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양녕대군이 충녕대군에게 평화롭게 양위? 아니, 실질적인 전쟁! - 뮤지컬 '왕자대전'

글 입력 2023.07.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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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왕자대전_메인포스터.jpg

 

 

“효령은 자질이 미약하고... 일을 조목조목 처리하지 못한다. 언제나 빙긋이 웃기만 할 뿐이다... 반면 충녕은 천성이 총명하고 민첩하고 자못 학문을 좋아한다... 또 정치를 알아서 국가대사에 합당한 의견을 댄다. 더러는 뜻밖의 의견도 많았다.”

 

뮤지컬 <왕자대전>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충녕대군(훗날 세종대왕)이 어떻게 장자였던 양녕대군을 이어 세자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서범석이 이끄는 ‘광나는 사람들’의 뮤지컬 <창업>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뮤지컬 <창업>에서는 고려말~이방원의 태종 즉위까지의 과정을 그렸다면, 뮤지컬 <왕자대전>에서는 태종 즉위~충녕대군의 세자 책봉까지를 다룬다. 전작에서는 퓨전사극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정통사극을 선택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역사적 위인의 외부적인 업적이 아닌, 한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고 있다. 

 

극은 ‘왕자대전’이라는 말처럼 태종의 세 아들인 양녕대군, 효령대군, 충녕대군의 관계에 집중한다. 양녕대군의 세자 폐위와 충녕대군의 세자 책봉의 과정은 평화로웠으며,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이 충녕대군의 자질을 알아보고 스스로 물러났다고 흔히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에 본 작품은 형제간의 우애도 그리지만, 실제 있었던 양녕대군과 충녕대군의 갈등을 가장 부각한다. 대군의 의무를 지지 않고 권리만 누리려는 양녕의 모습과 대군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충녕의 모습이 지속적으로 그려진다. 

 

양녕대군이 세자로 책봉되는 것을 시작으로 극이 열리지만, 곧이어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하며 다른 형제들, 나아가서는 태종과도 마찰을 일으키는 양녕대군의 모습이 그려진다. 효령대군은 불심으로 혼란스러운 정세와 세자가 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자 하고, 충녕대군은 끊임없이 학문에 정진한다. 그러던 중 양녕대군이 어리를 궁에 몰래 들이던 모습을 충녕이 보게 되며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하고, 이후 평화롭던 분위기는 깨지고, 효령대군과 충녕대군의 미묘한 심리전과 태종 이방원의 폭력적인 모습이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효령대군은 극 내내 평화롭고 인자한 미소를 보여주지만, 내면에는 자신 또한 왕이 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는 그것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양녕대군에게는 신하로서의 충을 맹세하고, 막내 충녕대군에게는 따뜻한 형제의 정을 베푼다. 하지만 ‘애민(愛民)’을 중시하던 충녕대군은 양녕대군의 행동이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자, 그에게 직접적으로 맞선다. 결국 태종 또한 충녕대군을 세자에 올리기로 하고, 그는 양녕대군으로부터 세자 자리를 양위 받으며 극은 마무리된다. 

 

“이미 천명이 세자를 떠났다.”, “전하의 시녀는 다 궁중에 들이는데, 어찌 다 중하게 생각하여 이를 받아들입니까... 신(세자)의 여러 첩은 다 내보내어 울부짖음이 사방에 이르고 원망이 나라 안에 가득 찹니다.” 등 <세종실록>과 <태종실록> 등 역사서에 기록된 문구를 그대로 사용한 대사들이 많다. 이에 평소 잘 알지 못했던 양녕대군과 태종의 관계, 양녕대군과 충녕대군의 갈등 등에 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내용을 압축적으로 가사에 담고, 은유적인 표현을 다소 많이 사용하다 보니 부분적으로 가사를 놓치는 부분들이 발생했다. 더불어 극에서는 태종이 어리(양녕대군의 첩)를 직접 죽이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점 등 무조건 역사를 따르는 것이 아닌, 극적인 부분을 살리고자 조금씩 다르게 설정한 부분도 엿보였다. 

 

각 왕자들은 자신들의 메인 넘버를 통해 각자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왕자로서 왕이 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어 각자의 서사를 굳건히 했다. 전반적인 음악은 피아노의 선율을 사용했고, 충녕과 양녕이 대립하는 순간에는 전자음악이 강하게 강조되며 일렉기타가 중심 멜로디를 잡는다. 음악은 듣고 바로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중독성이 강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강하고 빠른 멜로디가 번갈아 전개되어 집중력을 높였다. 다만, 가야금이나 해금 같은 전통악기가 함께 사용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무대 배경은 영상을 사용하여 시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중소극장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했다. 하지만, 밤과 낮의 시간이 강조되는 배경이 여러 차례 전환되는데, 이때 다소 시간의 전개가 부자연스러워 이를 따라가는 것이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더불어 서사가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가사뿐만 아니라 영상에서도 자연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영상에서는 하늘을 여러 장면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특히 충녕대군의 넘버에서 등장했는데, 이를 통해 충녕대군이 가지고 있는 애민 정신과 그가 세자가 되는 것이 곧 순리(順理)이자 천명임을 강조하고자 하는 듯했다. 

 

의상의 경우 태종은 검은색 의복을, 왕세자는 빨간색과 남색의 의복을 입었다. 이에 태종은 지는 해이고, 왕세자는 뜨는 해임을 드러냈다. 동시에 효령대군은 빨간색과 가까운 주황색, 충녕대군은 남색과 가까운 하늘색 의복을 입음으로써 모두 왕세자가 될 수 있는 운명에 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또한 원경왕후의 치마는 검은색으로 하여 태종과 부부 사이임과 동시에 정치적 동반자임을 나타냈고, 당의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여 만들어지는 보라색을 사용함으로써 양녕, 효령, 충녕 모두를 사랑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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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령대군, 양녕대군, 충녕대군

 

 

양녕대군이 임금이 되기 싫거나 자신보다 뛰어난 충녕대군에게 양위하기 위해 미친 척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본능적인 욕구만을 따르며 살고자 했던 자였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태종과 세종을 그린 작품은 수없이 많다. 가령 뮤지컬 <세종, 1446>의 경우 양녕의 폐위가 극초반에 빠르게 진행되고, 세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처럼 대개 세종의 삶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뮤지컬 <왕자대전>은 익숙한 소재를 다루지만, 양녕대군과 충녕대군의 갈등에 집중함으로써 익숙하지 않은 부분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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