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306/20230626002830_bneuvtrg.jpg)
2063년, 기후 위기가 인간의 사회 정치체계를 바꾸어 놓은 때이다.
거듭되는 ‘팬데믹’으로 인해 국가는 비공식적으로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누어지고, 인공지능 로봇 AIR (Artificial Intelligence Robot)(약칭 에어)가 인간 기피하는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사회에서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3구역의 사람들부터 처형되며,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1구역으로 가고자 한다. 에어를 없애자는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위는 연극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의 줄거리이다. 사람 ‘이나’는 자아를 지닌 AI, ‘지니’를 제3구역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부터 극이 전개된다.
한편 무대 위로 대형 스크린이 있는데, 이는 국가의 감시, 조작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들은 국가의 감시 체제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지니'는 자의식을 지닌 로봇으로 등장하며, 새들과 대화할 수 있다. 새들과의 대화를 옮기는 과정에서 지니는 새들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번역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인간 중심 사회에서 동물의 마음을 난데없이 추측하기도, 멋대로 의인화를 해버리기도 하는 일방적인 방식에 대한 비판임을 알 수 있다.
극에서 주인공 이나는 로봇 지니와 사랑에 빠진 사람이다. 그런데 이나는 지니를 정말로 사랑했을까? 사실 이나는 ‘사랑’보다는 어떤 안정된 것에 기대고자 하는 의지적이고 시기적인 사랑을 했을지도 모른다.
지니의 자의식 역시 설정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지니를 시위 광장에 두고 가는 모습이나, ‘바’의 소통을 위해 찾아갔을 때 지니에게 변했다는 이야기하는 모습 등에서, 인간의 이기심이 엿보였다.
![[사진 유한솔] (2022 공연사진-2)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306/20230626002848_wuutwxsy.jpg)
연극의 제목을 다시 상기해 본다.
만약 '인간이 먹던 사과를 먹는 새'라고 한다면, 이 문장에서는 '인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이라는 문장엔 '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새로운 느낌을 준다.
문장의 배열에서도 인간 중심적 사고가 깃들어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제목이다.
그래서 인간만이 중심이 되는 세계에서는 번역이라고 믿었던 것도 오역일 수 있다. 오역의 가능성을 인정할 때, 올바른 번역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