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차가운 잿빛 담의 찬란한 성공 - 코코 샤넬

도서 <코코 샤넬>을 읽고
글 입력 2023.04.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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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이십 대 초반, 당시에 난 보세샵에서 잡화판매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때 매장에서 판매가 가장 많이 되었던 제품은 단연, 커다란 샤넬 문구가 새겨진 샤넬 지갑과 귀걸이, 반지였다. 그 후 직장인이 되어 같이 일했던 동기들이 월급 중 일부를 명품구매에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명품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명품의 금액은 절대 저렴하지 않다. 돈이 넘쳐나는 부자가 아니고서야 한 달 월급을 통째로 쓰거나 월급 일부의 얼마씩을 몇 달간 모아야 가방을 산다거나 신발, 옷 등을 살 수 있을 정도로 금액은 상당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명품 하나씩은 꼭 장만하고 싶어한다. 소위 짝퉁이라 일컫는 제품이 넘쳐나는 브랜드 또한, 명품 중에서도 샤넬이나 루이뷔통,구찌등을 손꼽을 수 있다. 명품은 다양한 가치와 매력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나 역시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가 있고, 간혹 마음에 드는 명품을 고민하다 사는 때도 있지만, 명품에 관심이 있는 만큼 그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다.

 

얼마 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구찌' 를 재밌게 봤다.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천재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삶을 다룬 영화 '맥퀸' 또한 기억에 남는 영화이다. 그러한 연장 선상에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샤넬'의 이야기는 과연 어떠할지 많은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다.

 

모자람 없이 자랐을 것만 같은 그녀는 자신을 이 세상에 있게 해준 아버지로부터 철저히 버림을 받고 수녀원에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난 그녀가 왜 코코 샤넬이라 불렸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토록 고혹적으로 느껴졌던 코코 샤넬이란 이름은 사실, 그녀가 성인이 되어 일했던 밤의 공연장에서 짤막한 이벤트성 가수를 하면서 불리었던 별명이었다.

  

그녀가 바라던 꿈은 디자이너로서의 성공이 아닌 대도시의 성공한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비록 가수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그 과정 역시 녹록지 않게 짓밟히며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덕에 지금껏 우리가 그녀의 작품 '샤넬'을 보게 된 것임은 틀림없다.

 

다른 여러 책과 영화를 보더라도 큰 성공엔 말도 안 되는 우연과 엣지가 있다. 그녀 역시 아주 작은 에피소드로 패션계에 입문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레이스와 주름을 많이 활용한 호화로운 패션이 주를 이뤘고, 우연한 기회에 코코 샤넬은 남성용 승마 바지를 아주 심플하게 여성용으로 고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심플하고 간결한 모자를 선보이며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어렵게 살았던 지난날을 지운 채, 이전과의 삶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모자를 판매하면서 점차 그녀만의 독창적인 센스와 감각으로 샤넬스커트, 바지, 샤넬 향수, 트위드재킷 등을 선보이며 현대를 상징하는 패션을 주도하게 된다. 우아함과 실용성을 모두 아우르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추구했던 샤넬은 1971년 1월 11일 어느 호텔 방에서 쓸쓸히 숨을 거둔다.


사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 운이 좋아야 이룰 수 있는 성공이 아닌 자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패션계의 한 획을 그은 어마어마한 성공과 부를 축적한 그녀이지만, 패션계의 대혁신을 불러일으킨 것과는 별개로 일 외적으로 여자로서의 삶은 많이 외롭고 혹독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관계인 아버지로부터의 버림과 결혼을 약속한 사람의 부재,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등 누구도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일련의 일들 탓에 그녀는 더욱 더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코코 샤넬을 성공한 사업가가 아닌 그저, 한 인간으로서 바라봤을 때, 죽는 순간까지 그녀를 쓸쓸하게 만들었을 고독이라는 것에 대하여 사실 쉽게 가늠하기는 어렵다.


여러 유명인사의 전기를 보다 보면, 물론 일적으로나 사적으로 행복한 이들도 많지만, 샤넬과 맥퀸처럼 커리어적인 면을 배제했을 때, 녹록지 않은 쓸쓸한 생도 많다. 그들의 삶을 보노라면, 과연 진짜 인생은 무엇일지, 신이 정말 존재하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물음까지 떠올리게 된다.

 

사업이 크게 성공했다면, 실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인데, 내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고, 나의 개인사까지 마냥 행복할 순 없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감히 쉽게 남에게 투영해선 안되는 동정이라는 감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인생을 '실패'라고 단정짓는 그들의 삶이 나는 너무 안타깝다.


가장 최근에 봤던 '구찌' 라는 영화와 비교했을 때 '구찌'의 주인공은 태생적으로 부유한 집안의 후계자이지만, 샤넬은 버림받은 인생에서 홀로 일어나 명실상부한 독립적인 여성이기에 더욱 더 마음이 간다. 홀로 이루어낸 부와 명성과 함께 진정으로 그녀를 아끼는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사랑까지 깃들여져 더해졌다면 얼마나 그녀가 더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패션과 프랑스를 떠올리면 에펠탑보다도 더 먼저 떠오르는 '샤넬'의 일대기를 읽을 수 있음에 뜻깊음을 느낀다. 그 누가 뭐라 해도 한 시대를 풍미하며 지금까지도 그 명문을 훌륭하게 잇고 있는 '샤넬'의 영광스러움은 앞으로도 무한할 것이다.


외로이 홀로 잠든 '코코 샤넬'의 평안한 영면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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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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