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건조함, 블랙 그리고 최소한의 선 -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라울 뒤피

글 입력 2023.06.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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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서울_퐁피두_뒤피_포스터1.jpg


 

이번 전시는 ‘더 현대 서울’과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의 첫 프로젝트이다.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은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연간 천만 명이 찾는 근현대 미술의 중심지이다.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라울 뒤피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번 더현대 서울 전시에서는 그의 오리지널 작품 13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본 전시는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회고전인 만큼 그의 다양한 작품이 섹션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는 인상파, 야수파의 영향을 받아 1920년대 초에 이르러 참신한 색채와 자유로운 선의 활용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했다.

 

전시는 그의 자화상으로부터 시작했으며 인상파에서는 르누아르, 야수파에서는 앙리 마티스, 그리고 전반적으로 반 고흐의 영향 또한 느껴졌다. 더불어 그는 입체파에서는 피카소, 폴 세잔, 브라크 등 여러 화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이처럼 그가 영향을 받은 화가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의 그림 안에서 다른 화가의 영향을 찾아내는 것이 전시의 또 다른 재미였다.

 

그는 “내가 말하는 색채란 본연의 색채가 아니라 물감의 색, 화가의 언어로 이루는 단어와도 같은 팔레트 위의 색채를 뜻한다”라고 말했는데 이 시기 그의 그림을 보면 주황색, 갈색, 초록색 등 몇 가지 색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그림은 거칠고 메마르게 느껴졌으며, 왜 라울 뒤피는 왜 이런 색들을 사용하여 이렇게 메마른 느낌으로 그림을 그렸을까라는 의문점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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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단순히 회화뿐만 아니라 대중예술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가 대중예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서 독일이 프랑스 및 동맹국에 전쟁을 선포했을 때 정점에 다다랐다. 그는 순수한 애국심이 담긴 선전용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에피날 판화를 참조하여 그림을 그렸다.

 

이 외에도 뒤피는 패션, 장식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라울 뒤피는 독보적으로 20세기 주요 예술가들 중에서 장식 예술에 대한 관심과 재능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예술의 서열화하던 관행을 무시하고 도자기와 태피스트리, 일러스트, 광고 벽보 등을 모두 훌륭하게 소화했다.


뒤피의 그림을 보다 보니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파랑’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과 ‘목욕히는 여인들’을 다방면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초기작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고향의 해안선과 맞닿은 영불해협의 여러 풍경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받았는데, 그에게 바닷가는 항만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보다는 여가 생활의 장에 더 가까웠다.

 

전통적인 원근법의 모든 형태에서 탈피한 가공의 지형을 중시하면서 헤엄치는 여인과 우의적 비유의 형상들, 조개, 화물선이나 범선 등 여러 가지 세부 묘사가 넘쳐나는 새로운 해안 공간을 창조했다. 특히 바다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그는 물놀이하는 여인의 형상을 수많은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 이 주제를 확장시켜 귓가에 조개를 가까이 대고 있는 모습으로, 바다의 여신 암피트리테를 작품에 담아내기도 했다.

 

 

Cargo noir à Sainte‐Adresse.jpg

 

 

이번 전시 대부분의 그림 색깔은 ‘탁함’이 많이 느껴졌다. 뒤피는 동물시집 목판화 작업 이후 검은색에 애착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1920년대부터 그의 풍경화에는 검은색이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태양은 검은색이다.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한 만큼 그가 그린 풍경화 전경은 밝은 느낌이 아닌 검은색이 침식한 모습이다.

 

특히 몇 작품에서는 검은색이 많이 섞인 파란색으로 바다를 표현하고, 인물과 배는 환한 색상을 사용해 대비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바다를 그릴 때는 일반적으로 모래사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이 아니라 바다 한 가운데서 항구를 바라보는 느낌을 주도록 다양한 원근법을 사용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새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본 전시에 있는 뒤피의 그림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건조함, 블랙, 최소한의 선이 키워드로 남는다. 그는 검은색을 사용한 색과 메마르듯 보이는 붓의 터치감을 사용하여 전반적인 그림을 건조하게 보이게 했다. 더불어 초상화 등 여러 작품에서 최소한의 선만을 사용하여 형태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최소한의 선은 전체를 나타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그가 얼마나 신중하게 선을 그렸는지 알 수 있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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