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각으로 보는 세계, 감각의 박물학

오감은 세상을 보는 창
글 입력 2023.03.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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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흔히 오감이라고 말하는 감각들이 있다.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감각의 박물학>은 오감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 보따리 같은 책이다. 나는 이 오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진 것에 감사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가진 감각을 최대한 활용해 본 적은 없다는 뜻이다. 인간의 오감이 세상을 볼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도구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비가 오면 비 냄새가 좋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새벽 공기에서 묻어나는 향이 좋다고 말한다. 사는 동안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J에게, K에게, N에게... 또 무수한 사람들에게 자주 들어온 말이다. 그런데, 그래서? 나는 사실 비 냄새나 새벽 냄새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비가 오면 우산을 챙기기에 급급했고, 새벽에는 하루를 조금이라도 빠르게 시작하려 부지런히 굴었던 기억밖에 없다. 후각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잘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작가는 아주 많은 냄새들을 거론한다. 남녀의 육체적인 관계를 자극하고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페로몬에 관련한 향,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헬렌켈러가 세상을 코로 느꼈던 향, 조향사 소피아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기억의 창고에서 나는 냄새나 호박과 사향, 메시지를 가진 냄새.


나는 이 작가가 어떻게 살아온 건지, 어떤 것을 가까이하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문화생활을 했길래 이런 잡다한 지식들을 알고 있는 건지. 조금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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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설명할 때, 우리는 촉각의 상실에 대해 말하는 일이 많다.] - 프레데릭 작스


내가 이 책을 처음 소개할 때 분명 오감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거론했다. 후각뿐 아니라 다른 감각 역시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된다. 어쩐지 설명한다는 수식은 이 책에 걸맞지 않은 것 같다. 설명보다는 이야기 같고, 그마저도 아주 적극적이거나 자신을 어필하는 식으로 전개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작가는 나에게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촉각은 이런 애야. 너 얘 한번 소개받아 볼래? 음, 얘는 이런 특징이 있어.


손길의 유무에 따라 아이의 성장 속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촉각은 시각과 함께 우리가 삼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인간과 동물은 촉각을 느낌으로써 탐닉한다. 단순히 연인이나 가족 등 사랑하는 관계에서의 접촉만이 의미를 갖는 건 아니다. 작가는 직업적인 신체 접촉 또한 존재한다고 설명하고, 접촉은 때로 금기되거나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촉각이 누군가를 느끼거나 무언가를 촉진시키는 매체라고 한다면, 미각은 어떨까. 작가는 미각을 사회적인 감각이라고 소개한다. 사회적인 감각이라니? 나는 한 번도 내 혀가 사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해가 됐다. 정성스레 차린 음식을 맛보고, 언제 동날지 모르는 음식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며 서로 간의 정을 도모한다. 음식은 외부인과 나, 그리고 나의 가족을 하나로 에두르며 그들이 화합하게 한다. 그리고 그 음식을 맛보는 건 바로 혀의 역할, 미각의 세계인 것이다.

 

청각에 관한 내용을 읽던 중 내게 무언가를 생각해 보게 만든 구절과 질문은 다음과 같다. T. S. 엘리엇은 <드라이 샐베이지스TheDrySalvages>에서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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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깊은 곳에서 울리는 음악

그것은 전혀 들리지 않고, 내가 곧 음악이다 

음악은 계속되고 있는데.


작가는 독자에게 음악은 언어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음악은 언어일까? 한 심리학자는 음악이 일종의 지성이며, 하나의 소질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미지와의 조우>라는 과학소설에서는 음악이 우주의 공용어라는 제안을 건네고, 1971년 <뉴 리터러리 히스토리>에 발표한 수필에서 작곡가 조지 로크버그는 음악은 제2의 언어 체계고 그 논리는 인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음악은 언어일까? 만약 음악이 언어라면, 우리는 음악만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도 살아갈 수 있을까? 만약 음악이 언어가 아니라면, 우리는 음악으로 공유하는 감정을 설명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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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은 앞서 언급했던 감각과 함께 우리를 삼차원의 존재로 인식할 수 있게 해 준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중 가장 광활한 게 있다면 하늘이나 우주가 아닐까, 때때로 생각하곤 한다. 지구의 표면은 대개 물이라지만, 우주의 관점으로 보면 하늘, 즉 우주보다 더 큰 것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시각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도 특히 우주나 하늘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 집중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별을 관측하고 바라보며 별자리에 이야기를 지었다. 칼라하리의 부시맨은 은하수를 '밤의 등뼈'라고 부른다. 스웨덴에서는 천국에 이르는 '밤길'이다. 노르웨이인에게는 유령의 길이고,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사람들에게는 유령들이 타조를 사냥하는 흰 초원이다. 어떻게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가, 명칭이 각 문화권마다 있을 수 있는 걸까.


깊은 우주에 사는 존재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각자의 일을 하면서,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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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작은 박물관을 누군가 투어 시켜 주는 듯한 체험을 했다. 때로는 내가 아는 시인의 이름이 책 속에 등장했고, 때로는 처음 들어보는 영문식 이름이 낯설었다. 숫자로 이해하게 되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가,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 혹은 무언가 설명해 주는 유튜브를 보는 듯 흥미로운 이야기로 반전되기도 했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명쾌하게 A는 B다!라는 식의 제안을 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 생각해 볼 만한 요소들을 끊임없이 제안하고, 독자를 생각하게 만든다. 덕분에 책을 완독 하는 데엔 꽤 오래 걸렸지만, 이후 책의 표지를 덮고 제목을 보자 '아, 제목 잘 지었네!'라는 생각이 절로 튀어나왔다. 이 책은 그야말로 감각의 박물학이다.

 

만약 감각으로 보는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봤으면 좋겠다. 나도 내가 가진 감각들이 이렇게나 매력적인 도구인 줄 처음 알게 되었으니까, 분명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곽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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