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애를 하지 않아도, 사랑은 있다 - 영화 '보통의 카스미'

카스미는 보통이 될 수 있을까?
글 입력 2023.07.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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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흔한 대화의 소재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만나는 사람이 있냐고 묻는 건 한국 사회에서 자주 보고, 연애하지 않는다면 왜 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연애 예능에도 관심이 없고 연애도 관심 없다. 왜 떠나는 사람을 보통이라 생각하고 남는 사람을 이상하다고 생각할까? 세상은 이상하고 사랑은 모르겠다.


<보통의 카스미>의 주인공 카스미도 비슷하다.

 

카스미는 연애도, 사랑도 관심 없다. 에이섹슈얼(무성애자)와 가까워 보인다. 친구 따라 어쩌다 미팅 자리에 나간다. 흔하게 서로가 좋아하는 걸 물어보고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카스미는 조금 다르다. 앞에 있는 남자들보다 눈앞에 놓인 음식의 젓가락질이 더 중요해 보인다.

 

카스미가 영화와 톰 크루즈를 좋아한다는 말에 톰 크루즈의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하냐고 한 남자가 묻는다. 그녀는 “<우주전쟁>이요”라고 답한다. 다른 영화에서는 미션을 완수하거나 폭탄을 제거하는 목표를 가지고 뛰는데 이 영화에서는 살기 위해 뛰어서 좋다고 한다.

 

아마도 카스미는 톰 크루즈가 본능에 충실한 것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바로 생존 욕구다. 매슬로의 욕구 이론에서 가장 아래층에 위치한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다. 의식주처럼 삶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욕구다.

 

그럼 사랑은? 성욕은 생리적 욕구일까? 다시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를 보면 사랑은 3단계 ‘애정과 소속의 욕구(need for love and belonging)’에 속한다. 매슬로는 하위 계층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계층 욕구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키스미는 부족한 게 없어 보인다. 시종일관 담담하고 차분하다. 카스미의 ‘애정과 소속의 욕구’는 다르게 채워진다. 그는 연애만 하지 않을 뿐 일을 다니며 1인분의 삶을 하고 엄마와 연애 다툼을 하지만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편이다. 동생도 언니에게 관심이 많다. 그녀에게 사랑이 없다고 말하기에는, 연인 간 사랑만 존재하지 않을 뿐 이미 주변에는 다양한 꼴의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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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나 한국이나 사람이 살면서 ‘공부-취업-결혼-육아’의 허들을 넘는 긴 마라톤을 달려야 한다고 믿는다. 보통을 달성하기 위한 트랙이다. 그 트랙에 벗어나면 설명해야만 하는 갈등을 겪는다.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인데 내가 왜 보통 사람이 아닌지 설명해야 한다.

 

카스미는 설명할 수 없어서, 혹은 하고 싶지 않아서 엄마가 강제로 시키는 선도 나가고 친구인 마호와 동거를 꿈꾸기도 했다. 보통을 달성할 수 없으면 보통과 비슷한 삶을 꾸리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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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의 다름을 항상 사과로 무마했다. 선 자리에서 만난 남자가 키스하려고 했을 때 거절하고 사과한다. 그림 연극 영상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신데렐라에 녹인다. ‘왜 왕자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지?’ 아이들은 가만히 있는데 뒤에 앉아있는 학부모가 더 놀란다. 그런 반응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중간에 영상을 중단한다. 그리고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마호가 카스미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고 화낸다. 마호 같이 자신과 다를지라도 같은 편이 되어주는 사람 덕분에 보통에 속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사과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말할 용기를 받는다. 그리고 카스미는 가족에게 말한다.

 

“난 연애도 안 하고 싶고 애초에 그런 감정도 없고 혼자서 살 수 있고 그게 쓸쓸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불행하게 느낀 적도 없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이게 나인 걸 어떡해?”

 

내 존재에 대해 부정당하는 기분은 어떤 감정으로도 대체되기 어렵다. 세상이 나 같은 사람은 바라지 않는구나 내가 이상한 게 맞는다고 느낄 때마다 위축되기 쉽다. 하지만 그런 보통만 존재하는 세상은 재미없다. 존재 의미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 세상이 더 재밌다.

 

카스미가 <우주전쟁> 속 톰크루즈처럼 거리를 마구 뛰어갈 때 마침내 자유로워 보인다. 카스미 같은 보통도 있고, 보통의 범주가 더 넓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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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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