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브릿팝, 그 영원함에 대해서 [음악]

글 입력 2023.01.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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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rock.jpg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음악일 것이다. 음악 중에서도 락! 90년대 영국의 록 음악, 흔히 브릿팝으로 불리는 이 음악들은 서정적이면서도 경쾌한 멜로디에 무언가 우울하면서도 퇴폐적인 가사가 어우러져 자꾸만 찾아 듣게 된다. 만나본 적 없지만, 그 시절을 직접 겪지도 않았지만 가을이 되면 왜인지 모르게 펍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수많은 영국의 밴드들과 명곡들로 귀를 즐겁게 해준 브릿팝 곡들이 그리워져 겨울 이불처럼 찾아 덮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마치 내가 90년대 영국의 펍으로 들어가 오아시스나 블러처럼 유명 밴드가 되고 싶어 하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내가 사랑하는, 우리가 사랑하는 브릿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British Invasion


 

브리티시 인베이전, 직역하면 영국의 침공이라는 뜻을 가진다. 음악 이야기에 뜬금없이 웬 침공이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1960-1970년대 영국의 음악적 정신은 미국에 있어 가히 '공격적'이었다. 


로큰롤(rock and roll) 정신이 주춤하던 미국에 비해 영국은 비틀즈, 롤링 스톤스, 스몰 페이시스, 퀸 등 다양한 밴드 활동이 시작되었으며 미국 음악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나 비틀스가 미국에서 발매한 'Meet The Beatles'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야말로 브릿팝의 첫 발은 대성공이었다! 비틀스를 시작으로 영국의 다양한 밴드들은 미국으로 넘어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미국의 음악시장도 이에 자극을 받아 다시 록 음악이 부흥하기 시작하였다. 영국과 미국의 영향력은 전 세계로 흩어져 많은 사람들이 당대 록 음악에 열광하였다.


2021년 USA투데이의 케 반즈(Ken Barnes)의 분석 기사에 따르면 당대 미국 음악 신의 약 34%가 영국 록 음악으로 인해 몰락했다고 한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브릿 팝의 등장이 침략일 수밖에 없던 이유이다.


 

 

British Invasion이 지나간 자리


 

1980년대에 들어서 미국의 마이클 잭슨의 등장으로 메탈(metal) 밴드가 떠오르며 대중음악을 휘어잡았고, 영국 록 음악은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본조비를 필두로 팝 메탈(Pop Metal)이 부흥했고, 얼터너티브 락(Alternative Rock)을 이끈 너바나 등이 등장하며 영국의 음악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영역을 갖추었다. 

 

음악적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영국의 입장에서는 초조한 것이다. 영국의 언론들은 영국 록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흐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고, 미국 그런지에 대항할 새로운 밴드 및 음악을 발굴했다. 

 

 

 

'브릿팝'이라는 단어 그리고 세기의 '브릿팝 전쟁'


 

1960-1970년대 영국 록 음악의 전통을 이어 받아 경쾌한 복고풍으로 연주하거나 보다 부드러운 록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들을 발견한 영국의 언론은 미국과 차별화되는 음악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런 새로운 음악적 움직임을 '브릿팝(Britpop)'이라는 분류 하에 묶어두고 영국 언론들은 적극적으로 서포트해 주었다. 이러한 이유로 브릿팝(Britpop)은 하나의 음악적 장르라기보다는 음악의 흐름, 움직임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최초의 브릿팝 밴드를 더 라스(The La's)로 보고 있으며 이후 오아시스(Oasis), 블러(Blur), 스웨이드(Suede), 펄프(Pulp)가 등장하며 90년대 브릿팝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전성기를 이끈 주역으로는 오아시스와 블러의 일명 '브릿팝 전쟁'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그 말은 곧 두 밴드 모두 영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아시스와 블러는 심지어 음반 발매일을 맞추며 어떤 밴드가 더 잘나가는지 겨루어 보기도 했다. 두 밴드의 음반 발매일이 오면 레코드 숍 앞에는 사람이 북적거렸고 여러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와 'Blur Or Oasis?'라고 물어보면서 누구의 음반이 더 우세한지 표를 새기도 하였다. 두 밴드의 브릿팝 전쟁으로 당시 블러와 오아시스의 사이는 정말로, 몹시, 매우 나빴고 서로 물어뜯기 바빴다. 브릿팝 전쟁으로 영국 팝은 더욱 열풍이었고 '영국스러운' 음악을 하기 위해 밴드 장르를 바꾸는 인디밴드들도 많이 생겨났다고 하니 영국 언론사에서는 둘을 더욱 엮었다. (시간이 지나 블러와 오아시스는 서로 응원하고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웃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포스트 브릿팝 시대, 그리고 음악은 영원하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라디오헤드(Radio head), 콜드플레이(Cold play), 트래비스(Travis), 버브(The Verve) 등은 흔히 말하는 포스트 브릿팝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밴드의 특징은 각 밴드 고유 음악색을 더해서 장르 구분을 넘나들며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라디오헤드(Radio head)는 대표곡 'Creep'으로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시도하는 개성이 강한 밴드로 알려져 있다. 콜드플레이(Cold play)는 또 어떠한가. 콜드플레이의 초기 음악은 라디오헤드와 오아시스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팝적인 사운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 등을 접목하여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많은 이들이 브릿팝은 장르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흔히 브릿팝이라고 분류되는 음악을 들어보면 필자는 브릿팝이 하나의 장르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두우면서도 아름다운 그 시대 영국의 록 음악들은 그저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시대를 충분히 향유하게 한다. 현재도 브릿팝의 영향을 받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밴드들이 결성되고 이와 같은 음악을 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브릿팝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영국의 음악적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리고 아직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적 움직임 '브릿팝'의 노래를 만나보지 않을 수 없겠다.

 

 

 

Track 1. Radiohead - Creep (1992)


 

 

 

라디오헤드의 메가 히트곡 'Creep', 당시 라디오헤드는 'Creep'의 유명세로 다른 명곡들이 묻힐까 두려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Creep'은 아직까지도 크게 사랑받고 있는 노래이며 계속해서 누군가에 의해 불리고 있다.

 

이 곡을 작사 작곡한 톰 요크가 대학 시절 마음에 둔 이성에게 고백을 했다가 대차게 차인 경험을 토대로 'Creep'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분노하고 열망하면서도 차분하고 침착한 기타 사운드와 서정적인 분위기, 그리고 뒤로 갈수록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가 이 명곡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열등감과 자책이 가득한 'Creep'의 가사는 이 노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사랑을 한 번쯤 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라디오헤드의 'Creep'. 사랑은 사람을 가장 커 보이게 만들다가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드는 존재이다.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극소수의 멋진 사람들이 있고 우리와 같은 평범한 나머지들이 있다."

 

세상의 모든 너드(Nerd)를 위한 노래, 라디오헤드의 'Creep'이다.


 

I wish I was special 

You're so fu** special


But I'm a creep 

I'm a weirdo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I don't belong here

 

 

 

Track 2. Blur - Country House (1995) 


 

 

 

블러는 브릿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밴드 중에 하나이다. 넷플릭스 '디스 이즈 팝'의 브릿팝 편에는 블러가 경제적인 이유로 미국 투어 공연을 가게 되었고, 미국 투어를 통해 밴드의 현재 위치를 깨닫게 되며 이는 좀 더 '영국적인' 노래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영국적인' 노래의 결과로 블러의 'Parklife'가 발매되며 이 노래는 블러를 성공의 길로 이끌었다. 오아시스(Oasis)를 포함해 상당히 많은 밴드의 '브릿팝' 문을 열어준 블러의 다음 곡이 바로 가볍고 신나는 느낌을 주는 노래 분위기에 의미 없어 보이지만 계속 듣다 보면 상당히 철학적이게(?) 느껴지는 가사를 담고 있는 'Country House'이다. 가사 속 주인공은 도시의 경쟁사회에 치여 살다가 시골의 대저택으로 귀촌했지만 거기서는 또 우울증 약을 먹고 재미도 없는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역설적인 내용이 오히려 밝은 록 사운드에 담기니 더욱 역설적여 보이기까지 한다.

 

'Country House'는 블러의 소속사였던 '푸드 레코드'에서 박차고 나와 시골로 귀촌한 이전 매니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영국 싱글 차트 1위를 따내었으며 당대 치열했던 오아시스와의 지독한 경쟁구도 속에서 승리를 거머쥔 곡이다. 

 

그 어느 밴드보다 재치 있고 유쾌하기까지 한 블러의 노래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깨 춤을 추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거리를 걷고 싶을 때, 우울한 마음을 신나는 음악으로 달래 보고 싶을 때 듣기 좋은 블러의 'Country House'였다.


 

(So the story begins) City dweller Successful fella

Thought to himself: "Oops, I've got a lot of money

Caught in a rat race Terminally

I'm a professional cynic But my heart's not in it

I'm paying the price of living life at the limit

Caught up in the century's anxiety" Yes, it preys on him

He's getting thin (Try the simple life)

 

 

 

Track 3. Suede - Trash (1996)


 

 

 

'Trash'는 스웨이드의 히트곡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2014년 페이스트 선정 '역사상 최고의 브릿팝 50위' 중에 14위에 등극하였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딱 내가 생각한 브릿팝 그 자체라고 생각하였다. 경쾌한 밴드 멜로디에 '우리의 외적인 모습과 우리의 소리는 쓰레기인가 봐'라고 말하는 약간은 우울한 가사가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사랑 노래로 들릴 수 있는 이 노래는 실제로 밴드 스웨이드 그 자체에 대해 담은 노래였다. 

 

2009년 스카이 아츠(SkyArts)와의 인터뷰에서 'Trash'를 작곡한 브렛 앤더슨(Brett Anderson)은 '이 노래는 사실 밴드 스웨이드에 대해서 쓴 것이다. 우리 밴드에게 보내는 찬사이자 넓게 보면 우리 팬들에게 보내는 찬사이다. 이 노래는 우리에 대한 노래이고 우리가 따르는 가치에 대한 노래이다. 이 노래가 사랑 노래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건 우리 밴드의 정체성이자 밴드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노래이다'라고 말하였다. 


'Trash'의 창시자이자 스웨이드의 보컬인 브렛 앤더슨의 인터뷰를 보고 이 노래를 다시 감상한다면 다가오는 의미가 또 다를 것이다. 그들이 지향하고 상징하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이 노래로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자신들의 밴드를 '쓰레기'라고 낮춰 말하는 거 같지만 계속해서 가사를 들여다보고 노래를 듣고 있으면 '쓰레기'라는 단어에도 애정이 보인다. 심지어 팬과 밴드를 말하는 듯한 '우리는 거리의 연인들, 그냥 쓰레기야 너와 난'이라는 가사에서는 왜인지 모를 소속감과 응집력이 엿보이기도 하였다. 흔히 말하는 '아웃사이더'를 노래하고 있지만 그것 자체로도 가치 있어 보이는 스웨이드의 'Trash'였다.


 

Maybe, maybe it`s the things we say,

The words we`ve heard and the music we play,

Maybe it`s our cheapness,

Or maybe, maybe it`s the times we`ve had,

The lazy days and the crazes and the fads,

Maybe it`s our sweetness,

 

 

 

Track 4. Oasis - Champagne Supernova (1995)


 

 

 

오아시스의 명반으로 불리는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앨범에 수록된 'Champagne Supernova'는 무려 7분 31초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기타 사운드가 가득 채울 정도로 기타의 지분이 많고, 노엘 갤러거의 호소력 짙은 보컬이 특징이다. 그뿐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가 나열된 것이 이 노래의 빠질 수 없는 특징인데 심지어는 BBC가 선정한 '가장 최악의 가사 7위'에 등극하기도 하였다. 1995년 노엘 갤러거는 이 곡의 가사 일부는 자신이 완전히 마약에 취해있을 때 썼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들의 연속이다. 새벽을 닮은 듯한 멜로디에 취해 듣다가도 가사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맨 처음 이 노래를 접했을 때는 아주 어두운 새벽, 생각에 생각이 나를 집어삼킬 무렵이었다. 웃기게도 약에 취한 이 가사는 나를 위로하기 충분했다. 언젠가 나를 찾을 너, 산사태 아래 깔린 나, 변해가는 사람들, 흘러가는 삶...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노엘 갤러거는 말한다. "나도 가사 뜻은 모르겠다. 하지만 6만 명의 관중이 의미도 하나 파악하지 못하고 이 노래를 따라 부르겠나? 이 노래는 각자에게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나에게 이 노래는 위로이자 새벽의 울부짖음이었다. 당신에게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오아시스의 'Champagne Supernova'였다.


 

Where were you while we were getting high?

Some day you will find me

Caught beneath the landslide

In a champagne supernova in the sky

 

 

*

 

브릿팝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진 90년대 영국의 분위기를 직접 체감하지 못해 나는 항상 아쉬운 맘이 들었다. 90년대 영국에 살았다면 팝 열풍 속에서 지금 이 순간이 음악 역사 속 한 장면이 될 것이라는 걸 예감이나 하였을까? 그저 매일 같이 나오는 명곡들을 감탄하면서 밤새 라이브 펍에서 테킬라를 마셨을 지도 모르겠다. 음악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주었다. 

 

그 장벽을 뛰어넘었을 때 나는 이해할 수도 없는 영어 가사에 감탄하고 기타 사운드로 이루어진 주 멜로디에 위로를 받으며 21세기의 사계절을 보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시공간이 사라지는 마법을 선사하는 노래가 있는지 묻고 싶다. 

 

그 음악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안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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