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묵묵한 애정으로 닦는 길 – 박주향 공연기획자

글 입력 2023.02.1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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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의 종착지는 창작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 만들기를 꿈꾸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작곡 만들어보기를 꿈꾸듯이 말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쌓이고 쌓여 더 이상 담고만 있기 어려워질 때, 우리는 그것을 동력으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다. 더 나아가 누군가는 그것을 업으로 삼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1인 공연기획사 ‘인메이트’를 운영하는 박주향 공연기획자 역시 공연을 너무 좋아하다가 공연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비전공자로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할 용기를 낸 것도, 코로나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던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공연을 향한 애정 덕분이었다. 그 애정 어린 마음은 공연기획을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꺼지지 않고 한결같이 타오르는 중이다.

 

지난 2월 6일, 박주향 공연기획자가 공연 일을 시작한 홍대 근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오랫동안 애정으로 닦아 온 ‘박주향만의 길’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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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은 일을 할 때 

느낌이 얼마나 다른지 잘 알거든요.”

 

 

박주향 공연기획자님, 반갑습니다. 운영하고 계신 '인메이트'를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인메이트는 제가 운영하는 1인 공연기획사로 싱어송라이터, 밴드 공연을 주로 기획해요. 자체 기획 공연 시리즈로는 ‘인메이트 스테이지’, ‘위드 메이트’, ‘플라이트’, ‘프롬’ 등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중고등학교로 찾아가는 버스킹 공연도 기획한 적이 있어요. 


‘인메이트 스테이지’는 제 나름의 신인발굴 프로젝트이고, '프롬' 시리즈는 팬 미팅 형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이에요. ‘위드 메이트’는 친한 뮤지션들의 합동 공연이에요. 친한 뮤지션들이 한 무대에 오를 때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모습을 관객분들이 좋아하시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플라이트' 시리즈는 코로나로 여행을 가기 어려웠던 시기에 이 공연을 보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 세계 속으로 여행 떠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기획했어요.

 

 

공연 기획이라고 하면 좀 막연한 느낌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가 있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것만으로도 1시간 넘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다양한 일이 포함되어 있어요. 뮤지션 및 장소 섭외, 포스터 제작, 일정 조율을 비롯해 티켓 판매 사이트와 협의하고 실제 공연 현장에서 공연 전반을 진행하는 일까지 아우릅니다. 공연 하나가 무대에 오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해요. 회사의 규모에 따라 일이 분업화된 정도는 다를 거예요. 

 

 

본격적으로 공연을 기획하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라고 들었어요. 시작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가 유행해서 힘들었을 것 같아요. 


다른 회사에서 행사기획 쪽 일을 하다 퇴사하고 제 이름으로 첫 공연을 기획한 게 2019년 초예요. 말씀하신 대로 자리 잡기 전에 코로나를 만나서 힘들었죠. 공연이 10개 이상 한 번에 취소될 때는 울기도 많이 울었고요. 그래도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 일을 너무 하고 싶었고,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길을 돌아왔기에 간절했어요. 어렵게 시작한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죠. 무엇보다 제 본전공이 저와 너무 맞지 않는 분야라 그것만은 정말 하기 싫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그 마음으로 버틴 것 같기도 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은 일을 할 때 느낌이 얼마나 다른지 잘 알거든요.

 

 

비전공자로서 공연 기획 일을 시작하기가 막막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 어떻게 길을 개척하셨나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서 검색을 엄청나게 많이 해봤어요. 그러다 제가 가고 싶었던 공연 기획사에서 열리는 채용설명회를 발견했고, 거기 가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걸 준비했죠. 음악과 관련된 블로그도 운영하고, ‘라클데 서포터즈’라는 대외활동을 하며 홍대 앞 공연 문화와 여러 인디밴드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홍대에 있는 작은 공연장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그중 지금은 없어졌지만 ‘에반스라운지’라는 홍대 라이브클럽이 제가 공연 일을 처음 시작한 곳이에요. 짧은 회사생활을 마치고 에반스라운지에 공연 기획서를 들고 찾아갔었죠. 감사하게도 거기 매니저님이 공연을 한번 같이 해보자고 말씀해주셔서 첫 공연을 기획할 수 있었어요. 데이먼스 이어 님과 민수 님, 밴드 ‘위아영’의 김경민 님과 함께한 공연이었는데, 그때 함께했던 분들이 지금은 다 유명해지셨네요. (웃음) 

 

 

주향 님이 공연 기획에 그렇게 큰 애정과 열정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주향 님을 사로잡은 공연의 매력이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어요. 


고등학생 때 스윗소로우 팬이었는데, 처음으로 직접 예매를 해서 콘서트에 가보고 공연에 푹 빠졌어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눈앞에서 라이브로 보고 듣는 게 이렇게나 재미있는 일이란 걸 알았죠. 음악만 들을 때와는 달리 공연장에 가면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게 참 멋있어요. 기획자로 일하며 이 일이 팬분들에게 추억을 선물해주는 일이라는 걸 자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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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도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해요.”
 


공연을 기획하며 이 일을 하기를 잘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기획한 공연 후기를 볼 때마다 이 일을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또 같이 공연했던 세션 연주자분들이 <슈퍼밴드2>에 나와서 이름을 알리고 그분들의 음악으로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던 날, 팬분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봤을 때도 기억이 나요. 저와 같이 일했던 뮤지션분들에게 점점 더 좋은 일들이 생길 때마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과 더불어, 함께 성장하고 같이 걸어간다는 느낌이 들죠. 

 

 

후기 말씀을 하시니, 인메이트에서 기획한 공연의 후기를 읽다가 관객 이름을 엔딩 크레딧에 올린 것에 감동받았다는 내용을 봤어요. 공연을 만드시며 팬 입장에서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습니다.


공연은 관객분들도 함께 만들어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공연을 보러 와주는 관객이 있기에 뮤지션도 공연기획자도 일할 수 있는 거니까요. 늘 감사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그 감사함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별건 아니지만 엔딩 크레딧에 관객분 성함을 넣어 봤어요. 어찌 보면 그건 정말 작은 거고, 저는 그걸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마음을 관객분들에게 갖고 있어요. 그런데 그 소소한 표현으로도 고마워하는 관객분들이 계시니까 정말 감사해요.

 

 

기획자로 일하시지만, 오랫동안 관객의 입장이기도 했기에 더 세심하게 신경 쓸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기획자로서, 또 관객으로서 주향님이 ‘좋은 공연’이라 생각하시는 공연은 어떤 공연인가요?


좋은 공연이란 ‘서로의 진심이 통하는 공연’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뮤지션과 기획자, 관객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거기서 각자의 진심을 서로에게 전할 수 있다고 느껴진다면,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공연을 기획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무엇인지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공연을 기획할 때는 같이 일하는 분들과 관객분들 모두 최대한 서운함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요. 저도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는 입장이라서 어떤 부분에서 서운해질 수 있는지 알거든요. 주변 뮤지션분들도, 제가 기획한 공연을 보러 와주신 분들도, 행복한 마음만 가지고 돌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관객분들이 뭘 좋아하는지 많이 고민하고, 뮤지션분들은 공연에서 무엇을 전달하고 싶어 하는지 귀 기울여 듣고자 노력합니다. 공연도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해요. 


 

인메이트에서 공연 기획을 하시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밴드 '루시'의 보컬로 활동하시는 최상엽 님의 공연을 기획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아직 루시로 데뷔하시기도 전에 저와 함께 공연한 적이 있는데, 이후 루시로 활발하게 활동하실 때도 기회가 닿아서 인메이트와 같이 공연을 했거든요. 당시 코로나 등으로 인하여 마음이 많이 복잡하던 시기였는데 그 공연이 인메이트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했기에 정말 감사해요. 같이 일하면서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공연 기획 일을 하는 데 중요한 자질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중요한 자질이 많이 있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기획하는 공연 규모가 커질수록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애매한 사항들을 뭉뚱그리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해서 서로 오해가 없도록 하는 거요.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들도 많은데 그런 돌발상황에 잘 대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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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단조로운 일상에서 심장을 뛰게 할 것이 필요하다면, 

공연장으로 오세요!”

 


인메이트 스테이지의 경우 신인 뮤지션과 진행하는 만큼 수많은 신인 중 함께할 분을 정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주향 님은 신인 아티스트를 섭외할 때 어떤 부분에 특히 중점을 두시나요?


주변에서 추천을 받기도 하고, 음원 사이트에서 신곡이 나오면 많이 들어봐요. 영상을 보면서 발견하기도 하고요. 가장 많이 보는 건 역시 실력이나 열정이죠. 이 일을 하며 수백 수천 뮤지션의 무대를 보기 때문에, 공연이나 라이브 영상 몇 개를 보다 보면 잘하는 팀은 확실히 눈에 띄어요.

 

 

그럼 주향 님이 2022년에 관객으로 봤던 공연 중 좋았던 공연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다섯 개 정도가 생각납니다. 서울에서 했던 '나상현씨밴드(나씨밴)'의 클럽 공연, 신현빈 님과 남메아리 님의 대전 공연, '행로난'의 전주 공연, '신인류'의 연말 기부 공연이요. 


작년에 본 나씨밴의 클럽 공연이 제가 처음으로 본 나씨밴 공연이었는데요, 정말 좋더라고요. 거기서 ‘인사’라는 노래를 듣고 이 밴드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남메아리 님의 대전 공연과 행로난의 전주 공연은 지방 공연의 매력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어요. 서울이 아닌 한적한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니까 또 색다른 기분이 들더라고요. 저도 다가오는 3월에 부산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기획자로서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연말에 본 신인류의 공연은 기부 공연으로, SNS에서 신인류분들의 팬분들이 써주신 기부처의 목록을 담은 캡슐을 만들어서 관객분들에게 나눠주고 이벤트와 함께 라이브를 했던 공연이었는데, 한 해의 마지막을 선한 일로 마무리한 기분이라 좋았어요. 

 

 

이 자리를 빌려 공연의 매력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주향 님이 공연 기획자로서 공연을 ‘영업’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건네고 싶나요?


공연을 보면 심장이 뛰어요. 저희 어머니는 공연을 자주 안 보시던 분인데, 제가 기획한 공연을 몇 번 보러 오시다가 이제는 공연을 즐기는 관객이 되셨어요. 어느 날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공연을 보면 심장 뛰는 게 느껴져서 좋다고요. 뮤지션이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그 소리가 본인의 심장을 뛰게 만든대요.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아요. 여러분도 단조로운 일상에서 심장을 뛰게 할 것이 필요하다면, 공연장으로 오세요! (웃음) 

 

 

앞으로 주향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만들고 싶은 공연 이야기를 들려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 일을 나쁜 이슈 없이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전국 투어 공연이나 잠실 주경기장 같은 곳에서 하는 대형 콘서트를 기획해보고 싶다는 꿈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공연에 함께해주시는 분들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 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나중에는 공연 기획과 관련된 강의도 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며 못다 한 말이 있다면 여기서 해주세요.


인메이트는 열려 있으니 공연하고 싶은 분들 편하게 연락 주세요. 관객분들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연락 주세요. 항상 인메이트와 함께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

 

처음 시작할 때는 100석 규모의 공연도 꿈처럼 느껴졌다던 박주향 공연기획자는 이제 크고 작은 다양한 공연을 기획하며 점차 활동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그는 관객에게 감사한 마음을 다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지만, 공연과 뮤지션을 향한 애정 어린 마음은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메이트의 공연에 스며서 분명히 전달될 것이다. 2022년 좋았던 공연을 꼽으면서 한참 망설이던 모습, 좋아하는 뮤지션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모습을 보며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다음 행보는 어디일까. 공연을 이렇게 아끼는 사람이 만드는 공연을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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