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두의, 그리고 나의 바다를 유영하기 - 화가가 사랑한 바다

저마다의 바다는 어떤 모습을 품고 있을까
글 입력 2023.07.1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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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사랑한 바다_표지(평면).jpg

 

 

(···) 바다는 화가의 내면에서 여과되어 각자의 사연을 품고 캔버스에 칠해졌습니다. 같은 바다는 없습니다. 모두 각자의 바다를 가지고 있었죠.

 

_ p. 5 프롤로그

 

 

기억 속의 바다는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다. 물놀이하거나,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던 장면 이외에도 고즈넉한 정자에 앉아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눈에 가득 담았던 순간이 떠오른다. 이마저도 꽤 오랜 시간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은 불쑥 이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이를테면 바다를 주제로 한 노래를 듣고, 바다가 배경이 되는 글을 읽고 그림을 보거나, 바다와 관련된 영상을 시청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윽고 실제로 바다를 마주할 때면 이른바 '나의 바다'도 또렷해졌다. 

 

"화가들에게 '바다'란 무엇이었을까?"

 

화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위로의 공간이 되어준 '바다'는 낭만적이거나, 때로는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겨 바라본 바다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겁고,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이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바다와 관련된 경험의 어느 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면 <화가가 사랑한 바다>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눈 앞에 펼쳐진 그림과 '정우철 도슨트'의 해설이 더해진 책 속의 101가지 이야기는 '바다'를 주제로 한 전시를 관람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누군가에게는 공감 어린 시선이, 또 다른 이에게는 미지의 바다를 탐험하듯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그림 속을 유영하고 있다. 

 

 

 

푸른빛으로 가득한 행복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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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Raoul Dufy (라울 뒤피)'의 전시와 관련된 소식을 들으며, 우연히 포스터 속 그림을 보게 되었다. 푸른 바다와 그곳을 떠다니는 배. 첫인상은 어딘가 마음이 편안해졌다.

 

<화가가 사랑한 바다>에서 만난 그의 그림에서도 역시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는데, 저자의 글에서 작은 단서들을 발견해나갔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항구도시 '르아브르'에서 태어난 라울 뒤피는 '바다'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에게 바다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누군가는 바다를 보기 위해서 먼 거리의 여정을 떠나지만, 뒤피에게 있어서 고향의 풍경은 바다, 그 자체이기 때문에 정말 일상처럼 보이는 바다가 어떤 느낌이었을지 사뭇 궁금해졌다. 

 

늘 아름다운 바다를 눈에 담아서 그런지 그림에서도 밝은 색채와 함께 특유의 경쾌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바다만큼이나 그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요트경기는 청량한 날씨만큼이나 기분 좋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바다를 마주한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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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par David Friedrich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는 19세기 초기, 독일 낭만주의 회화에서 중요한 화가이다. 특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은 그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인데 한 인물의 뒷모습에서 고독, 외로움 등의 심상이 떠오른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 옮겨보면, 자연 앞에 선 뒷모습은 뜻하는 바에 대한 어떤 결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진정한 예술작품은 특별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_ p. 72 카사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그래서인지 삶의 전반에 깊게 드리운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의 슬픔만이 아니라, 내면의 세계와 진정으로 마주할 수 있는 본연의 의지가 드러난다. 더 나아가서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대상과 삶을 바라보는 태도나 심리 또는 분위기를 의미하는 '낭만'과 특별한 감정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한 그의 예술관이 맞닿아 보인다. 

 

앞으로 바다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는 프리드리히의 또 다른 작품 《바다 위의 월출》을 떠올릴 거 같다. 바다와 오롯이 마주하는 순간, 그의 말처럼 특별한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오지 않을까? 

 

 

 

추상화, 새로운 바다와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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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직선과 직선의 조합. 추상의 대표적인 화가인 'Piet Mondrian (피에르 몬드리안)'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앞선 설명은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성은 그가 남긴 '바다'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우선 '구상'은 구체적인 형상이 있다는 겁니다. 여러분이 그림 앞에 섰을 때 화가가 보여주려는 게 무엇인지 알겠다면 구상입니다. 그게 사람이든 의자이든 그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그와 반대되는 것이 '추상'이죠. 추상화 속에서는 어떤 구체적인 형상을 찾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게 뭘 그린거야?'라는 생각이 들면 추상입니다.

 

_ p.66

 

 

그림을 감상하면서도 막연하게 알고 있던 그 의미를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추상은 어쩌면 눈앞의 형상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구체적인 형상인 '바다'가 추상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떠올려보았다. 대상을 오랫동안 바라볼 것. 그리고 수없이 이어진 관찰의 시간으로 마주한 새로운 바다는 그렇게 우리의 눈앞에 있다. 

 

*

 

화가의 대표작 이외에도 특정한 주제로 묶인 여러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흥미로웠다. 특히 화가마다 다양한 색감과 표현 방식을 활용하여 드러나는 감정이 달라보였고, 조금씩 다른 시선으로 그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하늘에 비친 바다의 색을 바라보고, 또 다른 날은 바다의 주변 풍경에 주목해보았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들이 사랑한 바다는 정말로 모두 다른 색으로 빛났다. 

 

<화가가 사랑한 바다>를 만난 것은 직접 만났던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거나, 다시 새롭게 만날 바다에 대한 설렘이 떠오르는 인사와도 같았다. 여름만 되면 생각나서 꺼내는 '바다' 그림 포스터와 엽서, 책방에서 우연히 만난 '바다'를 담은 책이라든지, 이제는 그것들을 찾아다니는 관찰자 또는 수집가의 이야기가 계속 될 것이다. 

 

 

 

안지영.jpg

 

 

[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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