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도서/문학]

오랜만에 책 '모모'를 읽고
글 입력 2023.05.04 12:4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164187631989555.jpg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 책 <모모> 중

 

 

오랜만에 책 <모모>를 꺼내 읽어봤다. 10년도 더 된 책이라 빛도 바래고 먼지도 쌓였지만 책 속 호라박사는 여전히 따뜻했다.


초등학교시절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모모와 회색신사들, 호라박사와 거북이 카시오페아까지.. 먼지 쌓인 빛바랜 책장을 펼친 것처럼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난다.


회색 신사들에 맞서 시간의 꽃을 들고 달리던 모모를 응원했던 어린 시절의 내게, 이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환상적인 동시에 어쩐지 읽을 때마다 조금 서글펐던것 같다. 매순간 숨막히도록 아름답다는 시간이라는 꽃이 끊임없이 피고 지는 것을 상상할 때마다, 어쩐지 따뜻한 호라 박사의 '시간'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마다.

 

마냥 천진난만하던 꼬꼬마였던 내게 책 속 모모와 함께 겪었던 시간은 너무 아름다운, 그러나 영원할 수 없는 찰나의 연속이었다. 그 설명할 수 없는 모순성에서 느껴지던 슬픔이 아니었을까. 찬란함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이 세상의 운행에는 특별한 순간이 있지. 그 순간에는 하늘 먼 곳의 별까지, 이 세상 모든 사물과 존재들이 독특한 방법으로 서로 영향을 미쳐 이제껏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단다. 애석하지만 인간들은 대부분 그 순간을 이용할 줄 몰라. 그래서 운명의 시간을 아무도 깨닫지 못한 채 지나갈 때가 많지. 하지만 그 시간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아주 위대한 일이 이 세상에 벌어져.

 

- 책 <모모> 중

 

 

어른이 되어 본 동화는 한구절 한구절이 다른 깊이로 다가온다. 하지만 여전히 따뜻하고, 다정하다.

 

어린시절 모모를 꿈꾸었던 나도 어느새 시간에 쫓기고 회색 신사들에게 쫓기는 시시한 어른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펼치자마자 다시 꿈 많았던 그때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음식, 노래, 사진, 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사실 우리의 기억을 담는 메모리다. 어린시절 문방구 앞에서 사먹던 불량식품을 우연히 슈퍼에서 마주할 때, 또 학창시절 유행했던 노래를 길거리에서 듣게 될 때.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린이였던 시절 꿈과 환상으로 가득 찼던 책을, 동화를 다시 읽을때. 한켠에 잊고 살았던 추억 속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동화 속은 사실 어린이를 위한 어른들의 따뜻한 배려로 만들어진 세상이다. 그래서 한구절 한구절이 마냥 따뜻하다.


동화를 오랜만에 다시 읽으며 여전히 따뜻한 그 이야기들과 함께, 그 동화를 읽던 어린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크나큰 위로가 된다는걸 느꼈다. 종종 잊고 살지만, 어른에게도 꿈많은 어린 아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것... 맞는 말이다. 결국엔 어린이를 거친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 책 <모모> 중

 


먹는게 곧 우리 몸을 이루고, 평생 보고 들은게 곧 우리의 인격을 이루며, 하루하루가 곧 우리의 삶을 이룬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유행은 빠르게 바뀌고 변화한다. 휙휙 바뀌는 세상의 속도에 따라 우린 무언가를 너무 쉽게 가졌다 버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을 신식과 구식으로 나눠 정렬하려 한다. 오래된 것, 시간이 조금 지난 것은 종종 유행이라는 기준에 의해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우리는 최신의 속도에 발맞춰 뛰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구식이든 신식이든,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그 모든게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정신없이 세상의 속도에 맞춰 뛰다보면 우린 우리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를 종종 잊는다. 과거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나의 모든 순간은 내 삶을 이루는 부분들이다. 그 모든 시간들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모모를 읽었던 어린시절의 나도, 그 추억도 모두 내겐 소중한 순간들이었음에 틀림없다.

 

 

시간을 재기 위해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거기에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듯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한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


- 책 <모모> 중

 

 

[박주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