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밀 연극이 건네는 따뜻한 용기 - 비밀의 화원

국립정동극장 뮤지컬 '비밀의 화원' 관람 후기
글 입력 2023.04.0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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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비밀의화원-포스터.jpg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듣고, 널리 퍼뜨려왔다. 우리는 이야기에 몰입하여 자신을 그 속에 위치시키기도 하고, 이야기에 공감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거나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다양한 모습으로서 존재한다. 문자를 통해서 소설이 되기도 하고, 멜로디에 가사를 담아 노래가 되기도 하며,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극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예술'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서사를 담은 예술이 가진 힘 중 하나는 고통스러운 현재의 상황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정동극장에서 진행중인 뮤지컬 〈비밀의 화원〉은 예술의 힘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뮤지컬 〈비밀의 화원〉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소설 〈비밀의 화원〉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보육원 아이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연극을 통해 비춰지는 소설 속 이야기의 두 층위로 이루어진 극중극 형태이다.

 

*

 

"괜찮아, 우리의 마음속에 비밀의 화원을 가꾸자."

 

1950년대 영국 요크셔의 성 안토니오 보육원. 곧 퇴소를 눈앞에 둔 네 명의 아이 에이미, 비글, 찰리, 데보라가 있다. 보육원에서는 반년에 한 번,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어른들이 방문하는 '오픈데이' 가 열린다.

 

마지막 오픈데이를 하루 앞둔 날. 새로운 가족과 함께 행복해질 미래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찰리는 아무도 우리 같은 아이들을 원하지 않는다며 모두 헛된 일이라 말한다. 에이미는 침울해하는 친구들을 위해 어릴 때처럼 연극 놀이를 하자고 제안하고, 오랫동안 읽어 다 낡고 해진 책 '비밀의 화원'을 집어 든다.

 

직접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책을 읽어보자고 말하는 에이미를 따라 아이들은 모두 한 명씩 배역을 맡고 이야기에 빠져든다. 소설 속 메리, 디콘, 콜린, 마사의 이야기와 보육원의 에이미, 비글, 찰리, 데보라의 현실이 이어지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오픈데이 날이 밝아오는데… - 시놉시스

 

 

 

예술이 건네는 힘



오픈데이 당일, 입양을 선택받기 위해 신경쓰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찰리는 찾아온 어른들 앞에서 어른들의 위선을 고발, 소리치고 오픈데이는 급하게 중단되고 만다.

 

줄곧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찰리의 모습은 과거의 아픔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보육원에서 지내는 동안 새로운 가족으로 선발되기 위해 오픈데이를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 그였지만, 계속되는 입양 실패는 찰리에게 무력감과 회의감을 안겨주었다.

  

에이미를 비롯한 친구들이 함께 비밀연극을 하자고 권할 때에도 계속해서 거부하고 뿌리치는 찰리의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는 그의 마음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찰리가 겪었던 실패와 무력감은 누구나 한번 쯤 겪었을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리는 마침내 비밀연극에 참여하고, 일어서서 자신의 힘으로 걷게 된 콜린의 이야기로부터 의지를 이어받아 자신의 꿈에 대한 희망을 안고 앞으로 나아간다. 곧 비밀 연극의 힘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콜린을 병약한 상태로 규정하며 그의 자유를 박탈했던 환경은 콜린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잠재성을 제한시켜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선택받지 못한 채 퇴소일만을 기다리는 찰리의 처지와 유비된다. 하지만 레눅스와 디콘의 응원을 바탕으로 스스로 두 발로 서게 된 콜린의 모습은 찰리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었다.

 

이러한 점에서 극중극 형태는 뮤지컬 비밀의 화원에서 형식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내부 이야기 속 인물들과 외부의 인물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꿈을 갖고 살아가는 삶에 대해 노래를 한다는 점에서 두 세계는 목적지를 공유하며 이는 '연극'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연결된다.

 

이야기 속 주인공에게 몰입함으로써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태도를 보여주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는 예술, 특히 서사를 지닌 예술이 갖는 힘이자 가치로 여겨볼 수 있다.

 

콜린의 의지와 성공은 찰리에게 좌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주었고, 이는 다시 찰리에게서 우리로, 삶에 지친 우리가 희망을 안고 나아갈수있게끔 북돋아준다.

 

 

[국립정동극장] 뮤지컬 비밀의화원 프레스콜 (1).jpg


 

이야기 구조 이외에 〈비밀의 화원〉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실시간으로 연주되는 넘버였다. 녹음된 음악이 아닌 밴드가 직접 연주하는 넘버는 배우들의 노래와 함께 어우러지며 작품에 생동감을 더해주었다.

 

한편 "비밀의 화원"이라는 소재에 걸맞게 화원이 배경이 되는 플롯에선 극장 공간에 달달한 꽃향기가 퍼졌다. 귀를 즐겁게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시각적인 무대 연출과 함께 후각을 자극하는 꽃향기는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하였다.

 

찰리가 콜린의 이야기로부터 희망을 얻었듯이, 찰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또다른 희망을 건네주었다.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연극, 곧 예술은 직접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진 않지만 내일을 향해 한발짝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전해줄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각자만의 비밀 연극을 머금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정충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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