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랑스 영웅은 왜 몰락하게 되었나, 뮤지컬 나폴레옹

글 입력 2023.05.1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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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5월에는 특별한 소식이 있었다. 5월 5일부터 21일까지, 약 3주간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뮤지컬 ‘나폴레옹’의 프랑스 오리지널팀이 내한하여 무대를 꾸민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의 주체였던 ‘나폴레옹’을 프랑스 배우들이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기회에 설렌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려 보게 됐다.


우선, 뮤지컬이 어땠는지 이야기하기에 앞서 작품에 대한 내용을 가볍게 짚어보자면 이와 같다. 뮤지컬 ‘나폴레옹’은 전쟁으로 혼란스럽던 18세기 유럽, 이집트 원정과 마렝고 전투 승리 등 황제의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팀은 레미제라블, 노트르담드 파리, 로미오와 줄리렛 등 프랑스의 대형 뮤지컬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던 로랑 방, 존 아이젠, 제롬콜렛, 크리스토프 쎄리노, 끼아라 디 바리 등 20인의 프랑스 대표 뮤지컬 배우들로 구성됐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 작품에서는 그 어느 것보다 이색적인 점이 있다. 프랑스 영웅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는, 프랑스 배우들이 공연하는 프렌치 뮤지컬이지만 라이선스가 한국에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공연을 보기 전 작품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자 검색을 해봤을 때 ‘K-뮤지컬’이라는 단어를 보고서는 눈을 의심하기도 했다. 소재는 프랑스 영웅, 배우들은 프랑스 사람, 배경도 프랑스 등등 온통 프랑스로 가득한 이 작품에서 어찌 ‘K-뮤지컬’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일지 의문이 가득했다.

 

알고 보니 이 작품은 1994년 캐나다에서 영어 버전으로 시작한 작품을 한국에서 판권을 사들여 프랑스어 오리지널 버전으로 론칭했다고 한다. 즉, 한국인 프로듀서가 발굴한 작품을 산 뒤, 프랑스 현지 캐스팅을 한 것으로 한국이 주도적으로 라이센싱을 보유하게 된 새로운 방향의 K-뮤지컬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판권을 샀다고 하면 당연하게 한국에 맞춰 내용을 각색하고 한국 배우들이 공연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오리지널리티를 살려 프랑스 현지 캐스팅을 한다는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이렇듯 뮤지컬 ‘나폴레옹’은 프랑스 대표 뮤지컬 배우 구성, 새로운 방식의 K-뮤지컬 등 주목할 만한 다양한 포인트들이 있었는데, 공연을 보고 난 뒤 주관적인 시선으로 꼽은 몇 가지 포인트들도 가볍게 얘기해 보고자 한다.

 

 

 

# 수미상관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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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폴레옹’은 나폴레옹의 진두지휘 하에 전쟁을 치르는 장면으로 극이 시작된다. 총알이 비처럼 쏟아지는 전장 사이 뒷짐을 진 채 가만히 서 있는 나폴레옹의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무슨 사연이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공연을 시작함과 동시에 관객의 시선과 호기심을 사로잡아 순식간에 집중을 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시퀀스였다고 생각한다.

 

해당 장면을 시작으로 극은 친절하게 시간 순서에 따라 나폴레옹의 생애에 대해 풀어낸다.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그가 혁명을 결심하게 되고, 그 이후 어떻게 황제에 오르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친절한 흐름이었다. 이렇게 차차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극의 초반 장면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화두로 던지고 이 사람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서사를 보여줌으로써, ‘이 사람을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어’라고 설명을 해주는 구조였다.

 

그 장면이 나오게 된 배경을 모른 채 보는 것과, 그 장면이 나오게 된 스토리를 다 알고 마주할 때는 엄청나게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는 것을 새롭게 실감했고 이는 꽤나 흥미로운 플로우라고 생각해서 기억에 남았다.

 

 

 

# 나폴레옹의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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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겐 나폴레옹하면 ‘프랑스 혁명’, ‘전쟁’, ‘장군’ 등 그의 업적에 대한 단어들만 연상된다. 이 연상에서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뮤지컬 ‘나폴레옹’을 보고 난 뒤는 연상되는 단어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 극에서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드라마 같은 러브 스토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일 수 있으나 이러한 내용이 극에 녹아 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나로서는 꽤나 생소한 장르였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그와 조세핀의 사랑 이야기가 너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그의 인생에서 그녀를 빼먹을 수 없었기에 그 이야기를 큰 줄기 중 하나로 다루고자 했던 것 같은데, 이는 뮤지컬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요소였다.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보며 느꼈던 것은 ‘나폴레옹의 생애/업적’ & ‘나폴레옹의 사랑 이야기’라는 큰 두 가지 줄기를 가지고 극이 진행된다는 것이었는데, 두 소재 모두 꽤나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보니 각각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는 나폴레옹의 업적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의문을 남았다. 둘 중 하나의 소재를 메인 주제로 삼고, 그 하위 중요한 소재 중 하나로서 등장을 했더라면 좀 더 융화되어 자연스러운 플로우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다.

 

 

 

#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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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기에 앞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언어의 장벽’이었다. 모국어인 ‘한국어’로 꾸며진 공연이 아니다 보니, 아무리 자막을 제공한다고 해도 극을 파악하는 게 어려울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나 친숙한 영어도 아닌, 불어로 이뤄진 공연이라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초반에는 불어의 발음도 생소하고 내용 파악을 위해 자막을 보느라 배우 연기에 집중하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어느 정도 극이 흐른 뒤에는 공연을 보는 게 익숙해져서 보다 극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더욱 집중하게 만든 것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었다.

 

주조연 할 것 없이 연기력과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공연장 분위기를 휘어잡는 것을 물론 소리로 지붕을 뚫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감탄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곤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폴레옹’ 역을 맡은 배우의 성량은 정말 뛰어나서 공연장이 작게 느껴질 때도 있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공연을 다 보고 난 뒤 공연장을 나서다가 문득 뒤돌아본 곳에는 진취적인 모습의 석상 등으로 이뤄진 평화의 전당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조금 전 봤던 나폴레옹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국내 어느 공연장보다도 나폴레옹과 가장 어울리는 장소라고 느껴졌고, 내한할 때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공연장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내한은 3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만 공연을 해서 아쉬움이 남는데, 이후 내한을 하게 된다면 조금 더 길게 공연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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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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