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아름답고 유용한 이야기를 쓰려 합니다” - ‘그게 다예요’ 강동훈 작가

글 입력 2023.06.0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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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이 가족관계의 만능열쇠가 될 수 없는 우리 시대에 가족을 가족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이고, 서로 다른 세대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연극 <그게 다예요>는 20대 커플인 모모와 연이, 그리고 모모의 조부모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의 가족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극단 돌파구가 신촌문화발전소와 함께하는 창작과정지원 프로그램 ‘오늘의 희곡’에서 낭독공연으로 한 차례 공연된 이 작품은 2023년 6월 7일부터 17일까지 정식 공연으로 신촌문화발전소 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공연을 열흘 앞둔 지난 5월 28일, 작품을 쓴 강동훈 작가를 만나 <그게 다예요>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커다랗고 심각한 문제로 가득해 보이는 세상일지라도 어딘가에는 다정한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다는 그의 관점은 이번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게 다예요>는 '가족'과 '역사'처럼 큼직한 소재를 개개인이 가진 기억의 파편을 통해 따스하게 들여다보려 하기 때문이다. 데뷔작인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강동훈 작가는 계속해서 이 세상의 아름답고 유용한 이야기를 발견해낼 계획이다. 그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지 응원하고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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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예요> 연습사진 ⓒ극단 돌파구

 

 

“익히 알려진 역사적인 사건을 겪으면서도 

자기 세계와 취향을 가지고 소중한 것을 만들어가는,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다예요>는 어떤 작품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내용 중심으로 보자면 20대 연인 ‘모모와 연이’가 드레스메이커로 50년간 일한 조모의 흔적을 찾으며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저는 이 작품을 ‘가족 이야기’라고 요약하곤 해요. 형식 중심으로 보면 기승전결로 흘러가는 서사라기보다 ‘조부와 조모’, ‘모모와 연이’가 가진 기억에 의지해서 파편적으로 진행되는 흐름의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이 데뷔작입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 작품을 발표하고 군대에 다녀왔어요. (웃음) 군대에 있는 동안 ‘오늘의 희곡’에서 낭독극으로 공연이 되었고, 전역 후에는 정식 공연으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어서 기뻐요. 개인적으로 애정이 큰 작품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자전적인 이야기도 담겨 있고요.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게 다예요>는 제가 처음으로 쓴 연극이에요. 이걸 쓸 때 외국에 있었는데,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나는 뭐에 의지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많이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그러다 문득 조부모님이 떠올랐어요. 제가 조부모님 손에서 자랐거든요. 그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게 줬던 게 뭐고, 그 결과 나는 어떤 사람으로 형성되었을까 들여다보며 작품이 시작되었습니다. 

 

 

‘그게 다예요’라는 제목은 사람에 따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제목이 내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혹시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게 다예요’라는 제목은 영어 표현인 “That’s it”에서 가져왔어요. ‘그게 다다’, ‘그거면 됐다’라는 의미로 편하게 쓰는 말인데, 거기서 드러나는 삶의 태도가 되게 좋았어요. 작품 속 조모, 조부의 삶의 태도와도 비슷하다고 봤고요. 그게 다가 아닌 걸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게 다야’라고 말해버린다고 해야 할까요. 역사적으로 큰 사건을 겪으면서도 드레스를 만들며 생의 의지를 다져온, 약간은 쿨하다고도 볼 수 있는 태도가 ‘그게 다예요’ 안에 담겨 있습니다. 


20대인 커플인 모모와 연이가 조모와 조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게 다예요’ 같은 삶의 태도에서 무언가를 느끼게 될 거예요. 저는 그 삶의 태도가 작품에 나오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지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그게 다예요’가 제목이 되었습니다.

 

 

조모의 직업이 드레스메이커인 게 신선했어요. 보통 작품 속 그 나이대 어른이 가지는 흔한 직업은 아닌 것 같았거든요. 


저는 늘 세상에 아름답고 유용한 것을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저 역시 무언가를 만들 때 내가 굳이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고요. 제 기준으로 드레스는 아름답고 유용한 것인데, 조부모 세대에 이걸 만드는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이 있었어요. 


여러 세대에 걸친 가족이 나오는 작품은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곤 하는데, 거기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었어요. 익히 알려진 역사적인 사건을 겪으면서도 자기 세계와 취향을 가지고 소중한 것을 만들어가는,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할 수도 잇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러다 보니 드레스가 이 작품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게 다예요>는 기억의 여러 파편이 얽힌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 모습이 드레스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드레스는 결국 옷이고, 옷이라는 건 씨실과 날실이 얽혀서 어떤 패턴을 만들고 그 패턴이 모인 결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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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예요> 연습사진 ⓒ극단 돌파구

 

 

“깊이 얽혀 있는 가족관계가 아니라 

거리감을 가지고 각자의 삶을 조용히 바라봐주는 가족관계에도 

연대감과 다정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낭독공연으로 처음 발표된 <그게 다예요>가 무대화되며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연습하는 걸 몇 번 봤는데, 일단 낭독공연 때는 분량 조절을 위해 압축되거나 생략되었던 장면을 본공연 때는 다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이 공연은 드레스 만드는 사람 이야기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인물도 나오기에 미학적으로 어떻게 풀어내는가가 중요한 작품이라 생각해요. 낭독극 때는 머릿속으로만 상상해야 했던 드레스와 피아노가 무대 위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무대에서 라이브로 피아노 치는 장면을 위해 원래 피아노를 치지 않던 배우분이 작년부터 피아노를 배우셨다는 여담이 있어요. (웃음)

 

 

작가님이 이 작품에서 특히 좋아하는 장면 하나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서로의 밤’이라 불리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작품 속 네 명의 인물이 각자의 시공간 속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이야기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장면이 있어요. ‘각자의 밤’이 ‘서로의 밤’이 되는 순간이죠. 각각 따로 존재하던 네 사람의 공간과 시간이 결핍으로 인해 얽히고, 그로 인해 서로 다른 네 사람이 연결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만든 장면이에요.

 

 

앞서 <그게 다예요>를 소개하며 ‘가족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작가님은 이 시대의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교과서에서는 가족의 규모가 점점 작아진다고 배우잖아요. 저는 형태는 더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가족이란 꼭 혈연으로 묶인 관계라기보다 결핍이나 아픔, 취향 등 공통된 무언가를 공유하는 관계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사회에는 그런 여러 형태의 가족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현대 사회에서는 살아가며 내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느끼기가 어려워요. 혈연관계라고 해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피가 섞이지 않은 ‘너’와 ‘나’도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을 쓸 때도 그렇고, 다른 작품을 쓸 때도 늘 염두에 두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그런 가족관이 <그게 다예요>에도 반영되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가족은 피로 연결된 관계라고 하죠. 그래서 우리나라 가족 이야기는 보통 끈끈하다 못해 끈적끈적하고, 어떤 한이 서려 있는 경우가 많은 듯해요. 이 작품은 가족의 그런 측면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았어요.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가족으로 여기게끔 하는 공통된 취향은 무엇이고, 이들이 어떻게 연대하는지를 더 집중적으로 보여주려 했죠. 가족이라는 것을 좀 더 깔끔하고 산뜻하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저는 깊이 얽혀 있는 가족관계가 아니라 거리감을 가지고 각자의 삶을 조용히 바라봐주는 가족관계에도 연대감과 다정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품에서 일부러 부모 세대를 강조하지 않았어요. 부모와 자식은 너무 가까우니까요. 한 세대를 건너뛴 이야기를 하려 했고, 그러다 보니 20대 커플과 노부부의 이야기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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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예요> 연습사진 ⓒ극단 돌파구

 

 

“이 사회 어딘가에는 

아름답고 유용하고 다정한 이야기가 늘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주목하고 싶어요.”

 

 

이번 작품이 첫 번째로 쓴 연극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연극이어야 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시나리오와 뮤지컬 대본을 썼는데, <그게 다예요>의 주제는 좀 더 깊고 자유롭게 들어가 탐구해 보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서사 중심의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보다 어떤 순간들을 끄집어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비교적 형식이 엄격하고 보수적인 뮤지컬보다는 연극이 더 적절하겠다 싶었죠. 그렇다고 일반적인 희곡을 쓰듯 이 글을 쓴 건 아니에요. 그냥 무대에서 공연이 된다는 전제 하나만 가지고 자유롭게 써보자고 생각했어요. 

 

 

<그게 다예요>가 데뷔작인 만큼 앞으로 다른 작품을 계속 쓰실 거라 믿습니다.


자유로운 글을 쓰고 싶어요. 시나리오와 뮤지컬 대본도 계속 쓰겠지만, 연극만큼 자유로운 건 또 없는 듯해요. 흔히 공간 제약이 없는 영화가 가장 자유롭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극은 애초에 가상의 것을 관객이 믿는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영화보다도 자유로울 수 있죠. 무대 위에서라면 나뭇가지를 들고 마법 지팡이라고 해도 모두가 암묵적으로 그걸 믿잖아요. 그게 규칙이고요. 굉장히 오래된 역사에 기반한 믿음이 있는 매체가 연극이고, 그래서 연극을 계속 쓰고 싶어요. 

 

 

지금 쓰고 계신 다른 작품이 있을까요?


연극을 위한 글 한 편과 뮤지컬을 위한 글 한 편을 쓰고 있어요. 하나는 고등학교 기숙사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세기말 가상현실 이야기예요. 둘의 공통점은 포털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에요. 


<그게 다예요>부터 가져가는 주제 의식이긴 한데, 저는 모든 현대인의 가슴이 뻥 뚫려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 매워지지 않는 결핍이 있고, 사람들도 그걸 알아요. 예전에는 그걸 메우고 싶어서 구원이나 진리 같은 걸 믿었지만 저희 세대에서는 드문 일이죠. 그래서 그냥 뚫린 채로 사는데, 이 뚫린 구멍이 사실은 어딘가로 이동할 수 있는 포탈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큰 주제 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형식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순수한 작가로서의 마음가짐과 기획제작자로서의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요. 순수한 작가로서는 그냥 아름답고 유용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세상에 큰 문제, 뜨거운 문제를 잘 쓰시는 작가님들이 너무 많이 계세요. 저는 그것도 좋지만, 이 사회 어딘가에는 아름답고 유용하고 다정한 이야기가 늘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주목하고 싶어요. 


기획제작자로서는 새로운 취향을 제시하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예를 들어 저는 이제 전형적인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은 보기가 힘들어요. 전에 없던 새로운 작품을 개발하고 싶어요. 애초에 기획 단계부터 이 작품이 노출되고 소비되는 모든 단계에서 기존 방식과는 다른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강해요. 

 

 

지금까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물의 기억들로 짜인 드레스 한 벌을 보러, 또는 한 곡의 음악을 들으러 오신다는 생각으로 극장을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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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이효섭
    •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연극? 기대 됩니다...^^
    • 0 0
  •  
  • 김미향
    • 기억들로 짜 내려간 드레스는 어떤 드레스 일까?
      그 드레스는 '그게 다예요' 라고 밀할것 같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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