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청춘들이 써낸 그들의 이야기 - 디자인아트페어 2023, 청춘별곡展

글 입력 2023.06.0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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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코엑스에서 열렸던 가구 페어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영감이 될 만한 볼거리도 많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날 뜻하지 않았던 즐거움을 발견하는 재미를 고대하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디자인 아트 페어 또한 고대하게 되었다.

 

 

디자인아트페어2023_청춘별곡전_포스터.png

 

 

올해 14회를 맞이한 디자인 아트페어는 매년 다양한 주제로 디자인과 예술을 넘나드는 실험적 작품들을 소개해왔다. 2019 10주년 특별전 '10가지 미묘한 경계', 2020년 '청춘 페이지', 2021년 'New Trend Art Market', 2022년 'Big Art Market & Big Sale'의 주제들이 있었다. 올해는 '청춘 별곡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세대를 살아가는 젊은 청춘 작가들과 디자인과 아트의 경계에 서 있는 다양한 작가들의 참신하고 획기적인 작품들을 다루었다고 한다.

 

처음 '청춘별곡'에 관한 인상은 '청춘'에 관한 것들이었다. 난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청춘'이란 대체 무엇인지에 관해 고민이 많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이 아프게, 힘들게 살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청춘은 바로 지금'과 같은 말처럼 후회 없이 즐겨야 한다는 사람들... 너무나도 나뉘는 의견들 속에서 고등학교에 비해 20대 청춘이란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들 투성이였다. 그러한 청춘에 대한 혼란을 담은 전시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뒤에 '별곡'이 붙어있는 만큼, 그 혼란을 최대한 아름다운 선율, 음악과 같이 만들지 않았을까 예상해 볼 수 있었다.

 

난 도록을 잘 보지 않는 편이여서 도록에 나오는 작가들 순서대로 보지는 못했다. 대신 정말 주관적인 내 시야대로 이 전시를 살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부터 그럼 내 사적인 감상들이 담긴 작품들을 몇 점 소개해 보겠다.

 

Birth of Beauty 시리즈 - 이 작품은 예술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미의 창작'에 있어 수학의 조력을 이미지화한 작품이다. 수학을 전공했던 작가가 미술과의 연관성에 대한 개인적 호기심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탄생되었다. 이 작품 속 많은 이미지가 '원'으로 통일되는데. 이 원은 수학을 상징한다. 대칭, tessellation, 그리고 변형을 거치고 원은 결국 예술을 상징하는 '꽃'을 탄생시킨다는 것이 해당 작품의 내용이다.

 

당시 원이라는 도형이 미학적으로도, 대칭적으로도, 비율적으로도 완벽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던 지라, 이를 이용하여 수학적인 예술작품을 구현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또 이 작품을 증명하고 실제로 도자기로서 구현된 이 작품을 보여주셨는데, 작가님께서는 쑥스럽게 초보자임을 이해해달라고 하셨지만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놀랐다. 원의 아름다움의 연속이었다고 할까? 원들이 모여서 지겹거나 모양이 투 머치 해지지 않고 더더욱 정교해지는 게, 수학이 원리가 맞구나 싶었다.

 

MZ스러운 전시 -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함께 갔던 희은 언니와 이 코너에서 빵빵 터졌었다. 첫 번째 웃겼던 포인트 하나, 대충 흘려쓴 작품 설명들이 너무 웃겼다. 특히 제목들에 느낌표가 붙어 있는데, 이 점이 하찮으면서 묘한 매력을 가져다주는 듯했다. 자칫 평범할 수 있는 힙한 예술품이 이러한 작품 설명 때문에 훨씬 튀는 것 같았다. 팔린 작품에는 빨간 스티커를 붙이는데, 이 작가님의 경우 글씨 하나가 가려질 정도, 딱 그 정도만 스티커를 맞추어 이를 보는 관객들은 미치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웃겼던 포인트는 잘못 쓴 글씨에 직직 그은 글씨이다. 대부분 완성도를 노렸다면 잘못 썼으면 프린트를 하거나 다시 생각했을 텐데, 시간이 없었는지 의도였는지 모든 컵들에 이미 어느 정도 담겨있었고 잘못 쓴 글씨에는 펜 자국이 범벅으로 되어있었다.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리며 너무 대충 한 것 아니냐고 불편해할 수 있지만 난... 절대 재밌었다.

 

연기 - 보다가 발을 멈추게 된 그림 설명이 있었다. 일상 속 다양한 사랑의 형태에 대해 탐구한다는 작가는 삶을 '마띠에르'라는 연기를 뜻하는 말로 비유한다고 했다. 연기는 시작은 분명하나 갈 수록 흩어지는 모양새가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모습마저 아름다운 것이 우리의 인생과 같다는 것이다. 연기를 삶에 빗대어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빗대어 본다면 이러한 해석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처럼 흩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이란 결국 혼자이다. 인생도 곧 연기처럼 흩어지는 속성을 가진 게 아닐까 싶다.

 

나의 꿈은?_ 꿈여, 리슈보노 - 한참 구경에 삼매경일 때, 우리의 폭소를 터뜨렸던 곳이 있다. 몇 명의 작가가 함께 출품한 곳 같았는데, 관객들이 자신의 꿈을 자유롭게 적을 수 있었다. 자유로운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사람, 등 솔직하고 멋진 꿈들이 많았다. 특히 이곳이 디자인페어였던지라 예술, 예술과와 관련된 꿈이 많아서 놀랐다. 작가님들의 꿈도 물어보고 나와 함께 온 언니의 꿈도 적었다.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어떤 꿈을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었는지는 몰랐던 것 같아 새삼스러웠다. 작가님이 작품도 보고 가라고 하시고, 꿈을 적은 선물로 타투 스티커 등 작은 선물들을 챙겨 주셔서 감사했다.

 

가슴을 후벼파는 빨간색 - 연극 <레드>를 봐서인지, 원래 빨간색을 좋아해서인지, 빨강과 관련된 색 해석을 요즘 많이 봐서인지 모르겠지만, 레드로 뒤덮인 한 작품 앞에서 내 발길은 멈춰 섰다. 빨간 배경 안에 짙고 까맣게 칠해진 꽃들이 화병 속에 흥건히 있는 작품이었다. 형용할 수 있는 은근한 무시무시함이 깃든 작품이었다고 할까..? 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잠깐 멈춰 서서 보고 싶은, 이상하게 끌리는 작품이었다.

 

디자인페어 2023의 '청춘 별곡'이라는 네이밍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현재 청춘 그 자체인 작가들의 작품들이라고 하면 더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작품들의 주제적인 측면에서 청춘과의 연관성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분명히 작품들마다 개성이 다 달랐고 보고 읽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아트와 디자인이라는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는 말이 이해되는 전시였다. 이 페어 속 작품들은 아트이기도 하지만 디자인이라고 불릴만하기도 하다. 하지만 디자인이라고 아트가 아닌가? 둘은 분명히 한 집합 안에 있다. 그 집합체를 이룬 전시라고 보면 된다.

 

 

[신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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