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찰나의 순간에 대하여. - 알렉스 카츠 ‘반향’ [미술/전시]

글 입력 2023.03.0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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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눈에 카메라가 있어서 내가 원할 때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바로바로 찍어줬으면 좋겠다고. 그럼, 찰나의 순간도 놓치지 않고 기록할 수 있고, 카메라로 다 담을 수 없는 모습도 내 눈으로 직접 기록하면 좀 나을 것 같아서다. 이런 생각을 할 만큼 남기고 싶은 순간들을 모두, 온전히 기록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매우 컸다.


얼마 전, 알렉스 카츠의 ‘반향’을 만났고, 이 전시회는 나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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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본 알렉스 카츠의 작품은 신선하고 톡톡 튀는 젊은 감각이 돋보였다. 그래서 젊은 작가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90세 이상의 노장이었다. 그 나이에도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알렉스 카츠는 주로 주변의 풍경과 인물을 그려 일상의 한 장면을 캔버스에 담았다. 생동감 넘치는 그만의 매력과 일상이라는 소재가 만나니 작품은 살아 움직였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 속의 장소에 있는 것 같고, 인물을 직접 만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이번 전시에 관심이 간 이유는 색다름이었다. 특이한 모양의 건축물을 직접 보고 싶었고, 명품 브랜드 건물에서 하는 전시회라는 점이 신선했다. 전시회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작가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그러나 그림을 보고 난 후에는 관심이 생겼다.


알렉스 카츠의 작품은 처음 접했지만, 작가의 작품 스타일과 매력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정교한 스케치, 대형 스케일과 컷아웃, 평범한 일상을 영화나 드라마 속 한 장면으로 만들어내는 그의 재능, 주변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안목, 빛을 활용할 줄 알고, 관객과 그림이 하나 되도록 만드는 능력 등 그의 강점을 총집합한 전시였다.


작품은 6점밖에 없었지만, 부족함이 없었다. 가슴 속은 좋은 작품을 누렸다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6점 모두 좋았지만, 잔상이 남았던 작품은 「에이다2」 와 「반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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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다2」를 처음 봤을 때는 물음표였다. 알루미늄 설치물을 이용하여 전시했는데, 캔버스에는 알렉스 카츠의 아내인 에이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상반신까지 그려진 에이다는 왼쪽 상단에 치우쳐 있었다. 넓게 설치된 알루미늄에 비해 작은 그림이 전시된 점이 특이했다.


「에이다2」는 컷아웃 형식의 초상화로 비워둔 부분은 관람객의 상상으로 채우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작품이었다. 보통 캔버스에 채워 넣은 그림을 보고 각자의 방법으로 해석하거나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이해한다. 하지만 알렉스 카츠는 관람객에게 해석이 아닌, 상상을 유도했다. 이로써 관람객은 그림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는 작가가 비워둔 부분에 평소 좋아하는 바닷가의 풍경을 그렸다. 겨울 하늘을 거울처럼 비추는 바다와 고운 모래가 순식간에 여백을 채웠다. 여기서부터 상상이 시작됐다. 


에이다는 알렉스카츠 앞에서 바다를 보며 걷고 있었다. 즐거움이 묻어나는 아내의 옆얼굴을 보며 미소 짓다가 아내를 불렀다. 그러자 에이다가 환하게 웃으며 돌아봤다. 알렉스카츠는 에이다의 얼굴에서 빛을 봤다. 찰나의 빛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억에 저장한 그는 후에 그림으로 남겼다.


나만의 방식으로 여백을 채우고,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그림을 다시 보니 특별해 보였다. 알렉스 카츠만의 방식과 나만의 방식이 만난 작품이라는 생각에 애정이 생겼다. 더 마음이 가고, 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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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메인인 「반향」은 물에 비친 나무와 빛이 대형 캔버스를 가득 채운 그림이었다. 전시에 소개된 그림은 모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그 중 「반향」이 가장 생동감 넘쳤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빛에 눈이 부시는 것 같고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 그림을 보면서 빛이 반사되어 환해지거나 어두워지는 물에 비친 나뭇잎을 봤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림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실제 풍경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 수면에 비친 풍경을 이보다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잘 그린 작품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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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다 보고 동선을 따라 걸었더니 곡선 유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밖에서 본 건물 상단의 자유롭고 우아한 곡선이 인상적이었는데 안에서 보니 느낌이 달랐다. 천장과 옆면이 전부 유리로 되어 있어서 개방감이 들었다. 하늘과 청담동의 거리를 번갈아 보니 고층 건물이 아닌데도 매우 높은 곳에 올라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빛은 건물 안의 조명을 담당했다.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의 건물은 건축가 프랭크 개리가 설계했으며, 한국의 역사를 담아낸 건축물이라고 한다. 한지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같은 곡선 유리는 흰 도포 자락으로 학의 날갯짓을 묘사한 동래학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전시회에 가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정보를 알고 가서인지 아래의 통유리는 곧게 뻗은 학의 다리, 하늘로 향하는 상단의 곡선 유리는 학의 날갯짓처럼 보였다.


평범한 거리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이 건축물은 유독 돋보였다. 일상에서 예술을 찾은 것 같았는데, 이 점이 주변을 소재로 삼았던 알렉스 카츠의 스타일과 잘 어울렸다.


화장실에 가느라 1층 매장을 먼저 구경하고 전시를 관람했는데, 그림을 보고 나서 매장을 구경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패션 아이템들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였을 것 같다.


명품 브랜드 건물에서 전시회를 관람한 건 처음이었다. 덕분에 전시회 장소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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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향’에 소개된 그림의 공통점은 빛과 현재였다. 모든 그림에는 빛이 존재했고, 그 빛은 평범한 순간도 빛나는 순간으로 만들어줬다. 


빛나는 순간은 찰나였다. 빛을 따라가면 찰나의 순간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순간에 집중하면  현재를 즐길 수 있다. 이를 그림으로 가르쳐 준 전시였다.


그림을 다 본 후, 기억에 저장된 찰나의 순간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찰나의 순간을 영상이나 사진에 다 담지 못해 많이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억에 저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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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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