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체셔캣, 웃지만말고 웨인씨가 어떤 표정인지 알려주세요 - 루이스 웨인전

글 입력 2023.06.2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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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냥 귀엽게 느껴지지 않았던 전시


 

루이스 웨인의 전시회를 나오면서 상당히 여러 가지 감정에 휩싸였다. 글쎄, 뭐 때문이었을까? 고통스러운 삶을 묘사한 텍스트와 귀여운 고양이들에게서 느껴지는 독특한 감상? 전시회의 마지막 층이 굿즈샵으로 완성되었다는 아이러니한 완성도에 대한 느낌? 양손으로 쉬지 않고 수많은 고양이들을 그려낸 그의 삶과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움과 묘하게 삐걱거리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감각? 뭐가 되었건, 내가 2층 전시관을 꽉 채운 고양이 일러스트에서 어떤 강박에 가까운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루이스 웨인은 어린 시절 선천적인 구순구개열로 인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학습환경에 몰입하지 못하고 자주 결석하였으며, 이후 미술학교를 진학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악몽에 시달리고,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을 지닌 아이였다. 그의 아버지는 직물매매와 자수를 하였으나, 웨인이 20살이 될 즈음 이른 나이에 사망하게 된다. 장남으로서 그는 가정을 책임져야 했다. 이후에도 그는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노력했다.

 

고된 삶 중 만난 10살 연상의 아내는 그에게 새로운 모티브를 줬다. 그는 그녀에게 깊게 매료되었으나, 결혼한 지 얼마되지 않아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그런 그녀를 위로하던 것이 피터였고, 그가 피터를 그렸을 때 아내는 기뻐했다. 웨인은 아내의 투병 중에도, 죽음 후에도 계속해서 고양이를 그린다.

 

그의 고양이 그림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가 부유한 상업예술가로 살았을 것 같지만, 사업가적인 마인드가 없었던 그는 자신의 저작권을 지켜내지 못하고 가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노릇을 해야 했던 그는 고양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의 능력은 대단했다. 대담한 붓터치, 섬세한 장식은 웨인의 감각과 자신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는 양손으로 그림을 그려대면서 수많은 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어느 시점부터 고양이들은 사람에 가까운 생생한 생명력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람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고양이들은 만화적 표현으로 과장되고 유쾌하게 완성되었다. 작고 연약하지만 사랑스럽고 자유로워 보이는 고양이는 그의 위태로운 현실과는 유약함만 공유하고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내가 그에게 갖는 복잡한 감정이 있다. 그는 양손으로 '완벽하고 유쾌한 고양이들의 세계'를 끊임없이 그려냈다. 고양이들은 사랑스럽고, 분명 그의 과거와 현재에 내밀하게 품고 있는 욕망과 소망이 그 안에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을 양손으로 그려내는 그의 삶은 작품과 유리되어있다. 그는 생계를 위해 사랑받을 고양이를 끊임없이 그려야했 고, 그가 위로하고 싶었던 아내와 자기자신의 어떤 부분은 이미 잃어버렸거나 잠깐 미뤄두고 있다.

 

그러한 그가 그려내는 고양이들은 사랑스러우면 사랑스러울수록, 현실의 빈공간을 빈틈없이 메우는 것 같아 약간 슬프게 느껴진다. 루이스 웨인은 절정에 달한 테크닉을 종이의 지면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의 세계가 좀 더 인간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사랑스럽지 않고 인간적인 모습은 어딘가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가 중년의 나이를 넘어갈 때쯤, 정신분열증으로 그의 누이가 사망하고, 어머니도 사망한다. 지독한 생활고를 버텨내가면서 그림을 계속 그려냈지만, 그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정신분열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증세가 심할 때는 그림을 그리지 못했지만, 이 시기 그는 전기에 매료되어, 전기 고양이 시리즈를 그려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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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라는 주제와 직물 판매와 제작을 하셨던 부모님의 직물의 패턴 주제가 엮이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현병 그림'이 완성된다. 한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 시기의 작품들은 정신증으로 인한 인지적 붕괴라는 오명을 썼지만, 그런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의 작품들을 가장 인상적으로 느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새로운 작품 스타일은 그제서야 인간적인 그의 정신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다시 인간과 닮지 않은 고양이로 회귀하였는데, 그의 인간성이 드러났다는 점이. 이 시기의 작품은 입체파에 매료되어 미래파적인 스타일의 고양이 도자기를 구워냈던 그의 예술적 시도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그의 망상이 되었건, 왜 그가 전기에 그토록 매료되었는지, 그리고 그 전기가 왜 가족적인 이미지와 결합하였는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볼 만하다. 전기 고양이들은 신비로우면서도 위협적이다. 그들이 쏘아대는 전파는 칼처럼 직접적으로 몸을 찢어내지는 않지만, 피부를 뚫고 들어와 내부를 파괴한다. 그 보이지 않는 위협, 서서히 붕괴하는 내면을 암시하는 것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양이와 직물 패턴과 연결되었다는 것은 참 슬프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다행히 말년에 그는 좀 더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병동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 비로소 꽃 사이에서 움직이는 고양이 그림을 볼 때면, 그가 이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상상하게 한다. 그가 병동에서 그린 그림들은 상업 예술가로 활동할 때 느껴진 만화적 과장이 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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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Was it a cat I saw?


 

전시회는 상당히 충실하게 웨인의 삶을 추적한다. 하지만 좀 더 폭넓은 대중들을 대상으로 기획된 전시는 내가 언급한 전기고양이 시절에 대한 작품에 대한 부분을 상당 부분 축소하여 표현한다. 전시관이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은, 웨인의 삶이 '정신병으로 미친 화가'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를 바란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한 기획 의도에는 상당히 동의하고, 나 역시 조현병 증상이 있었다 한들 발병여부 자체가 그의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당 시기에 대한 작품과 공간을 좀 더 확보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감상은 2층 전시공간과 3층 굿즈 판매공간에 대한 감상과 맞닿는 부분이있다. 우선 웨인의 '전기 고양이' 시절 직전에는 그가 생계를 위해 그렸던 작품들이 상당히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 곳에 포토부스가 있고, 움직이는 이미지와 고양이 소리로 채운 영상이 한면에서 재생되고 있는데, 그 당시 그가 완성'해야만했던' 작품들과 다소 어색하게 움직이면서 반복되는 고양이 소리는 좀 구슬프게 느껴졌다.

 

그 다음 봤던 굿즈샵도 뭔가 복잡한 기분으로 구경했던 것 같다. 굿즈샵에서는 웨인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상품 뿐만 아니라, 웨인의 그림을 포장지로 쓸뿐인 악세사리나 관련 상품들도 팔고 있었는데, 괜스레 이 부분에서 기분이 멜랑콜리해지는 것은 -전시관 자체가 그의 삶을 너무 충실하게 잘 설명했기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팔고 있는 굿즈는 너무 괜찮아서 나와 동행 역시 두어개를 구매해서 전시관을 나왔다. 내 마우스 패드에 그려진 사랑스러운 고양이는, 웨인이 가슴 속에 품어놓았던 가장 아름다운 부분과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아 좀 복잡한 기분이 들게 한다. 글쎄, 그를 어떻게 기억해야할까? 대단한 역량을 가진 상업예술가? 역량에 비해 너무 힘겨운 삶을 살았던 안타까운 남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럽고 약간은 유머스러운 작품을 그려낸 예술가? 아니면, 가장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기억들이 뭉쳤던, 평생에 걸쳐 강박적으로 불렀던 것 같은 이 작은 고양이라는 형체? 정말 고양이의 속은 알 수 없다. 체셔캣, 그렇게 알 수 없는 미소만 남기지 말고 말해주세요. 내가 봤던 것이 고양이가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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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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