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신의 영혼을 채우는 습관 –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도서]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를 읽고
글 입력 2023.03.28 11:5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브론테_표1.jpg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의 작가

브론테 자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영문학의 고전을 탄생시킨

브론테 자매의 창작에 대한 꺼지지 않는 열망

 

생생히 기록된 일기와 편지, 빅토리아 시대 삽화 130여 점

 

 

우리는 어릴 때 그물을 짰다네

햇살과 바람으로 엮은 그물을

우리는 아이였을 때 샘을 팠다네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우리는 앳된 시절에 겨자씨를 뿌리고

아몬드 가지를 잘랐네

이제 성숙한 어른이 된 지금

그것들은 잔디 아래 시들었을까?

 

말라서 스러지고 죽어 갔을까?

썩어서 흙으로 돌아갔을까?

무릇 삶에는 어두운 그늘이 내려앉고

그 환희는 순식간에 사라지노니!

 

 

1835년 샬롯 브론테가 쓴 <회상>이라는 시이다. 이 시를 보면 상상의 세계를 지어내는 일은 브론테가 아이들에게 해방감을 안겨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뿐더러 성인이 되어 삶이라는 현실에 방해받게 된 샬럿은 당시를 돌아보면 부러운 마음을 표출한다.

 

어린아이일 때 우리가 겪었던 그 모든 기억들 저편을 성인이 된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있을까. 말라서 스러지고 죽어 갔을지. 썩어서 흙으로 돌아갔을지. 샬롯은 부러움의 표현으로 가득 찬 시를 작성했지만 샬롯의 어릴 적 기억들 덕분에 지금의 시가, 지금의 샬롯이, 지금의 브론테 자매가 존재하지는 않는 것일까.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아그네스 그레이> 등을 집필한 브론테 자매 샬럿, 에밀리, 앤은 고립돼 목사관에서 일평생을 살면서도 풍부한 식견을 갖고 1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과연 그 비결이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는가.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는 브론테 일가 간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통해 그들이 영문학의 뜨거운 별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된 비결이 바로 ’지어내는‘ 습관이다. 샬롯이 쓴 시 <회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어릴 적 경험했던 기억들을 배경 삼아 어른이 된 이후의 모습을 머릿속에 직접 지어내고 그려냄으로 또 다른 문학을 탄생시킨 것이다. 정말 순식간이다.

 

하지만 이 자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지어내기‘ 위한 욕망을 너무도 잘 숨겨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마을 아래까지 내려가는 일이 없었다. 더불어 아무리 낯익은 사람이라도 마주치기를 꺼렸고, 매주 주일학교 교사로 성실하게 일했다. 또한 이 세 자매는 결코 자발적으로 사교활동을 하지 않고 황야에서의 고독과 자유를 지켰다.

 

이 환경에서 그녀들은 어떻게 ’지어냄‘을 상상했을까? 이 상황에서는 ’지어냄‘을 생각조차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생각과 창의의 깊이는 꾸준한 생각의 빈도에서 비롯된다.” 브론테 자매는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뜨거운 생각을 꾸준히 이루어나갔기 때문이다. 규칙적이고 일방향적이다고 하더라도 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마저 일방향적이라고 판단해버리는 것은 큰 오해로 번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보고 계속 여기 남아서, 당신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로 있으라구요? 제가 기계인줄 아시나요? 감정 없는 기계? 내 입에서 빵조각을 빼앗아가고, 내 잔에서 생명같은 물을 내던져버려도 참으라, 이 말이에요? 내가 가난하고, 의미없고, 못생기고, 작다고 해서, 영혼도 마음도 없는 줄 아세요? 아니! 나는 당신만큼이나 영혼도 마음도 가득차 있어요! 신께서 내게 더 큰 아름다움과 재산을 주셨다면, 이 이별로 내가 아픈 것 만큼이나 당신을 아프게 하고 싶단 말야!”

 

 

<제인 에어>의 한 구절이다. 로체스터에게 숨겨왔던 제인 에어의 마음을 내뿜는 장면에서 우리는 마치 샬롯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우리에게 토로하는 듯 받아들여진다.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로 살고 싶지 않은 샬롯, 그저 가정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감정을 배제시킨 기계가 싫은 샬롯 이 구절만 해도 우린 샬롯이 그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끊임없이 찾으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영혼이 가득 차 있음을 끝까지 주장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아빠는 무모하고 야망에 찬 계획이라고 하시겠죠. 하지만 세상에 야망 없이 출세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브론테 자매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노력했던 주체적인 여성이었다. 가난한 생계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세우겠다는 꿈을 꾸게 된 샬롯. 하지만 그런 그녀의 의견을 반대한 아버지. 그녀는 그런 아버지를 끝까지 설득함으로써 그녀의 영혼이 채우다 못해 흘러넘친다는 것을 증명했다.

 

누군가 나에 대해 물을 때, 나는 날 어떻게 표현하는가. 샬롯이 멋있고 빛나는 이유는 그녀의 상황을 극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그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누군가에게 보이 싶은 모습이 아닌 그녀가 찾아낸 그녀의 영혼. 그 영혼이 브론테 일가를 빛나게 했고 물들게 했다.

 

그 물듬이 현대까지도 퍼질 수 있었음은 그들의 발자취가 글로써 남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갑자기 나와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다. 우선 그 캐릭터는 매사에 생각이 많을 것임은 분명하다.

 

 

[임주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5.30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