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좋은 에디터란 무엇일까

기준을 세워보며 다시금 다짐하는 마음을 담아
글 입력 2023.02.1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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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에 주제를 적어놓고 대답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더랬다. ‘좋아하는’ 혹은 ‘싫어하는’과 같이 호불호 영역에 관한 이야기는 쉽지만, 좋고 나쁨을 가르는 우열에 관한 담론이 제기된다면 어느 순간 회피하게 됐다. 감히 내가 좋고 나쁨 기준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 기준을 과연 옳다 말할 수 있을 지에 문이 들었다.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모두 노력과 깊은 고민이 콘텐츠에 새겨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턴 이런 주제를 받았을 때 차마 쉽사리 입을 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관점을 조금 바꿔 보기로 했다. 어쨌든 절대적인 좋음과 나쁨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 ‘좋은’이라 평가를 내리는 것도 주관적인 기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는 뒤로 하고,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좋은 에디터 기준을 잡아보고자 한다.

 

정답은 없는 주제일 것이다. 그러니 같은 에디터 포지션에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눠봐도 꽤 재밌는 이야기들이 오고 가지 않을까 싶다.

 

 

 

나만 시선으로, 일관된 흐름을 갖춰 읽기 쉽게 내용을 조직하는 사람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기준은 위와 같다. 이는 모든 글을 쓸 때 내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며, 오래 전부터 글을 써오며 가지고 있는, 약간은 강박 같은 신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어쩌면 질문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일 수도 있겠다.

 

에디터는 어떤 형태로든 콘텐츠를 편집하는 사람이고, 이 콘텐츠는 콘텐츠 소비자에게 닿을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마음대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든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글을 예로 들어보자면 우선적으로 독자에게 잘 읽힐 만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글에서 다루는 소재나 대상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모든 독자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글을 읽지는 않겠지만, 에디터는 알고 있는 걸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적어도 대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배경지식이 될 만한 최소한 정보는 친절하게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그치면 이는 설명문에 지나지 않는다. 이쯤에서 중요해지는 것이 에디터 각각이 가지는 관점과 시각이다. 소재가 음식 재료라면, 시선은 요리사가 가진 고유한 레시피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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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글이 완결되려면 대상에 고유한 시선이 깃들어야 할 테다. 이 시선을 통해 에디터가 잡은 소재엔 색이 입혀지고 미가 부여되며 기존과는 다르게 가공된다. 이러한 글은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그들이 생각해보며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내도록 유도한다.

 

이때 한 가지 유할 점이 있다면 편향되지 않은, 균형 잡힌 관점으로 글을 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본인 생각이 담기기에 주관적인 부분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겠으나, 내 관점이 다른 관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자신만 맞다며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진 않은 지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글을 작성한다면 독자와 에디터 모두에게 건강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기에 좋은 에디터를 정할 때 꼭 포함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앞 내용이 콘텐츠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지에 관한 내용이었다면, 여기에 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구조적인 측면에서 첨언을 하고 싶다. 바로 내용을 전달할 때 너무 길지 않은 문장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것. 개인적으로 문장이 너무 길면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여러 번 읽게 된다. 이게 글에 시선을 붙잡아두는 역할을 할 때도 있으나, 많은 문장이 길게 쓰였다면 이는 글 호흡을 따라가기 벅찬 요인이 되어 읽기 피곤해지는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 때문에 내 경우는 핵심을 간결하게 하여 문장 길이를 너무 길게 가져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콘텐츠 소비자가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이야기해주는 사람


 

작년부터 여러 기회로 인터뷰어를 자처하게 된 순간이 몇 차례 있었다. 이때 질문을 조직하며 잡지에 실리는 인터뷰를 읽어보는 등 꽤나 신경을 많이 썼는데, 아마 그 즈음 많이 느낀 부분이 아닐까 한다.

 

평소 인터뷰를 좋아하는 이유는 원래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타인에 대해 깊이 이해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각자 이야기가 꼭 교훈적인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한 인간 삶 궤적을 파악하는 순간은 언제나 흥미롭고 많은 걸 배워갈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때문에 보통은 내가 궁금한 부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지곤 했다. 하지만 언젠가 참신한 질문거리를 찾고 싶어 기사나 잡지에 실리는 인터뷰를 접했을 땐 단순히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질문뿐만 아니라 독자가 궁금해할 내용을 담은 내용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부분을 파악하기란 결코 쉬운 부분은 아닐 것이다. 사실 아직 명확하게 잘 모르겠기도 하다. 다만 앞선 경험을 통해 배운 부분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때 독자를 잊어선 안 된다는 점이겠다. 결국 누군가에게 소비되는 글을 쓰는 입장에선 내 이야기를 담는 만큼 독자를 고려하는 자세도 필요할 테니 말이다.

 

 

 

마감일을 잘 지키는 사람


 

이 항목을 적으며 나름 반성을 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글을 작성하기 전 간단하게 메모를 하는 과정에서는 가장 첫번째로 적었던 항목이었으나 선뜻 이 내용을 앞에 두긴 어려웠다. 아마 스스로 이 항목에 있어선 최근 자신이 없어지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에디터에게 마감일이란 과장을 조금 보태면 반드시 지켜야 할 숙명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미에서 작년 하반기를 돌아보면 떳떳한 에디터는 아니었던 듯싶다. 새해가 된 지는 2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지만, 새출발을 하는 마음으로 다시금 마감일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저 이상적인 기준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할 뿐이다


 

글을 작성하며 독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꽤나 많이 한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결국 에디터로서 콘텐츠를 발행하는 일은, 소재가 작품이라면 그 작가, 인터뷰라면 인터뷰어 등 그 소재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수면 위로 올려 보여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작품 비하인드나 아티스트가 공연에 임하는 마음가짐 등과 같이 소재 그 자체만으로는 미처 보이지 않거나 보는 사람이 모두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에디터는 그러한 부분을 콘텐츠에 녹여 전달할 수 있겠다. 그럼 사람들에겐 각자 새로운 생각들이 피어나고, 그렇게 얻은 새로운 시각은 또다른 깨달음을 주는 식으로 연쇄작용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나에겐 모든 콘텐츠 중 글이 가장 편하므로, 독자에게 다양한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래서 사람들이 다시금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소개하며 또다른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파급력 있는 글, 마음에 남는 글 정도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을까. 이는 지극히 이상적일 수도 있겠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꿈이 커야 그 꿈이 이루어지지 못해 깨진 조각도 크다고 믿는다. 설사 이상에 도달하지 못할 지라도, 더 큰 꿈을 꾼다면 이에 가까이 가는 과정에서 보다 비슷한 순간이 나타나지 않을지.

 

한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글을 쓰지 못 했다. 긴 호흡 글을 썼던 감각을 찾으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수도 있겠다. 완벽하게 쓰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웠고, 그래서 텍스트로부터 도망쳤던 나날을 뒤로 하고 다시 펜을 잡으려 한다. 어차피 내가 ‘좋은’이라 정한 부분이 완전한 정답은 아닐테고, 내가 이상적으로 믿고 있는 부분에 완벽히 도달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이제는 어느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니 조금 덜 두려워해도 되겠지.

 

좋은 에디터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이 말미에는 나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버렸다. 이는 그만큼 좋은 에디터가 되고 싶다는 나름 갈증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차근차근 다시 발을 내딛으며, 스스로 정하는 좋은 에디터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2023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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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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