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f(x)와 Glitter [음악]

사랑은 묻고 정의하는 과정
글 입력 2023.07.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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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


 

1311.jpg
출처 : SM 엔터테인먼트

 


조금 이상한 듯 어딘가 톡 쏘는 맛의 f(x)를 기억하는가. x의 값에 따라 결과가 변하는 수식처럼 매번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 신비로운 소녀들 말이다.


데뷔 초에는 통통 튀는 가사로 갈팡질팡하는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표현했고, 정규 3집 'Red Light'를 통해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음악적 변신을 꾀했다. 정규 4집 '4 walls'에 이르러 기존의 f(x)의 색 위에 세련되고 감성을 얹으며 더욱 정교해진 음악으로 돌아왔지만, 그 이후로 활동이 뜸하다는 점이 아쉽다.

 

 

 

사랑은 의문과 정의


 

f(x)의 색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f(x) 특유의 '사랑 탐구'를 생각했다. 같은 사랑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피노키오의 가사가 특히 그런데, 다른 노래에서도 사랑은 짜릿한 'X'이며, 의문과 정의의 대상으로 기능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궁금투성이의 너 (딱 꼼짝마라 너)

조각조각 땃따따 꺼내보고 땃따따

맘에 들게 널 다시 조립할거야

- 피노키오 가사 중에서

 


가만 생각해보면 f(x)는 늘 제자리에서 사랑을 조각내고 뜯어보고 있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낯설어하던 'NU ABO',첫사랑의 쓰라린 감정과 설렘을 비유한 '첫 사랑니', 그리고 'Red Light'에서 '진짜 사랑이란 아주 느린 파동일지도 모른다'며 다시 사랑을 정의하는 모습이 그러하다.

 

f(x)가 유독 여운이 남는 아이돌 그룹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여운을 빌미로 유난히 내 귓가에 맴돌았던 4 walls의 수록곡 두 곡을 살펴보겠다.

 

 

 

2번 트랙 Glitter


  

  

 

별의 탄생은 강렬하다. 막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눈부신 느낌표로 가득 찬 세상 위에 서있다. 탄성을 내지르기도 하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언어를 동원해 감정을 내뱉고 싶으니 말이다. 내게 'Glitter'가 그런 느낌표 같은 곡이었다. 가사에 사용된 단어 하나하나가 주는 충만한 빛의 이미지가 유독 반짝거렸다.


 

밤하늘 위 빛이 휘어진 순간

문득 너울진 별이 충돌한 그 밤

불꽃놀이처럼 반짝 내리던

금색 섬광 속 널 발견해낸걸

 

- Glitter 가사 중에서

 

 

'4 walls'의 두 번째 트랙 'Glitter'에서도 사랑에 대한 탐구가 이어진다. 다만 일종의 선언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추상 공간으로 끌어냈다는 점이 기존의 노래들과는 다르다. 'Electric Shock'가 쨍한 색감의 느낌표를 쏟아붓듯 내뱉는 느낌이라면, 'Glitter'는 별이 탄생하는 순간의 황홀경을 은유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섬찟 빛나는 유리 화살같은 도입부도 이 곡의 포인트다. 크리스탈 특유의 귀를 사로잡는 단단한 음색은 'Glitter'의 첫 인상을 정말로 '금색 섬광'으로 변화시킨다. 

 

 

 

4번 트랙 X


  

 

 

4번 트랙 X는 멤버들의 간드러진 보컬과 신스 베이스 사운드가 특징인 신스팝 곡이다.

 

나는 3번 트랙 'Deja Vu' 뒤에 'X'가 이어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Deja Vu'에서는 그와의 만남을 계속해서 되돌아보지만 'X'에서는 몸이 저리고 녹을 것 같다며 다소 본능적인 가사를 계속해서 내뱉고 있는데, 사랑에 꼼짝없이 사로잡히면서도 감정의 주체는 본인에게 놓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기억 속의 흔적을 따라

네 모습을 찾아야 해

내 머리보단 느낌을 따라

너를 담아내 너를 찾아내 

 

- Deja Vu 가사 중에서

 

 

손끝이 또 닿았네 순간 온몸이 저려

손끝에서 머리로 온갖 상상이 흘러

찰나였던 촉감은 참 예쁜 분홍빛

 

- X 가사 중에서

 

 

진정이 안 되고, 녹을 것 같다는 가사를 통해서는 NU ABO에서 '나 어떡해요 언니?'라고 묻는 데뷔 초의 에프엑스를 떠올릴 수 있었다. 둘 다 엠버 파트라는 점은 어떤 의미였을까. 사실 별 의미 없을 수도 있지만 f(x)가 내게는 중학생 시절을 지탱하는 큰 의미니까 의미가 있든 없든 사실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의미다.

 

NU ABO와 X 사이의 시간적 간극은 5년인데, 여전히 사랑이란 늘 새롭고 생경한 감각인 걸까.

 

 

 

이유빈.jpg

 

 

[이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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