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각의 모든 것 - 감각의 박물학 [도서]

인간의 감각을 해부하다
글 입력 2023.03.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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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쳤던 감각에 대하여


 

살아가는 동안 감각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감각 없는 인간의 삶은 상상조차 안 된다. 현재 나의 상태만 보더라도,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는 시각, 자판을 누르고 있는 손끝의 촉각, 타닥타닥 자판이 들어갔다 나오는 소리의 청각, 오른쪽에 놓여있는 커피에서 향이 나는 후각, 입안에 고소하고 씁쓸한 맛이 나는 미각이 느껴지고 있다.


이토록 끊임없고 다양하고 불규칙하고 다양한 감각이 존재하기에, 강렬한 자극이 아닌 이상 기억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일상적이기에, 감각적인 요소들을 당연시 여기곤 한다.


혹시 감각에 대해 깊이 파헤쳐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지나쳤던 감각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더 넓은 감각의 세계를, 없다면 삶 속의 신비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펼쳐질 <감각의 박물학>에서.

 

 

 

신비로운 감각 대백과


 

책을 선정할 때 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감각의 박물학> 표지는 엉뚱하고도 참신하게 다가왔다. 만약 나에게 ‘감각’을 형상화하는 역할이 주어진다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오감을 표현하기 위해 단순히 눈, 코, 입, 귀, 손을 그렸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형태가 정해져있지 않은, 알록달록한 도형으로 감각을 표현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 우주의 조화를 감각으로 바라본 저자의 입장이 되어보면, 까만 배경의 우주 속에 휘어진 꽃처럼 보이는 자연과 꼿꼿이 서있는 인간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의 두꺼운 두께 역시 압도적이다. 544면으로 이루어진 책이기에 시작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결코 어려운 책은 아니다. 후각과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까지 총 6가지의 감각을 다루고 있는데, 그저 이론적 지식만 전하지 않고 다양한 역사적, 과학적 사례 그리고 사적인 경험까지 연결 지어 유익한 내용을 전달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개념 백과사전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이 떠올랐다. 책의 두께부터 예술, 철학, 과학 등 배움과 재미가 첨가된 요소, 그리고 다양한 에피소드 형식의 목차까지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책이 두꺼운 만큼 지식의 폭이 넓어지는 <감각의 박물학>.


감각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신비로운 감각 대백과’라고 생각한다.

 

 

 

익숙하고도 낯선 감각


 

책 속에 나와 있는 6가지의 감각 중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그리고 감각 상실을 경험했었던 ‘후각’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냄새는 침묵의 감각이고, 냄새에는 언어가 없다. 어휘가 부족한 우리는 말문이 막힌 채, 불명료한 쾌감과 자극의 바다에서 말을 찾을 수밖에 없다. ··· 눈을 가리면 보이지 않고 귀를 막으면 들리지 않지만, 코를 막고 더 이상 냄새를 맡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을 것이다. (p.19)

 

 

“냄새는 침묵의 감각”이라는 글을 보고, 후각에서 낯섦이 느껴졌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지만, 각각의 냄새에 대해 정의를 내리지 못한다. 책 속에도 나와 있듯이, 도서관 냄새, 자기가 좋아하는 의자나 다락방 냄새를 설명하라고 하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그저 ‘나무 냄새’, ‘습한 냄새’ 같은 표현만으로 냄새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냄새보다는 맛을 택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가를 갑자기 깨달았다. 사람들, 공기, 집, 피부... 우리는 모든 것에서 다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취한 것처럼 좋은 냄새와 나쁜 냄새를 모두 들이마셨다. (p.83)
 

 

위의 내용은, 갑작스러운 냄새의 상실로 인한 깊은 슬픔을 토로한 글의 일부이다. 나 역시 이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난생처음 코로나19에 감염이 되었을 때, 한 달간 냄새를 못 맡았었고, 맛도 느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괜찮겠지 하고 넘겼지만, 후각 상실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너무 컸다.


아무 향도 나지 않기에 맛도 당연히 못 느꼈고, 입맛도 사라져갔다. 그뿐만 아니라 향수 냄새, 이불 냄새, 버스 냄새 등 익숙한 냄새에 대한 기억까지 점점 잊혀갔다. 당연하게 들이마시고 있었던 곳곳의 향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다행히 회복하여 후각이 다시 돌아왔지만, 그때의 경험은 평생 충격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후각 이외에도 불필요한 감각이란 없다. 상호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감각이 있기에, 우리는 ‘경험’이라는 것을 할 수 있고, 사람 간 ‘소통’이 가능하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인간은 감각을 통해 생명을 지탱하고, 그 기억과 인상을 통해 더 나은 감각을 재창조하며 살아갈 수 있다.


사람들마다 성격이 다르고 가치가 다르듯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범위 또한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가장 기초적인 감각의 기능부터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감각, 그리고 공감각까지 탐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각의 박물학>을 통해 감각의 모든 것을 훑어보고, 본인의 삶에 있어 감각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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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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