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집 판타지 잘 하네 [영화]

영화관에 걸려있을 때 보세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글 입력 2023.04.01 10: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기묘한 이야기> 시즌4 속 '던전 앤 드래곤' 플레이

 

 

‘던전 앤 드래곤’이라는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진한 판타지의 향기. 몰랐는데 엄청 유명한, 유명한 걸 넘어 RPG의 원조 게임이라고 한다. <기묘한 이야기>에서 하던 게임이 이 게임이라고.

 

넷플릭스 <아케인>,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등 게임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재밌게 봐서 솔깃했는데 시사회 반응도 좋아 개봉 첫날 바로 예매했다. 전편을 보지 않아도, 세계관 이해가 없어도 즐길 수 있는 판타지 영화가 얼마 만인지.


진중함과 가벼움을 넘나드는 크리스 파인의 에드긴은 <스타트렉> 커크 함장이 떠오르고, 미셸 로드리게즈의 홀가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보여준 역할과 크게 다른 게 없는 것 같지만 그만큼 그런 캐릭터에 찰떡이라는 것 아닐까. 그리고 시종일관 깐족거리는 휴 그랜트의 포지까지.

 

이때까지 미디어에서 봐온 클리셰를 통한 빅데이터로 다음 전개가 바로 그려지기 때문에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다.

 

 

[크기변환]MV5BZjU2OTAyNmUtZTg3My00N2M5LTljNTYtZTkxYTVjNmJlZTE3XkEyXkFqcGdeQXVyMTkxNjUyNQ@@._V1_.jpg

 

 

다 아는 내용인데 다른 점이라면 남녀 역할이 반대라는 것이다. 크리스 파인의 에드긴은 <스타트렉> 커크 함장처럼 전투에 능하지 않고 전략을 짜는 캐릭터고, 미셸 로드리게즈의 홀가는 <분노의 질주> 레티보다 더 세다.

 

홀가가 밧줄에 손목이 묶인 채 벽돌로 병사 여러 명을 쓰러트리는 동안 에드긴은 밧줄을 벽돌에 비벼 끊어내기 바쁜데, 그마저도 다 끊어내지 못한다. 마초 이미지가 강한 전남편 배우가 소인족으로 등장하며 목소리 톤을 높여 약간 울먹거리는 채로 사냥하러 다닌다고 집에 혼자만 내버려 둬 외로웠다고 말하고 홀가는 전남편을 미련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는데, 이 대화 전체가 흥미로웠다.

 

기존의 가부장적인 남편과 내조하는 아내라는 역할을 반전시킨 것뿐인데 이렇게 웃길 수가 있다니. 그리고 제목에 주인공처럼 박힌 드래곤이 언제 나올까 하던 찰나에 등장한 드래곤은 날렵함과는 동떨어진, 드래곤의 얼굴을 한 돼지였다. <호빗>에 나오는 스마우그 같은 드래곤을 기대했는데 이렇게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는 드래곤은 처음이었다.


이런 B급 요소들뿐만 아니라 판타지 영화 본분에 맞게 액션도, CG도 만족스러웠다. 드루이드 도릭이 파리로 변신해 포지가 영주로 있는 네버윈터의 금고에 잠입했다가 레드 위저드 소피나에게 들켜 여러 동물들로 변신하는 신, 하이선 게임 신 등 판타지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대부분의 장면들이 담겨있다. 악의 무리, 괴생명체와 싸우는 장면이 있어 잔인하지 않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다른 15세 이상 관람가 판타지 영화들에 비하면 순한 편이다.


혼자 남겨진 에드긴은 죽은 아내 사이에서 얻은 딸 키라를 홀가와 함께 키우는데, 남녀 캐릭터가 있다 하면 러브라인으로 엮기 바쁜 드라마에 익숙해져서 이 둘도 엮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초반부터 서로에게 전혀 매력을 못 느끼고,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친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못을 박고 시작해서 안심하고 볼 수 있었다.


평일 영화값 15000원 시대에 이제 예전처럼 친구, 가족을 만나서 할 게 없으면 영화관에 가서 부담 없이 시간대에 맞는 영화를 보고 나올 수가 없게 됐다. 길어봐야 3시간인 영화 한 편을 보는데 15000원을 투자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기대작이라도 다른 사람이 먼저 보고 남긴 후기를 꼼꼼히 훑고 나서 돈값을 하겠거니 싶은 영화만 예매한다. 식당에서 맛없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나오면 짜증나고 후회되듯 영화도 마찬가지니 말이다. 물론 사람마다 재미의 기준이 달라 남이 재미없다고 해도 나에게는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문화의 날(겨우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4시간 동안 영화를 7천 원에 보여 주면서 ‘날’이라고 거창하게 붙인 것도 웃기다.)에 개봉해 저렴하게 예매해서 재밌게 관람했지만 15000원을 주고 보라고 섣불리 추천은 못 하겠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봐야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어쩌다 영화값이 이렇게 돼 버린 걸까.

 

코로나로 극장가가 어려워져서 표 값을 올리겠다는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이제 마스크도 다 벗어던지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앞으로는 어떤 변명을 가지고 표 값을 올릴까 궁금하다.

 

대형 극장들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지 않아 극장이 힘들다고 관객들에게 호소하기 전에 평일 150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표 값부터 해결해 보는 게 어떨까.

 

 

 

[신민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