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극적인, 하지만 의미를 담은 뮤지컬 '시카고'

글 입력 2023.06.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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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Ladies and gentleman. You are about to see a story of murder, greed, corruption, violence, exploitation, adultery and treachery─All those things we all hold near and dear to our hearts. Thank you.


신사 숙녀 여러분! 환영합니다. 오늘 여러분은 살인과 탐욕, 부패, 폭력, 사기, 간통, 그리고 배신이 가득 담긴 얘기를 감상하시게 될 겁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것 들이죠. 감사합니다!

 


2023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_포스터.jpg

 

 

브로드웨이 25주년 기념 오리지널 내한 공연 뮤지컬 <시카고>가 25주년이라는 대기록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다. 여지껏 많은 뮤지컬을 본 것은 아니지만 내한 뮤지컬은 처음이었고, 뮤지컬 스토리에 대한 어떠한 사전 정보 없이 관람하게 되었다.


<시카고>의 스토리는 쉽게 이야기해 1920년대 미국 시카고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간 두 여자가 유명세를 떨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두 명의 여주 중 한 명인 '벨마 켈리'가 등장해서 '올 댓 재즈'를 부르고, 뒤에서는 또 다른 여주인 '록시 하트'가 자신을 떠나려 한 내연남을 총살한다. 이후 장면은 넘어가고, 모두 누군가를 살해한 후 수감된 6명의 여자가 자신들이 수감된 이유를 이야기한다.

 

 

 

 

멀쩡하게 집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데 다짜고짜 남편이 외도를 의심하면서 달려든다면? 놀란 나머지 들고 있는 칼로 정당방위! 너무나도 잘 맞는, 첫 눈에 반해버린 남자와 동거를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또 다른 여자를 6명이나 둔 유부남이었다? 나에게 거짓말을 하였으니 단죄! 본인과 남편, 여동생 셋이 술을 마시고 있는데,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남편과 여동생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면? 술도 마셨겠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정의 구현!


그래서 그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외친다, "사람을 죽이긴 했지만 잘못하진 않았어!"라고. 사실,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보면 그냥 살인 사건이다. 하지만 우리는 "음~ 그럴 수 있어"하고 납득한다. 그것이 <시카고> 뮤지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니까 말이다.


이후 쇼비즈니스를 보이며 재판장에서 승률 거진 100%의 무죄 판결을 받아내는 변호사 '빌리 플린'이 등장하면서, 벨마와 록시가 어떻게 해서든 본인이 먼저 이 변호사를 통해 무죄를 선고받고 감옥에서 나가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사실 그 여자는 유명해지고 잘 나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었기에, 신문 1면에 본인들의 얼굴이 장식되는 걸 매우 좋아했다. 그것이 살인과 같은 안 좋은 이야기여도 말이다. 아이러니한 웃음 포인트였다.


뮤지컬 <시카고>는 사실 이런 부패한 사법 제도-빌리 플린이 명백한 살인자를 비즈니스를 통해서 무죄로 만들어 내는 것-와, 범죄자가 유명세를 떨치는 현실-벨라와 록시-을 풍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살인을 정당화하면서 유명해지는 두 여자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아마 뮤지컬 <시카고>가 노린 점일 것이다.

 

 

 

 

뮤지컬 <시카고>가 25주년이 되도록 장수하는 비결이 있었다. 우리 나라 배우가 연기하는 것과는 다른, 내한 공연만의 또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한국에서 무대를 서기 때문인지 배우들이 연극 중간중간에 한국말을 섞어서 연기를 진행했다. "갑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썅!" 등 말이다. 같이 뮤지컬을 관람한 지인과 "그러면 일본에서 뮤지컬 하면 '이쿠요!'라고 할까요?"라는 실 없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내한 뮤지컬을 막상 신청하고나서 영어를 잘 못하기에 자막이 없으면 어떡하지-란 걱정을 했지만 불필요한 생각이었다. (다만 자막의 퀄리티는 좋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기본적인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때 처럼 자막이 영상 중앙 하단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이드에서 나오다보니, 자막과 무대를 한 눈에 보는 것은 어려웠다. 아마 뮤지컬이 진행되는 공간의 한계인지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맨 앞에 작성한 뮤지컬 소개 문구는 정말 인상 깊고 맘에 들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고, 이 뮤지컬 역시 줄거리 소재는 자극적이다.  살인, 탐욕, 부패, 폭력, 사기, 간통, 배신 등 온갖 자극이란 자극은 다 줄 수 있는 요소들이 한데 뭉쳤다. 하지만 보통 이런 식으로 소재가 많이 들어갈수록 이야기가 조잡해지거나 난잡해질 수 있는데, <시카고>는 생각보다 스토리가 굉장히 잘 짜여져있었다. 그래서 뮤지컬을 내내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지인은 이전에 동명의 영화로 먼저 관람한 적이 있었는데, 내한 뮤지컬은 또 다른 매력이 느껴져서 굉장히 재미있게 관람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영화도 추천한다고 하니, 뮤지컬 <시카고>를 재밌게 관람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영화도 한 번 보면 좋을 듯 싶다.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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