상에서 사실과 상관없이 자극적인 정보가 인기를 얻고 주된 담론을 형성하는 걸 자주 봐요. 독서 인구도 많이 줄어들었고요. 그러다 보면 에디터로서 무력해질 때도 있지 않으신가요. 작가님은 이 일을 어떤 마음으로 계속하고 계신가요?
저도 이런 세상에서 제 자리가 없는 것 같아 위축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지곤 해요. 그런데 이 책을 쓰고 나서 조금 달라졌어요. 기자님이 질문하신 내용은 제 책에 실린 인터뷰 말미의 ‘자본주의 시대에 에디터가 설 자리’에 대한 답과 연결돼요. 많이 팔리는 책엔 분명 마케팅과 자본의 힘이 작용하지만, 대중의 니즈와 무의식을 반영하는 에디팅이 우선한다는 얘기요.
예전에는 제 일의 미래가 외부에서, 타인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인 줄 알았어요. 『에디터의 일』을 쓰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이 일을 멈추지 않으면 된다는 사실을 알았죠. 그냥 작은 깨우침일 뿐인데 심리적으로 상당히 안정되고 마음의 중심이 확고해졌어요. 설령 제가 굼벵이 걸음으로 10미터밖에 못 간다고 해도 누군가 그 길을 이어서 걸을 테지요. 그걸 믿고 저는 제가 갈 수 있는 만큼만 가면 돼요. 저만의 호흡으로, 천천히, 즐기면서. 이것이 자본주의의 속도를 이기는 유일한 길 같아요. 자기 호흡, 자기 루트.
그렇게 생각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몇 년 전에 투병 생활을 하면서 한동안 일을 못 했어요. 업계를 떠날 생각까지 했죠. 그런 상황이 되니까 오히려 제 안에서 굉장히 강한 욕망이 솟더라고요. 늘 떠나고 싶어 안달하던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스스로 그만둘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그만두는 거라면 몰라도 일을 이런 식으로 빼앗기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시 한번 책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설립한 출판사에서요.
작가님이 앞으로 만들고 싶은 책은 어떤 책인지도 궁금합니다.
제 출판사 캐치프레이즈처럼 ‘앎이 삶이 되는 지혜의 숲’을 가꾸고 싶어요. 사람들의 지식과 정보가 각자의 몸이나 삶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그래서 생겨나는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자연(Nature), 생명(Life), 영성(Spirituality)이라는 주제와 시(Poetry)와 에세이(essay)라는 장르에 주목하고 있어요. 출판 카테고리 안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할지는 세부적으로 더 고민하면서 만들어나가야 할 것 같아요.
요즘 만들고 있는 책 두 권을 말씀드리면, 하나는 일종의 아카이빙 시집을 구상하고 있어요. 묵혀둔 시가 적어도 100편 이상인 시인을 대상으로 묵직하고 고급스럽게 만들고자 해요. 시집은 얇아야 한다는 통념에 도전하면서, 적어도 100편 이상의 작품이 서로 연결되고 확장하면서 서사시나 장편소설 같은 세계관과 호흡을 보여주는 시인을 발굴하고 싶어요. 등단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요.
다른 하나는 지향하는 세계관과 삶의 궤적이 조화로운 인물을 많이 알리고 싶어요. 그중 오지탐험가이자 심리치료사였던 박상설 선생님의 절판된 에세이를 되살리고 있어요. 자연의 회복력과 치유력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여러 방면에서 활동해온 분이죠. 과거에 이분과 『잘 산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책을 만들었는데 어느새 절판되었고 선생님은 93세를 일기로 자연으로 돌아가셨어요. 개정판을 만들어 선생님 영전에 올리고 나면 그다음 길이 보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디터의 일』을 집어 든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기서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무척 얇습니다. 문고본 168쪽, 두세 시간이면 다 읽습니다. 끝까지 한번 읽어봐주세요. 책 만드는 일이 너무 좋아 꿋꿋이 달려온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생계 수단으로 어찌저찌 이어오는 가운데 이 일을 좋아하고 이해하게 된 사람의 좌충우돌 이야기예요. 꼭 내 이야기 같다 느껴지실 겁니다.
아울러 일의 힘, 일의 주권에 대해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책 118쪽에도 적었듯이, 흔들리고 꺾이고 주저앉는 일들의 연속이 ‘인간이 삶’이라면 다시 일어나 걷고 뛰고 날아오르는 것은 ‘인간의 일’이라는 것을요. 나의 일, 나의 업을 소중히 보듬으면서 삶이 더 풍요로워지시길 빕니다. 저도 그럴게요.
[김소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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