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평범한 우리가 바꾸어나가는 세상 -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 외쳐, 조선!

글 입력 2023.06.26 16:5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230626_115253397_01.jpg



이보다 더 한국적일 수 있을까.

 

한국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6월 9일 개막해 세상을 향한 뜨거운 외침으로 대학로에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흥겨운 현장에서 그 열기를 느끼고 올 수 있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스웨그'와 '조선'이라는 다소 낯선 두 명사를 하나의 작품에 담아내 현대와 전통의 조화를 보여준다. 시조가 국가이념인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역모로 인해 시조를 사용할 수 없게 된 백성들과 비밀 결사단 골빈당이 스웨그를 통해 부조리에 맞서 당연하게 누려야 할 자유를 되찾는 과정을 풀어낸다.

 

자기만족과 자아도취, 가벼움이라는 뜻의 스웨그와는 차별화된 조선 스웨그!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아니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와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향해 전진하는 스웨그의 힘이 조선에서 발현되기 시작한다. 150분 동안 진행되는 축제의 현장에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감동적이고 신명 나는 놀음에 함께해 보자!

 

 

‘시조’가 국가 이념인 상상 속의 ‘조선’. 

삶의 고단함과 역경을 시조 속에 담아 훌훌 털어버렸던 백성들은 

역모 사건으로 시조 활동이 금지되면서 자유도 행복도 잊은 채 살아간다.

 

한편, 백성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목표를 가진 비밀 결사단 '골빈당'은 

시조(時調)를 읊으며 불평등한 사회에 반기를 들고 

양반들의 악행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본 -스웨그에이지_공연사진 3_양희준.jpg

 

  

백성들은 상상 속 조선의 국가이념인 시조를 짓고 부르며 삶의 고단함을 이겨내고, 서로 연대해 왔다. 시조를 부르며 춤을 추는 순간만큼은 근심 걱정을 잊고 행복함을 만끽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15년 전, 권력과 탐욕에 사로잡힌 홍국이 시조대판서였던 자모를 역적으로 몰아 죽이고 시조의 위험성을 빌미로 금지하면서 국가의 이념이 사라진 세상에서 삶의 행복을 억압당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시조는 잘난 상류층 양반들의 전유물이 되어 백성들은 감히 넘볼 수도 없었다.


행복했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백성들의 얼굴에는 고달픔만이 남아있다. 시조는 그들의 삶의 낙이자 정체성,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했다. 시조는 조선을 이끄는 힘이나 다름 없었다. 그 힘을 되찾아와야만 했다. 그리하여 비밀사조단 골빈당이 결성되었다.

 

골빈당은 맏형 '십주'와 '호로쇠', '기선', '순수', 대판서 홍국의 딸로 정체를 숨기고 백성들을 돕는 '진'으로 구성되어 시조를 되찾기 위해 힘쓰고 있는 조직이다.



사본 -스웨그에이지_공연사진 9_김세영.jpg

 

 

한편, 주인공 '단'은 부모의 존재를 모르고 홀로 조선을 떠돌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청년으로 트렌디하고 출중한 시조를 작사하는 능력으로 골빈당의 눈에 들게 된다. 새로운 스타일로 시조를 읊으며 조선 수액을 외치는 단에게 영입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단이 15년 전 역적으로 몰려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자모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골빈당의 시조 스타일을 별로 맘에 들어 하지 않았던 단에게 들려온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은 그에게 새로운 사명감을 부여하게 되는 계기로 자리 잡는다. 단은 원수를 갚고, 시조를 되찾기 위한 여정에 탑승한다.


골빈당의 활동과 단의 정체가 시조대판서 홍국의 귀에 들어가면서, 그는 왕을 꼬드겨 자모의 아들인 단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다. 시조를 금지한 이래 열리지 않았던 전국시조자랑을 다시 개최해 골빈당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들을 역적으로 몰아 죽이려는 계획이었다.

 

골빈당은 그의 계획을 눈치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걸 알았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사본 -스웨그에이지_공연사진 7_이아진 (1).jpg

 


다양한 개성의 시조를 뽐내는 여러 참가자 중, 팀명 '수애구'로 참가한 골빈당의 퍼포먼스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화려한 군무와 양반에 대한 풍자가 섞여 있는 참신한 가사, '오에오'를 반복하는 중독성 있는 음율과 동작까지. 눈을 뗄 수 없었고 같이 흥얼거리게 되는 끌어당김이 흥미로웠다. 저절로 얼쑤!가 나오는 한국적인 정서로 인해 공연장에 있는 여러 세대가 공감하며 무대를 즐겼다.


현대 랩의 속도를 전통 시조에 결합해 저절로 몸을 들썩이게 하는 조선 수액의 매력이 오롯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때 나온 <양반놀음>은 허리를 뒤로 젖히고 팔자로 걷는 양반의 걸음걸이를 묘사하는 안무와 양반의 허를 찌르는 속 시원한 가사에 감탄하게 되는 넘버였다. 공연이 끝나 대극장을 나서고 집에 돌아가는 길,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맴돌 정도로 넘버의 강력한 힘은 조선의 부조리에도 강력하게 맞서는 힘을 가지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특히 관객석으로 직접 내려와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은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 관람객들을 끌어들여 마치 실제로 전국시조자랑을 직관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그런 기분이 드는 순간, 골빈당의 스웨그가 부조리함을 이기고 시조를 되찾는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응원했다. 한편으로는 울컥하기도 했다. 그들의 간절함과 단단한 마음이 두려움을 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KakaoTalk_20230626_115359409.jpg

 

 

두려움을 넘어선 의지는 기적을 만들어 낸다고 했을까. 거머쥔 우승과 함께 골빈당은 왕에게도 시조대판서 홍국이 이때까지 꾸며온 음모와 잘못을 시조에 담아 전한다. 홍국은 즉시 쫓겨나고, 조선은 삶의 낙이자 정체성,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되찾게 된다. 행동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 조선을 환히 비추었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시조를 읊고 서로 연대하며, 여전히 팍팍하지만 팍팍함을 극복할 시조와 함께 희망이 있는 삶을 그려나간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외침이 모여 세상을 바꾸었다는 건 그들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큰 희망을 건네주었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건 위대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우리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해 준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었다.

 

다음에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한다.

 

 

 

최세희.jpg

 

 

[최세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